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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느슨한 연대와 견고한 지지, 꽁냥장이 협동조합 - 적당히 벌고 재밌게 살자!

12명 전원 귀촌자… 지역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
전시·마켓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삶이면 충분

그의 현재 직업은 목수, 디자이너, 협동조합 대표다. 한때 잘나갔던 시절엔 홍대 앞 클럽 운영자이기도, 건축 인테리어 회사 대표이기도 했다. 예술인들이 모여있는 ‘꽁냥장이 협동조합’ 김광열 대표 얘기다. 2011년 완주로 내려온 이후 그를 따라 십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완주로 귀촌했다. 그 이후 추가된 호칭이 있다. 아브라함. 그리고 밥 잘 사주는 동네 형이다.

목수, 음악가, 손 그림 작가, 삽화가, 요리사&문화기획가, 서퍼, 공예가, 미술치료사 등 구성원들의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개개인의 개성이 남다른 꽁냥장이 협동조합이 봉동읍 구암리에 거주와 창작, 놀이가 어우러지는 재미난 예술촌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토요일 오후, 완주군 봉동읍 신성마을을 지나 만경강을 지척에 끼고 있는 김광열 대표의 집을 찾았다. 꽁냥장이의 구성원 9명과 영입하기 위해 공을 쏟고 있다는 서울에서 놀러 온 젊은 예술인 2명 등 총 11명이 거실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일요일 물놀이와 늦가을 그림전을 궁리하고 있었다.

-예술촌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예술촌이라고 부르니 뭐 대단한 일을 벌이는 것 같은데요. 이왕 노는 거 더 신나게, 제대로 놀자고 하는 일이에요.

-제대로 놀기 위한 예술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꽁냥장이 멤버가 12명인데, 현재 봉동과 삼례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특히나 젊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주거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지요. 여기 설래(귀촌 5년 차, 손 그림 작가) 같은 경우 2013년에 내려와 5년간 6번 이사를 했을 정도고요. 그러느니 함께 모여 살자! 창작활동도 같이 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아트마켓, 강좌, 전시도 자유롭게 열 수 있는 공간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어요. 게다가 다들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다 완주로 귀촌한 친구들이다 보니 밤 놀이문화가 부족한 걸 아쉬워했는데. 구암리 스타일의 펍(Pub)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가벼운 주머니로 언제든지 들려 음주·가무도 즐기고 다른 예술인들과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자면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알다시피 예술하는 젊은 친구들이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형편 되는대로 십시일반 모아 봉동읍 구암리에 500평 남짓 땅을 매입했습니다. 거주공간 3동과 공유공간 1동을 지을 예정이에요.

-집들을 직접 짓는다는 얘긴가요.

물론이죠. 집뿐만 아니라 땅을 고르는 작업부터 멤버들과 함께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장비들도 갖췄어요. 특히 작은 굴착기를 샀다고 하면 다들 놀라시더라고요.(웃음)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집’을 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집, 공간이 생기는 거죠. 다행히 꽁냥장이 대부분 멤버들은 주전공 외에도 목수를 꿈꾸고 있을 만큼 관심도, 재주도 많아서 직접 짓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혜정 씨(귀촌 5년 차, 커뮤니티 까페 ‘우마왕’ 운영) 같은 경우는, 요리도 하고 문화기획도 하고 있는데 심지어 완주여성직업체험 프로그램의 소목 분야 강사로도 활동할 만큼 집짓기에 일가견이 있거든요.

-서로 품앗이한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서로에게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8,700원을 계산해 주려고 해요. 굳이 350원을 높인 이유는 계산할 때 편하려고요.(웃음) 물론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크고요.

-구성원 간 신뢰가 깊은 것 같습니다. 꽁냥장이 협동조합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제가 완주에 내려오고 그다음 해니까, 2013년 즈음 만들었네요. 초창기 때는 14명이 함께 했는데 몇몇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그 빈자리는 완주로 내려온 또 다른 젊은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채우게 되면서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습니다.

-완주가 일찍부터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공동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영향을 받은 건가요.

애초에 꽁냥장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때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이나 협동조합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자거나 하는 거창한 목적이 있던 건 아니었고요. 기반 없이 귀촌한 예술가들의 비빌 언덕 내지는 혼자 놀기 심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면 더 신나지 않겠나 하는 소박한 이유가 컸어요. 다만 당시 완주군에서 지원하는 공동체지원사업들이 많아서 관심을 갖게 됐고 이왕에 모여 활동하는 거 조합을 만들어 지원사업도 참여해봅시다! 했던 게 직접적인 설립 계기가 됐죠.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 분위기도 그렇고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꽁냥장이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규정이나 정관에 매이지 않고 원하는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느슨하고 유연한 연대지만 가깝게 들여다보면 서로를 튼튼하게 지지해주고 있는 그런 형태.

-구성원 모두가 귀촌자들이신데 지역민과의 관계 맺기는 어렵지 않았는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인데 지역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죠. 초창기 땐 삼례에서 지역단체들과 함께 ‘꽁냥마켓’을 열어 안심먹거리장터, 생활공예장터, 리페어장터, 어린이장터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 프러포즈 축제, 와일드푸드축제, 나는 난로다 같은 지역축제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 참여를 통해 수입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민들과 더 가깝게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활동만큼 구성원 간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많죠. 개성 강한 예술인들이 모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꼭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각자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얘기하고 혹 다른 의견이 있어도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입장이에요.

-예술공동체생활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서 도움이 될 사례들을 찾고 있어요. 올해 완주문화재단에서 완주 예술가들의 해외 배낭여행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었는데, 운 좋게 저희 팀이 선정됐어요. ‘Viva Viva_살아있는 삶’이라는 주제의 여행기획안인데.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예술인 마을들을 다녀올 계획이에요. 이은희 씨(공예가), 우혜정 씨(요리사&문화기획가), 설래 씨(손그림 작가)가 보름 동안 다녀올 거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마을들을 다녀오시나요.

(이은희) 판자라 마을과 마리날레다 마을, 말라가까지 3곳을 다녀올 계획이에요. 판자라 마을은 인구 280여 명의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7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정착하며 활동하고 있는 곳이에요. 특히 마리날레다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시골 마을이지만 자체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자급자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 작동 기제를 들여다보고 싶은 곳이고요. 말라가는 워낙에 문화예술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라 다양한 마켓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들려올까 해요.

-꽁냥장이 멤버들이 구암리 예술촌에서 꿈꾸는 삶은 어떤 건가요.

조금씩 생각들이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의 삶이 아닐까요. 적당히 벌고 재밌게 살자! 예술가로서 작품 활동하고 전시와 마켓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삶터와 일터가 일치하는 삶이면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송은정(문화기획가·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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