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시대의 반영이고, 삶의 모습이 투영된 무형의 의미 체계이다. 문화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질과 상충이 서로 주고받는 소통(communication)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교류(interchange)의 과정을 거치다 어느 날 퓨전(fusion)화 되면서 세월이 흐르다보면 독특한 개성(character)을 확보하게 되고, 드디어 정체성( identity)을 획득해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새로운 역사와 문화가 생성된다. 그리고 전통이라는 옷은 이러한 역사와 문화에 잘 어울리는 모양새로 입혀지게 된다. 음악문화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하고 우리의 사는 모습이 바뀌면서 음악문화도 바뀐다.
지금 우리는 산업화시대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지구촌 시대’라는 단어가 실감나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이제는 아무리 먼 곳의 소식일지라도 방 안에서, 사무실에서 빠르게 알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자기 취향에 맞는 정보를 넓고 깊게 알아본 뒤에 쉽게 채집할 수 있게 되었다. ‘월드뮤직(world music)’도 이와 같은 정보의 빠른 이동수단과 공유로 지구촌 사람들에게 쉽게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면 근래에 각광받고 있는 월드뮤직은 어떤 음악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월드뮤직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듯하다. 지금도 계속 ing하고 있는 중이다. 월드뮤직은 언젠가 분명한 자신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한때 음악 마니아(mania)에게 인기 있었던 뉴에이지(new age)음악처럼 월드뮤직도 영·미 상업자본의 마케팅 차원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단어다. ‘제3세계음악’이나 ‘월드 비트’ 등 여러 용어와 혼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월드뮤직’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제3세계음악이란 용어에서 ‘제3세계’는 정치적 이념(ideology)이 첨예화됐던 시절에 나온 오래된 단어다. 그래서인지 이념적 논란이 이제 ‘구시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즈음 제3세계음악이란 말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이처럼 장르적 정체성 확보를 위해 계속 진화 중에 있는 월드뮤직을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게 정의해 준 문장은 심영보 씨가 낸 〈월드뮤직, 세계로 열린 창〉이란 책에 쓰여 있다. ‘월드뮤직이란 현대화된(contemporary) 민속음악(folk music)이다’라는 문장은 월드뮤직의 의미를 짧고 간략하게 압축시킨 적절한 구절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음악과 다른 나라들의 민족음악(national music) 가운데 민중의 집단적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는 민속음악(folk music)을 계속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민속음악을 즐겨 듣는 필자로서는 매우 반갑고 또한 소중한 기회여서 매년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 그룹의 음악을 들어보면 많은 연주들이 토속적인 민속음악보다는 현대화된 민속음악 즉, 월드뮤직이었다.
△채광석씨는 음악여행가다. 50여개 나라 250여개 도시를 여행하며 공연과 음악을 찾아다니고 자료를 수집했다. 대학과 잡지, 방송국에서 음악·여행·와인에 관한 강연과 방송활동,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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