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넘어 글로벌 대회로"… 장수 트레일레이스 김영록 대표
“트레일 런닝, 쉽게 얘기하면 산악 마라톤입니다. 도심이 아닌 자연 속 흙, 숲길을 달리는 스포츠인데요. 평상시 자기 생각을 잘 안 하잖아요. 산에서 달리다 보면 오롯이 자기에 몰입하여 숨겨진 나를 만나게 됩니다. 물 한 모금의 소중함도 느끼고 특히,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이겨내고 완주한 성취감, 이것이 다시 또 달리게 하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장수 트레일레이스를 운영하는 김영록(33) 대표가 달리는 이유다. 지난달 말 전국의 트레일 러너 2,000여 명이 운집해 한가로운 장수읍에 축제 이후 대규모 인파로 북적였다. 장수러닝크루(대표 김영록)가 주최·주관해 9월 27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4회 장수트레일레이스 대회에 국내·외 1800여 명의 선수와 운영 스태프 200여 명 등 총 2,000여 명이 참여해 △20K △38K-P(팔공산) △38K-J(장안산) △70K △100K-U(울트라) 코스까지 총 5개 코스를 달렸다. 이날 대회의 중심에 장수러닝크루 김영록 대표가 있었다. 경기도 시흥이 고향인 김 대표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중 만난 아내 박하영 씨를 따라 2020년 12월 장수로 귀촌했다. 처음엔 혼자 달리다 이듬해 청년 5명이 모여 런닝크루를 결성하고 최대 30명이 모여 달렸다. 그는 “처음엔 지역 청년들과 소규모 행사도 치르는 등 청년 활동에 참여하다 2022년도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청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 공모에 선정돼 트레일레이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호주에 가기 전 2016년 행사를 주최하는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발판으로 그해 제1회 대회는 미약했으나 올해 제4회 대회는 전국 규모를 넘어 글로벌 대회로 성장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장수 트레일 코스 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은 “장수 코스는 다른 지역보다 흙과 숲속 구간이 많아 달릴 때 몸에 부담이 안 가고 팔공산, 장안산 등 백두대간에서 내려 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코스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코스 개발을 김영록 대표가 직접 낫 들고 다니면서 군청 산림과의 도움받아 옛 고갯길을 찾아내고 마을 주민과 산악회에 물어물어 발로 뛰며 발굴한 결과물이다. 김영록 대표는 “이제 단순한 러닝크루에서 전문적으로 행사를 주최하는 락앤런(ROCK N RUN)으로 법인 사업자를 냈다”고 밝히며 “장수 청년들의 고용 창출과 행사 주최는 물론 트레일센터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트레일 코스 안내, 또 직접 제작한 상품 또는 아웃소싱한 제품을 판매해 안정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장수 대회가 체계화되면 전라북도 시리즈 대회를 기획해 시·군 리그를 거쳐 포인트를 매겨 장수에서 파이널 대회를 개최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특히 “마니아층을 위한 장거리 100마일 코스와 200K, 300K 코스도 산과 산을 잘 연결하면 충분히 좋은 코스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여기에 반려견과 함께 뛰는 캐니 크로스, 아이들이 뛰는 키즈 레이스 그리고 잠자고 또 산을 달리는 스테이 레이스 대회도 만들어 다양성도 더할 생각이다. 영화 속 포레스트 검프는 무작정 달린다. 달리기는 그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해주고, 성공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오늘도 ‘달리기의 고통은 삶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며 달리기에 매진하는 김영록 대표의 앞날에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의 존재지만 그의 행운이 깃들기를 소원한다. ‘한국의 샤모니’를 꿈꾸는 장수군은 트레일레이스를 운영하는 김영록 대표를 도와 대회를 지원하고, 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