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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이제 그만] (중) 현황 - 증거 없어 인정율 ‘저조’… 상명하복 관계상 ‘쉬쉬’

노동부 전주지청, 최근 2년간 142건 신고
대부분 피해자 진술… 증거 없어 인정 어려워
피해자 보복·불이익 행위도 심각한 수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갑질(직장 내 괴롭힘) 등의 대부분은 직급이나 계급에 따른 상명하복 관계상 수면 위로 드러나기가 힘들다. 더욱이 피해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녹취나 동영상 등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된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가해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따르면 최근 2년(2019~2020년) 동안 신고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총 142건이다. 이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는 개선지도 8건, 기소 1건 등 9건(6.3%)에 불과하다. 나머지 133건은 취하 59건, 위반 없음 26건, 불기소 2건, 기타 4건 등이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이 고용불안, 2차 피해 등을 이유로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은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례 대부분은 증거가 없고 피해자 진술에 의한 것이어서 구체적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주지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참고 있던 피해자가 퇴사한 뒤 신고하면서 금전적인 문제와 맞물려 취하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노동부 전주지청 한 근로감독관은 괴롭힘 인정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례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의견이 대체로 엇갈린다”면서 “피해자는 괴롭힘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가해자는 ‘그런 일 없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데, 이는 녹취나 동영상 등 증거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증거가 대부분 없다보니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근로감독관은 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대체로 피해자가 퇴사를 한 뒤에 그동안의 괴롭힘 사례 등과 금전문제까지 얽혀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후 금전문제가 함께 해결되거나 합의 등이 이뤄지며 고발을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보복이나 불이익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2월에 받은 직장갑질 제보 397건 중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10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신고한 건수는 86건(41.0%)이었는데, 이후 보복을 당한 경우는 26건(30.2%)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29일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현황에서도 신고 이후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조사 결과 신고 경험자의 절반 이상(53.8%)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그중 69.2%가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는데 세부 유형으로는 ‘징계, 근무조건 악화’(61.1%)가 가장 많았다.

채움 노무법인 윤석호 대표는 “그동안 사용자들은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많이 부족하지만 피해자들이 일정부분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정원·최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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