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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프로파이터 김영수 관장이 말하는 이종격투기 세계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멘 김영수 관장 ([email protected])

지난달 27일. 전북 현대와 일본 세레소 오사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전북 6-1 승)을 앞두고 이번 주 '레저판' 이야깃거리를 궁리했다. 무작정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이종격투기 당첨! 언필칭 통섭(通涉)과 융합(convergence)의 시대요, '선차성'(先次性)이 무너진 포스트모더니즘 따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돌연변이 닌자 거북, 아니 이종격투기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정통과 서열보다 '지금 여기'의 실력을 존중하는 '날(live)스포츠 세계'를 탐험하러 이날 오후 전주시 금암동 '퍼스트짐'(First Gym)을 급습(?)했다.

 

한눈에 봐도 '사이즈'(size)가 다른 두 청년이 거울을 보며 '원투 스트레이트 훅' 콤비네이션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키 186㎝, 몸무게 88㎏인 이승연 씨(23)와 키 170㎝, 몸무게 59㎏인 전북대 식품영영학과 2학년 이용백 씨(23)였다.

 

'이종격투기 선수 지망생'인 이승연 씨는 전주대 1학년 때까지 씨름 선수였다. 지난 6월 제대 후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체육관에서 '산다'. 아마추어 시합에서 "1번 이기고, 2번 졌다"는 그는 "지금은 기초를 배우는 단계이고, 해외 큰 대회에서 뛰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까만 뿔테 안경을 쓴 이용백 씨는 "TV에서 본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멋있어 보여서" 2주 전 체육관에 등록했다. 실제 시합 라운드(3분 시합·1분 휴식)에 맞춰 규칙적으로 울리는 전자 종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현역 '프로 파이터'인 김영수 관장(32)을 인터뷰했다.

 

△ 이종격투기(종합격투기)란.

 

'퍼스트짐' 김영수 관장의 시합 장면 ([email protected])

이종격투기는 서서 때리는 것도 가능하고, 레슬링이나 유도로 메쳐도 된다. 그라운드 상황에선 타격뿐 아니라 꺾고, 조르기도 가능하다. 최소한의 룰(rule)만 있는 셈이다. 초창기에는 거의 무규칙이었다. 점점 스포츠화하면서 룰이 강화돼 사커킥(soccer kick)이나 스탬핑킥(stamping kick), 그라운드 상황에서의 니킥(knee kick) 등 상대방에게 심각한 부상을 줄 수 있는 기술이 금지됐다.

 

△ 언제 알았나.

 

7살 때부터 유도·합기도·킥복싱·무에타이·복싱·주짓수 등 안 해본 운동이 없다. 고등학교(김제고) 때 같이 운동하던 형이 미국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초창기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줬다. 우리나라에 이종격투기가 들어오기도 전이다. 호이스 그레이시, 켄 샴락 등을 보고, 혼자 (합기도) 체육관에서 연습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동영상도 찾아보고, 독학했다. 당시 국내엔 누군가를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2년 공익근무할 때 'WKF 종합격투기대회' 70㎏ 이하급에 나갔다. 첫 판을 이기고, 두 번째 판에 암바로 졌다. 그때는 그라운드가 뭐고, 주짓수가 뭔지 몰랐다. 제대하자마자 가방 하나 싸들고 부산으로 갔다. 당시 주짓수 체육관은 서울에 한 군데, 부산에 '콘데코마'라는 주짓수 동호회가 있었다. '콘데코마'는 브라질 그레이시 가문에 유술을 알려준 일본인 마에다 미츠요의 별명이다. 유술의 일본식 발음이 주지츠인데, 브라질로 넘어가면서 영어식 발음 주짓수로 정착했다.

 

△ 모두 몇 단인가.

 

합기도 5단이다. 나머지는 단증이 없다. 킥복싱이나 무에타이는 지금 가서 '단 주세요' 하면 5단은 줄 거다. 단증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격투 스포츠에 단과 급이 있다면 그것은 사기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레벨(level)을 나타낸다.

 

△ 대회는 자주 있나. 성적은.

 

한참 때는 1년에 열 게임도 했다. 체육관을 운영하면서는 1년에 서너 게임 정도 나간다. 2005년 사우스이스트아시안(SEA) 그래플링대회 챔피언, 아부다비컴뱃(ADCC) 한국 예선전(77㎏ 이하)서 우승했다. 현재는 'DMF 종합격투기대회' 챔피언(70㎏ 이하)이다. 다음달(10월) 9일 같은 대회 무에타이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한다.

 

△ 다친 곳은.

 

멀쩡한 데가 없다. 손목·무릎·어깨 등…. 오른쪽 손목은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미루고 있다. 수술하면 기브스를 한 상태에서 운동을 못 가르치지 않나. 선수들은 시합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다친다. 하루 8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서 데미지가 누적되고, 악화된 것 같다.

 

△ 결혼은.

 

1년 됐다. 집사람(박수진·34)은 언니랑 피아노학원을 운영한다. 현재 임신 7주째다. 집사람은 내가 시합 나가는 걸 제일 반대하지만, 막상 나가면 제일 응원하는 사람도 집사람이다.

 

△ 롤(role·역할)모델은.

 

국내엔 없다. 대부분 나보다 늦게 시작했거나, 같은 시기에 시작한 선수들이다. 외국 선수로는 요하킴 한센이나 반데라이 실바처럼 저돌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을 좋아한다.

 

△ 체육관은.

 

2006년 5월 문을 열었다. 처음엔 마니아들만 운동을 했다. 10명에서 20명 사이였다. 전부가 선수였다. 지금은 관원이 60여 명이다. 20대 대학생이 절반이고, 30·40대 직장인도 있다. 47세가 최고령이다. 여성 관원은 7명이다. (이유가) 다이어트가 절반, 호신술이 절반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TV나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온다.

 

△ 초보자 지도는.

 

기본적으로 킥복싱과 주짓수를 같이 알려준다. 3시간이 기본이다. 1시간 반은 주짓수, 1시간 반은 무에타이나 킥복싱 기본기를 가르친다. 주짓수는 선수건 취미로 하건 한 타임에 전원이 같이 운동한다. 주짓수는 몸으로 다 받아줘야 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때문에 따로 운동할 수 없다. 초보자는 고참이나 레벨이 높은 사람과 파트너로 묶어주면, 고참들이 알아서 알려준다.

 

△ 배우려면.

 

체육관에 오기만 하면 된다. 선수반은 훈련 방식이 혹독하고, 강압적이지만, 취미반은 자유롭다. 동양 무술이 아니다 보니 사범이 앞에서 알려주면, 누워서도 보고, 다리 뻗고서도 본다.

 

△ 이종격투기의 매력은.

 

육체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겸손해지는 법이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이어트도 된다. 10㎏ 이상 감량한 사람들이 많다.

 

△ '어깨'(조폭)들이 시비 건 적은.

 

거의 없다. 처음부터 받아주지 않을뿐더러 나와 스파링하고 나면 일주일 안에 도망간다. 그 친구들은 배우려고 오는 게 아니라, 빨리 써먹고 싶은 불순한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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