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우리 헌법 10조에도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유엔에서도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였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행복점수는 몇 십 년 전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필자가 전북애향운동본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지난 8월에 실시한 전북도민의식조사에서 우리 전북도민들의 행복점수는 100점 만점에 66.6점으로 보통수준을 약간 선회하였다. 그래도 4년 전 61.7점에 비하면 우리 도민들의 행복점수가 약 5점이나 높아진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계층별 행복도를 살펴보면, 먼저 여성(67.3점)이 남성(65.9점)보다 약간 높고, 연령별로는 대체로 나이가 어릴수록, 그리고 교육수준별로는 학력이 높을수록 행복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수준별로는 차이가 없었으나 직업별로는 ‘전문직, 공무원, 교사’계층이 72.4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에 ‘무직, 가사돕기, 기타’ 직업군에서 61.5점으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부안-고창군민들이 70.5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에 군산시민들이 63.5점으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성, 연령, 교육수준, 소득수준, 직업에 따라 행복점수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은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 조건들이 제시되었는데, 그것들은 인생관, 종교, 건강, 돈, 인간관계, 안전, 자유, 적응력, 희망, 자존심, 유머 등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정신과 의사인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을 밝히기 위해 매우 획기적인 연구를 하였다. 1939년부터 1942년 사이의 하버드 대학 재학생 중 268명을 선정(중간에 20명이 탈락하여 최종 248명)하여 60년 동안 2년마다 설문조사를, 5년마다 건강진단을 실시한 장기 연구결과를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으로 발표하였다. 베일런트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7가지 행복의 조건을 발견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재산이나, 명예, 권력 등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 평생교육, 안정적 결혼생활, 금연, 음주조절, 규칙적 운동, 적당한 체중이었다.
그래서 이번 전북도민의식조사 데이터를 가지고서 우리 전북도민들의 행복의 조건을 밝히기 위해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이라는 고등통계를 사용하여 개인의 행복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혀보았다. 그 결과 성, 연령, 소득, 교육수준, 직업, 결혼여부 등은 개인의 행복점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에 ‘주관적 생활수준평가’가 행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밝혀졌다. 주관적 생활수준평가란 자신이 스스로 평가한 생활수준(상중하로 평가)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 사는 월 소득 1000만원인 사람이 스스로를 중류나 하류로 평가하는 반면에 시골에 사는 월 소득 200만원인 사람은 스스로를 상류로 평가하는 것이 바로 주관적 생활수준평가이다. 결국 실제소득, 학력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생활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행복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지역생활만족도였는데, 이웃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지역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베일런트 교수의 연구결과와 똑같이 흡연은 행복점수를 깎아내린다는 점이다.
결국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두 가지만 실천하면 된다. 지역 이웃들과 화목하게 지내면서 지역에 대해 사랑을 하고, 동시에 자신의 생활수준을 중간 이상으로 평가하면 된다. 행복,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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