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 초기에 왜군의 전라도 진격을 막아 전세를 확 바꾼 일대 전기가 된 사건이다. 이순신장군이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의 어원이 되는 전투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 첫 육상 승전보로 호남방어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며, 당시 전투를 이끈 황진 장군은 1593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10만의 왜군 본군에 맞서 항전하다 장렬히 전사했다. 웅치와 이치는 단순히 전북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됐던 전투다. 뒤늦게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웅치·이치전투는 아직 뚜렷하게 각인되지 못했다. 한산대첩, 진주대첩, 행주대첩 등은 국운을 뒤바꾼 전투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웅치·이치전투는 아직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그간 지역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러한때 웅치·이치전투 기념사업회(상임대표 두세훈)가 웅치전적지에 호남 임진왜란 전쟁기념관 건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기념사업회는 문화재청과 전북도,완주군에 이의 필요성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웅치전투를 이끌며 전주성을 지킨 황진 장군은 임진왜란의 영웅임에도 황진 장군 기념관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퇴색된 무인석만이 쓸쓸히 자리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웅치전적지의 국가사적화에 머물면 안되고 그 후속조치로 반드시 호남 임진왜란 전쟁기념관과 문화재청 직속 웅치전적지 탐방거점센터 건립 등이 필요하다는 거다. 구태여 그런것까지 필요하느냐고 묻는 것은 단견의 소치다. 오늘 현재는 과거 숱한 역사가 축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피해를 보는 것조차 꺼려하는 요즘,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던졌던 선조들의 웅혼한 기개는 길이 전할 필요가 있다. 추후 웅치전적지 관련 종합정비계획에 이들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완주군, 전북자치도는 물론, 문화재청이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바다에는 이순신 장군, 육지에는 황진 장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진 장군은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이었다. 과거의 역사를 오늘에 생생하게 재현시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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