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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순창 '강천산 설경'

안개꽃을 나무에 뿌려놓은 듯 밝고 화사한 눈꽃 나뭇가지. ([email protected])

요즘 같은 추운 겨울 행여 몸이라도 얼을세라 중무장을 하고 강천산을 찾으면 간간히 만나는 여행객들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와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겨울 강천산에 울려퍼진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기암괴석은 두꺼운 하얀 갑옷으로 갈아입고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겨울나무들은 풍성한 눈꽃열매로 가득하다.

 

특히 높이 120m의 웅장한 구장군 폭포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위)얼음폭포로 변신한 강천산 병풍폭포의 절경. (가운데)구장군폭포가 만든 신비로운 상들리에 고드름. (사진아래) 강천사의 겨울은 수많은 세월을 감싸안을 듯 넉넉하고 포근하다. ([email protected])

거북이 형상의 바위에 길이 10m는 족히 돼 보이는 하늘빛 고드름들이 미끄러지듯 매달려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희다못해 하늘빛마저 감도는 무수한 고드름들은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며 들쭉날쭉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겨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한겨울 숨은 비경이 바로 이 구장군폭포가 만든 신비로운 샹들리에 고드름이 아닐까?

 

수려한 산세와 시원한 폭포수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폭포수도 동장군의 기세에는 어쩔수 없었던지 꽁꽁 얼어붙은 얼음 속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이 눈 덮힌 강천산의 고요를 잠깨운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걸으며 웰빙을 염원하던 왕복 5km의 황토모랫길 맨발 체험로가 하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눈부시다.

 

 

시린 발 내밀며 몇발자국 걷고 싶지만 마음뿐 매서운 강추위에 이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쌓인 눈 속에 푹푹 빠지며 살얼음 틈새로 흐르는 맑은 계곡 물소리 벗삼아 걷다보면 세상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든다.

 

안개꽃을 나무에 뿌려놓은 듯 밝고 화사한 주위의 눈꽃 나뭇가지 또한 꽤나 인상적이다.

 

미끄러질 듯 아슬아슬 가파른 계단을 쉼없이 오르다 보면 이내 구름다리에 도달한다.

 

아찔한 다리 밑 절경은 하얀 눈꽃세상 그 자체며 올라올 때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던 식은땀은 설경과 어우러진 산세를 만나면서 와! 하는 탄성으로 이어진다.

 

후들후들 떨면서도 한발 한발 내디딜때마다 긴장과 희열이 교차하는 구름다리의 묘미 앞에 매서운 동장군도 두렵지 않다.

 

더불어 만나게 되는 강천사의 겨울은 수많은 세월을 감싸안을 듯 넉넉하고 포근하다.

 

산사에서 녹차 한 잔 마시고 나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나며 묵은 이야기 보따리가 시간을 멈추게한다.

 

새벽공기 마시며 산사에서 맞는 겨울은 온 대지의 자연을 통째로 들이마시는 기분이라는 스님의 말씀대로 올 겨울 한번쯤 가족과 함께 강천산의 산사에서 새벽을 맞아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임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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