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진객,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먼 길을 찾아왔다. 혹독한 추위를 피해 시베리아와 몽골, 중국 등지에서 수천㎞를 날아와 금강 하늘을 수놓는 황홀한 생명의 비상. 쇠기러기, 청둥오리, 가창오리, 큰고니, 개리 등 금강호를 찾은 30여종의 날갯짓이 반갑기만하다.
탐조(探鳥) 여행의 계절이다. 겨울 나들이에 나선 가족과 연인 등은 수십만 마리의 화려운 군무에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만큼 경이롭고 벅찬 감동을 어디에서 찾을까. 한마디로 장관이다.
짧아진 겨울 해가 금강하구둑 너머로 기울면서 천리를 흘러온 금강이 새빨갛게 물들 무렵, 군산 나포면 금강 상공은 느닷없는 무리에 검게 변한다. 금강호에서 휴식을 취하던 가창오리가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강호 수면 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무쌍한 군무. 수십만개의 점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 거대한 구름을 흉내내는 듯 하다. 때론 회오리 모양으로, 때론 꽈배기 형태로 대열을 이루는 등 살아있는 생명체의 아름다운 점묘화가 관광객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다.
금강호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철새들의 소리와 이들의 움직임을 잘 살필 수 있는 관찰지로 안성맞춤이다. 강폭이 넓고 하구둑 너머 갯벌이 잘 발달돼 있어, 철새들이 먹고 쉴 공간으로 제격이다.
군산 금강철새조망대는 이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11층 조망대에 철새 및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고배율 망원경은 그래서 늘 인기다. 조망대 1층에는 조류의 진화과정과 철새들의 장거리 비행원리, 조류과학 등이 설명된 상설전시관이 마련돼 있어 생태학습장으로서 가치가 높은 곳이다. 120석 규모의 영상관에서는 금강에 서식하는 철새들의 생태를 관람할 수 있다. 동물표본실과 수족관, 곤충표본체험관, 철새신체탐험관, 금강조류공원, 부화체험장, 탐조회랑 등도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낙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창오리떼의 군무를 10층 회전 레스토랑에서 지켜보면, 음식 맛에 자연의 신비로움이 더해진다. 철새조망대의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인근에 위치한 채만식 문학관과 은파시민공원, 군산 내항, 구 조선은행 건물, 진포시비공원 등을 함께 둘러보면 탐조 여행의 재미는 배가 된다.
하지만 탐조 여행에서 관광객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철새조망대 한성우 학예사는 "철새들은 경계심이 많아 가급적 30m 이상의 거리에서 망원경을 이용해 관찰하는 것이 좋고, 화려한 옷과 큰 소리도 자제해야 한다"면서 "서식지 주변환경과 먹이를 훼손하지 않고, 철새들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지 않는 것도 시민들이 지켜야 할 유의사항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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