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허물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양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지난 주 내내 전주 한옥마을 한 켠에 자리를 펴고 한국불교의 문화적 전통이 지켜온 음식을 들고 나와 시민에게 자연음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했다. 나무를 깎아 옻칠을 입힌 목발우(승려들의 식기)를 준비하고, 정갈하게 달인 백련차를 마실 수 있는 다완도 준비했다. 그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불교적 전통이 지켜온 음식문화는 요즘 시속에서 유행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우선은 현대인들이 음식을 너무 캐주얼하게 대하는 것 같다. 식탁문화 속에는 인정과 소통, 감사와 배려가 기본적으로 살아있어야 하는데, 대화가 사라진 채로 과묵하게 음식 먹는 일에만 집중한다거나, 음식을 대놓고 감사한 마음을 갖기는커녕 오히려 까탈을 부리기까지 한다. 음식 자리는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인간다움과 미적인 요소를 모두 동원해서 즐거워야 할 곳이다. 그래서 음식 자리에 행복의 미소가 살아있도록 애쓰자고 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는 절제가 기본이다. 마트에 가보면, 어느 시대의 누구보다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식재료가 넘친다. 그런 만큼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어서 탈도 많고, 병도 많고, 또 그 탈과 병을 치료하기 위해 무진한 노력을 쏟지 않으면 안된다. 먹을 걸 앞에 두고 절제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자신을 걱정한다면 적게 먹을 수밖에 없다. 역설같이 들리겠지만, 음식을 절제하는 것에서 자신의 행복이 시작된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음식을 못 먹어서 배가 부어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이 문제다. 어디 그뿐인가. 음식을 즐기는 것도 자유겠지만, 자신의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열량 높은 음식에 알코올까지 곁들여 무절제하게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동물성 식품이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잘 안다. 그렇지만 열량 높은 육식을 무절제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제철 채소류를 최소한의 거친 요리로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권유했다.
삶은 변화다. 원형을 유지하는 건 애초부터 의미없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삶은 변화고, 변화는 원형의 소멸에서 온다. 이를 두고 부처님은 평생에 걸쳐 “모든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인 법이다”고 가르쳤다. 소멸은 변화의 다른 얼굴이므로 중간의 논리를 생략하면, 삶은 소멸의 연속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 음식을 통해서 우리는 변화를 경험하고, 그것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 자신의 삶을 의미 있는 변화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즐겁게 먹고, 적게 먹고, 육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채식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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