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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

▲ 신정호 전주 동신교회 담임목사
한 농부가 자신의 농장에 대나무를 심고 기다렸습니다. 첫 해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둘째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셋째, 넷째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섯째 해가 되었을 때 대나무의 싹들이 지면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나무는 순식간에 한 자가 넘게 자랐습니다. 불과 여섯 주 만에 대나무들은 15미터 이상 키가 자랐습니다.

 

농부가 심은 대나무는 중국 동부에 자라는 ‘모소’라는 품종입니다. ‘모소’의 뿌리는 싹을 내기 전에 사방 수십 미터까지 뻗어갑니다. 그래서 일단 싹을 틔우면 뿌리에서 보내 주는 거대한 양의 자양분 덕에 순식간에 키가 자라게 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은 뿌리를 키우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나무는 위로 성장하기 전에 아래로 성장합니다. 뿌리를 깊이 내릴 줄 압니다. 4년 동안 자신을 감추되,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감추는 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합니다. 뿌리를 튼튼히 하고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뿌리를 가꾸면서 때가 됐을 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합니다.

 

미국으로 이민 간 어떤 사람의 절절한 소원이 있었습니다. 최고급 벤츠 승용차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입니다. 드디어 돈도 벌고 출세해서 벤츠 승용차를 타고 롤렉스 시계도 차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계를 차고 차를 몰다가 그만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그 비싼 벤츠가 박살이 났습니다. 간신히 사고 차에서 기어 나온 사람이 울부짖기를 “내 벤츠, 내 벤츠…!”하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던 구조대원이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쏴 붙였습니다. “아니 당신은 지금 이 판국에 벤츠가 문제입니까? 당신 팔뚝이 달아났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쿠 내 아까운 롤렉스 시계! 그게 얼마짜린데!”하더랍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물질에, 권력에, 정욕에, 명예에, 인기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헛된 목마름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흔하게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줏대 없이 사는 것입니다. 내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살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장단에 내 삶을 맞추며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자기 잣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삶을 잴 수 있는 엄격하고 분명한 자기 잣대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자신의 삶을 재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내 삶을 맞추게 되고 그런 것이 쌓이다 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고유한 삶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1만 미터 상공에서 비행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다급해진 승무원들은 방송을 통해 모든 승객에게 위급상황을 알리고 재빨리 구호장비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위급 상황에 대부분의 승객은 몹시 당황했고, 극심한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할머니만 아무런 요동 없이 눈만 지그시 감고 있더랍니다. 마치 할머니는 공포나 두려움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오금을 저렸던 승객 하나가 이 할머니를 발견하고 냉큼 다가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그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어쩜 그리도 차분하실 수 있나요?” 할머니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의미심장했습니다. “난 두 딸이 있어요. 큰 딸은 2년 전에 죽었고, 둘째 딸은 이곳 텍사스에 살고 있지요. 저는 지금 둘째 딸을 만나러 텍사스에 온 거랍니다. 비행기가 고장 났다는 방송을 듣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지요. 만약 안전하게 착륙한다면 예정대로 둘째 딸을 만나러 가는 거고, 만에 하나 큰 사고라도 나면 먼저 하늘나라에 간 큰 딸을 만나러 가는 거라고요. 어차피 어느 쪽이든 사랑하는 내 딸들을 만나게 되는 거니까요.”

 

최후의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사람. 즉,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믿음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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