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간이나 솜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료 자체가 신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은 신선한 재료로 말하는 장르다. 혹자는 재료 자체가 음식의 9할을 차지한다고도 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고창IC 입구에 자리한 나들목해물아구찜은 아귀 요리를 제대로 하는 곳이다. 아니, 신선하면서도 좋은 아귀만을 엄선해 맛깔진 찜요리를 내놓는 식당이라는 표현이 옳겠다.
동갑내기 박성관·김미화(42)씨 부부가 어머니 임정자(67)씨와 함께 꾸리고 있는 이 음식점의 크기는 크지 않다. 하지만 신선한 맛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하루 이틀 사용할 아귀만 2~3일에 한차례 가져오기 때문이다. 생생한 아귀찜 맛의 비결인 셈이다.
요리를 도맡고 있는 박 씨는 "여타 식당에서는 아귀 4마리에 10kg하는 것을 요리로 하지만 우리 식당에서는 '6마리에 20kg'하는 아귀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귀살의 풍부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해물아귀찜은 매콤한 양념과 담백한 아귀살의 하모니가 압권이다. 홍합과 새우, 미더덕 등 각종 해산물에 이 집만의 양념비법으로 맛을 냈기 때문이다. 아귀찜 한 젓가락에 목이 칼칼해질 정도로 얼큰함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그러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젓가락이 아귀찜으로 향할 정도다.
좋은 재료도 명장을 만나야 작품이 되듯 신선한 아귀도 제대로 된 양념을 만나지 못하면 음식이 아닌 해물에 불과할 뿐. 신선한 아귀에 맛이라는 점을 찍어준 이 집의 양념비법은 박씨가 직접 개발했다. 보통은 고춧가루만 가지고 맛을 내지만 박씨는 양념장을 만든 뒤 연한 불에 장시간 동안 달여낸다고 한다. 이 양념장이 아귀찜을 입에 넣었을 때 겉돌지 않고 깊게 우러나오는 맛을 내는 원천인 듯 싶다. 이 맛을 내기 위해 박씨가 버린 아귀만 3톤을 넘고, 전국 식당을 안돌아본 곳이 없다고 한다.
아삭거리는 콩나물과 함께 아귀찜을 다먹은 뒤에 비벼는 비빔밥도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날치알과 함께 비벼놓은 밥은 씹는 맛과 고소한 맛을 동시에 줘 마지막까지 입을 즐겁게 한다.
아귀찜과 함께 나오는 연포탕은 이집의 향긋한 별미다. 고창에서 나오는 주꾸미로 만든 연포탕은 아귀찜의 매운맛을 한꺼번에 날려보낼 정도로 시원하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북어대가리와 새우, 그리고 천연양념으로 3~4시간 우려낸 육수로 만들어 가능한 깔끔한 맛이다.
가을 보양식으로 유명한 낙지를 내놓는 낙지연포탕에 식도락가의 입을 즐겁게 하는 이집의 메뉴다. 갖은 재료로 우려낸 육수에 산지직송의 낙지를 한가득 넣고 콩나물과 신선한 야채가 얹어져 나오는 연포탕은 끓기 시작할 때 바로 건져 먹는 낙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럽고 연하고 쫄깃한 낙지의 맛과 속이 뻥뚫릴 것 같은 국물의 시원시원함이 입을 호사스럽게 한다.
이 집 반찬도 아귀처럼 맛이 깔끔하고 신선하다. 가정식으로 정성스레 담은 고추장아찌와 호박무침, 미역줄기무침 등 7~8가지가 곁들여진다.
▲가격: 해물아구찜(중)=35,000원, 낙지연포탕(1인분)=15,000원, 오리낙지철판=30,000원, 복분자칼국수(1인분)=5,000
▲예약전화: 063-56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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