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물실호기를 맞고 있는 개헌이 터덕거리고 있다. 오래된 헌법이 현실에 맞지 않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부분에 대한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연말 MBC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76.9%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개헌을 정략적으로만 계산하고 시간을 끌고 있어 개헌의 방향과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여야 모두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올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가 개헌 찬반투표 성격으로 치러질 경우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당의 실정에 대한 공격의 초점이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선거참패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안이 발의되면 좋지만, 설사 발의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당 심판론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인 것 같다.
한국당은 모든 논의를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6월 지방선거가 아닌 연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은 사실상 개헌을 하지 말자는 말과 다름없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의견이 높다. 한겨레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대다수인 82.5%가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바라고 있다. 한국당의 텃밭인 TK·PK에서도 이에 대한 지지가 높은 편이다.
국민의 염원과는 반대로 한국당이 계속해서 개헌시기를 연기시키려고 한다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무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위험성이 크다.
또한 국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상황 역시 한국당에게 결코 이롭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의 당리당략 보다 더 큰 문제는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의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채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커다란 분노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언론에는 오직 정치인과 언론인들만이 떠든다. 민초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는 오직 개헌 관련 여론조사 말고는 없다. 개헌 논의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주역이 아니라 잘해야 들러리 아니면 카메오 역할에 불과하다.
국민은 장기판의 졸만도 못한 신세다. 일찍이 엔트만(Robert Entman)은 이런 현상을 두고서 ‘시민 없는 민주주의’라고 꼬집었다. 이제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그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언론이 정치와 국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그러나 이번 개헌의 성사여부는 시기가 아니라 의지에 달려있다고들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권력구조, 선거구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사회 양극화 문제 등을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안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국회의 개헌안 마련은 전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 이전에 전부가 아니라도 여야 간에 합의가 된 부분만의 절충안이라도 제시되어야 한다. 국회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적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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