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성장했던 고향마을을 찾아 남모르게 쓰레기를 주워 온 한 주민의 선행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무주군 무주읍에 거주하는 이영오 씨(55)의 두메산골 고향은 설천면 미천리 중미마을이다.
이 씨는 1990년부터 망망대해를 누비는 해외 유조선의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한번 출국하면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을 바다 위에서 생활한다. 긴 항해가 끝나고 귀국해 무주에서 지내는 기간은 길어야 4개월 남짓. 지난해 11월 초 귀국한 이 씨는 코로나19 자가 격리를 겸해서 오랜만에 나고 자란 고향 중미마을을 찾았다.
구수하고 정겹던 고향마을 정취 대신 그를 맞아준 건 농약 빈병과 깨진 병조각들, 들판에 군데군데 널브러진 폐비닐 나부랭이였고 그것들을 접한 그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구수한 흙내, 풀숲과 개울이 어우러진 산수화 속 내 고향은 없어지고 드문드문 쓰레기로 가득한 마을을 보았을 때 너무너무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매주 2~3일 이상 고향마을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중미마을에서 시작된 그의 조용한 쓰레기 수거활동은 점차 무대가 확대돼 인근의 내북마을, 외북마을, 미천마을로까지 이어졌다.
그가 마을 하천주변과 들녘을 누비며 수거한 쓰레기는 100ℓ 들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 300여개 분량을 훌쩍 넘긴다. 쓰레기봉투 구매도 본인만의 몫이었고 폐비닐과 빈병 등 수거한 쓰레기들은 손수 자가용을 이용해 옮겼다. 쓰레기양이 많아 도저히 혼자 감당하지 못할 때엔 가끔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수거에 열정을 쏟았다.
그의 이 같은 노력과 헌신적인 봉사로 마을 하천주변과 들판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인근마을 이장들은 설천면 이장회의를 통해 타의 모범이 되는 이 씨의 아름다운 선행을 알렸고 설천면행정복지센터(면장 김영수)는 지난달 26일 쓰레기 수거 선행을 펼친 이 씨에 대한 표창 수여식을 갖고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이 씨는 “처음에 폐비닐과 깨진 빈병 등 들판에 널브러진 갖가지 쓰레기를 볼 때만 해도 저걸 다 언제 치울까 하는 부담감이 컸지만 이렇게 어느 정도 청결한 모습을 보게 되니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몇 달간의 휴가를 끝내고 그는 다시 삶의 현장인 싱가포르로 향해야 한다. “보람찼던 이번 휴가를 계기로 앞으로 귀국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겠다”는 그의 말에서 남다른 고향사랑이 묻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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