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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성 밟고 돌며 소원 빌어볼까…'고창 모양성'

윤달 돌 머리에 이고 세바퀴 돌면 극락승천 전설

고창읍성 답성놀이. ([email protected])

청명한 하늘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색도 느끼고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여행지는 없을까? 고창 모양성. 그곳에 가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굳건한 조선조의 성곽과 환란에 대비한 선조들의 유비무환 정신, 그리고 성밟기를 통해 무병장수를 꿈꾸는 미래까지. 돌을 촘촘히 쌓아 만든 모양성의 모습처럼 이 모든 것이 성 안팎에 스며들어 있다.

 

▲ 군사요충지 관광 명소되다

 

높이 4~6m, 둘레가 1684m에 달하는 고창읍성, 일명 모양성은 조선시대 단종때(1453년) 축조됐다. 정읍의 입암산성과 영광의 법성진성과 연계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던 곳이다. 고창 주민들은 물론 영광, 부안, 진안, 제주 등 전국 14개 자치단체 마을에서 사람들이 동원됐다. 외침에 대비해 지은 성곽이 그러하듯 모양성에는 치성(雉城), 해자 등 요충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크고 작은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읍내 중심지 바로 곁에서 500년이 넘는 역사의 읍성을 만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경험이다. 일제가 읍성 철거령을 내려 우리 역사를 말살하려 했던 그 시절에 용케 살아남은 모양성은 동·서·북문 3개의 옹성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성곽에 오르면 시내 전경은 물론 노랗게 물들고 있는 고창 벌판과 울긋불긋 물들기 직전인 방장산의 호젓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조들이 축조한 군사요충시설이 이젠 후손들의 관광명소로 거듭난 셈이다.

 

동리 신효재 고택. ([email protected])

▲ 답성놀이하며 무병장수 기원

 

모양성에는 답성(踏城)놀이가 전래되고 있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벽을 밟으며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성밟기는 저승문이 열린다고 하는 윤달에 밟아야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중에서도 윤삼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런 풍속은 실제 겨울동안 얼었던 땅이 녹을 무렵, 성곽을 튼튼히 다지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음력 9월9일 모양성제때 성밟기 놀이가 재현된다.

 

모양성을 도는 일은 굳이 극락승천의 전설이 아니더라도 발품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다. 성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하늘을 뒤덮은 노송과 빽빽하게 들어선 맹송죽은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성곽 밖 세상도 운치를 더한다. 남쪽에 자리한 노동저수지의 한적함과 서문 쪽으로 펼쳐진 시내 전경, 동문에서 바라보는 방장산의 위용은 눈이 호강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 동리 고택과 판소리박물관

 

모양성의 원형에 반하고, 답성놀이 전설에 흠뻑 취한 관광객들이 흔히 놓치기 쉬운 곳이 바로 동리 신재효 고택과 판소리박물관이다. 모양성 주차장 입구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지만 성만 둘러보고 이곳을 들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고 있는 판소리의 탯자리를 알고 싶다면 이곳을 꼭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동리는 조선 후기의 판소리 이론가이자 작가로 가선대부 호조참판 등을 지냈다. 종래 계통 없이 불러 오던 광대소리를 통일해 '춘향가'와 '심청가'등 여섯마당으로 체계를 이루고 판소리 사설문학을 이뤄냈다.

 

생가는 동리가 후학을 양성한 곳으로 활용됐으며 김세종, 전해종, 진채선, 허금파 등 숱한 명창이 동리 생가에서 소리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소리박물관은 동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8년 개관, 신재효의 유품과 고창 지역의 명창, 판소리 자료 등 총 1,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은 소리마당과 아니리마당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돼 판소리의 기원과 판소리 시연 모형, 판소리 계보, 신재효·진채선·김소희 등 이 지역 출신 명창들을 소개하고 있다. 북과 북채로 영상에 맞춰 직접 소리를 흉내낼 수 있으며, 소리를 주제로 한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2층에는 진환의 서양화와 김옥균의 친필, 김정희의 간찰 등 8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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