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마무리 짓고자 25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한 왼손 투수 류현진(32)이 새 팀에서도 99번을 달까.
류현진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99번을 토론토에서도 달면 상당한 영광을 누림과 동시에 새로운 기록도 쓴다.
야구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과 베이스볼얼머낵에 따르면, 토론토에서 1977년 창단 이래 등 번호 99번을 쓴 이는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르네 곤살레스(1991년)의 88번이 가장 높은 번호였다. 2018년 전반기를 토론토에서 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35번을 붙였다.
따라서 류현진이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해 4년 8천만달러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토론토의 새 식구가 된 뒤 99번을 입고 기자회견에 등장하면, 토론토 구단사에서도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다. 첫 등 번호 99번 선수가 탄생한다.
류현진은 2006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래 프로에서 줄곧 99번을 달았다.
입단 당시 15번을 배정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뛰다가 한화로 컴백한 15번의 원래 주인 구대성이 이를 되찾아가면서 류현진은 99번을 택했다.
류현진은 별다른 뜻 없이 99번을 택했다고 설명했지만, 훗날 한화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뜻에서 99번을 계속 달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KBO리그 출범 후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를 석권한 류현진은 99번을 휘날리며 ‘괴물’ 투구로 한국 야구를 평정한 뒤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2013년 로스앤젤레스다저스에 진출했다.
KBO리그에서 MLB로 직행한 최초의 선수인 류현진은 올해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빅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라는 이정표를 세웠고, 토론토와 역대 코리안 빅리거 투수 최대 규모로 계약했다.
아이스하키의 나라인 ‘단풍국’ 캐나다에서 ‘99’는 가장 존경받는 숫자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아이스하키의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캐나다 출신 웨인 그레츠키가 99번을 달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2000년 2월 7일, 그레츠키의 99번을 지금도 유일한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선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42번이 유일한 전 구단 영구 결번이다.
이런 위상을 고려하면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99번을 배정받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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