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전주화약(全州和約)’일인 6월11일(음력 5월 8일)로 잠정 결정됐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추진위(이하 추진위)는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세계화 의미 함축과 관련 단체 대다수의 동의 및 다른 국가기념일과의 중복 배제 등 일정 원칙을 충족시킨 전주화약일을 기념일로 결정했다.
전주화약은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농민군과 정부 측 사이에 맺어진 타협을 이르는 것인데 농민군의 신변보장과 폐정개혁안에 대한 상신이 골자다. 화약 이후 당시 정부는 정부 주도의 폐정개혁, 집강의 정소(呈訴)를 통한 민원처리, 무기반납, 귀가 농민에 대한 신변과 생업 보장 등 네가지 수습방안을 내놓았다.
추진위는 그제 활동보고회를 열고 전주화약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고회에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천도교중앙총부 등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고 표결 끝에 그같이 결정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확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역과 학계, 이해 관련 단체 간 극명한 이기주의적 태도 때문에 지난 11년간 논란과 대립이 계속돼 왔지만 의지를 갖고 이런 정체를 극복해 냈다.
또 정부 차원의 국가기념일 제정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해 관련 단체끼리 합의점을 도출해 낸다면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정부 승인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동학농민혁명을 전국화, 세계화시키는 데에 힘을 모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 관련 단체들 간 갈등 봉합과 화합이 선결 과제다.
동학농민혁명의 자유 평등 개혁정신을 국내외에 확산시키고, 인류가 지향하는 정신문화 유산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 가는 것도 향후 숙제다.
아울러 국가기념일로 최종 확정된 뒤 국가 차원의 동력을 확보하게 되면 희생자 및 선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 등의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부 과소 평가되거나 왜곡됐던 동학농민혁명 역사에 대한 재인식과 사료발굴, 역사관 재정립 등의 학술적 연구도 중요한 과제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인 작년, 기념일 제정을 매듭짓지 못해 역사에 죄를 짓는 듯 했으나 이제 이 문제가 해결된 만큼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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