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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구불길…고슴도치 섬…마린리조트…

서해안 바닷가는 피서에 안성맞춤…전주·익산·완주선 역사의 발자취를

호젓한 군산 망해산 등산로(위), 노을이 아름다운 부안 변산 해수욕장(오른쪽), 신나게 놀 수 있는 김제 지평선 마린리조트(아래). ([email protected])

◆ 군산, 해찰하며 걷는 구불길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군산에는 구불길이 있습니다.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져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여행길이라는 뜻에서 구불길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군산시 관광과 임현씨는 "새만금 개통에 대비해 관광객 수요에 맞춘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지난 4월부터 걸어서 돌아보는 '군산 스토리(story) 여행' 코스를 개발했다"며 "걷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역사의 흔적을 만나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구불길은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구슬뫼길 등 네개의 코스로 나뉜다. △비단강길은 비단처럼 펼쳐진 금강과 인접한 채만식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 오성산, 나포십자들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문학과 역사,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진다. △햇빛길은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 자연학교에서 시작해 망해산, 임피향교, 채만식생가터, 깐치멀농촌체험마을로 이어진다. 오르막이 많아 힘들지만, 불어오는 강바람과 무성한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시원하다. △큰들길은 대야를 가로질러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채원병가옥에 들러 숨을 고른 후 최호장군유지, 발산리유적지 등을 지나며 과거와 소통할 수 있다. △구슬뫼길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군산저수지 주변이다. 작은 산들이 마치 구슬처럼 아름다운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쌍천 이영춘 박사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각 코스는 15km 내외. 일반 성인 걸음으로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식사를 하거나 농가체험을 하고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재배지와 연결되는 등 걷는 도중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배낭여행자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중간중간 리본이나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표시를 해놔 코스 이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주변에 민박이나 찜질방 등 숙박가능업소도 안내해 놨다.

 

◆ 김제, 몸으로 만드는 추억

 

김제시 문화홍보실 남혜선씨가 "김제시로 지면을 '팍팍' 할당해 달라"는 귀여운 애교까지 얹어 소개한 곳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나 아이들과 몸으로 뒹굴고 싶은 가족들에게 딱인 곳이다.

 

먼저 수상레포츠를 즐기며 수변길의 평온함도 얻을 수 있는 만경능제저수지와 마린리조트. 만경읍 만경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능제수변공원은 향토 경관수목, 창포 등 다양한 수생식물과 잔디광장,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특히 한가로운 여름밤을 즐기기에 좋다.

 

능제수변의 산책로를 따라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섬으로 가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김제지평선 마린리조트가 있다.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수상레저 조종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곳. 웨이크보드, 수상스키 등 다양한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본사 연수원과 연계한다면 1박 2일 코스로 안성맞춤이라고.

 

녹음이 우거진 모악산도립공원은 산행의 재미는 물론, 드넓게 펼쳐진 공원에서 발야구와 족구, 배구 등 야외스포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텐트 속으로 자연을 끌어들일 수 있는 캠핑도 여름밤 낭만여행으로 그만이다. 금산사 주차장에서 300m 쯤 올라가 홍예문 바로 직전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야영장이 있다. 취사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게 관리돼 있다. 주변에 있는 모악랜드에서 물썰매 등 놀이시설도 즐길 수 있다.

 

조용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벽골제와 아리랑문학관 기행코스와 하소백련지로의 나들이도 좋다. 남씨는 "3.3km 길이로 펼쳐진 벽골제 제방은 밤바람이 유난히 시원하다"며 "탁 트인 들녘에서 불어는 한줄기 바람에 더위를 싹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관광지로 조성되면서 곳곳이 꽃과 나무로 단장돼 아이들과 함께 쉬어갈 만한 곳이다. 바로 맞은편에는 아리랑문학관 있어 만경평야를 의미있게 느껴볼 수 있다.

 

◆ 부안, 전설의 고슴도치 섬

 

부안군 문화관광과 김선씨가 추천한 곳은 전설의 섬 위도. 위도는 전라북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변산반도의 서쪽 끝인 격포항에서 14km 지점, 배를 타고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위도는 섬모양이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와 '섬 도(島)'자를 써서 위도(蝟島)라 불리고 있다. 위도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홍길동이 그리던 이상세계 율도국과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의 전설이 남아있으며,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인 위도 띠뱃놀이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위도해수욕장, 논금해수욕장, 미영금해수욕장, 깊은금해수욕장 등 아담한 해수욕장들이 펼쳐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섬 특유의 특색을 잘 간직하고 있는 위도해수욕장을 꼽을 수 있다.

 

마친 소쿠리 안처럼 돼있는 위도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사장과 맑은 물, 완만한 경사로 깊지 않은 수심이, 누구나 놀기 좋은 곳이다. 주변 전망도 좋아 모래사장에 앉아 있으면 백제의 마지막 왕 부여풍이 올랐다는 왕등도의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왕등도는 조선의 마지막 유학자 전우 간재 선생이 일제 검문을 피해 유학 완성에 힘썼던 곳이기도 하다.

 

김씨는 "섬이란 특수성 때문에 관광객이 많지는 않지만, 격포항에서 위도까지 운항하는 여객선과 위도 순환버스 운행으로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위도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미영금이나 논금 해수욕장도 각기 다른 백사장과 팥알만한 몽돌로 돼 있어 촉감과 청량감이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숙박은 위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www.wisamo.com) 참고. 해수욕장 주변에서 민박을 할 수 있으며 캠프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섬 일주 관광이나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 고창, 마누라 같은 휴식 편안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고창으로 가보자.

 

고창군 관광진흥계 유영란씨는 "고창은 젊음으로 가득한 열정적인 무대는 아니지만, 펑버짐한 마누라 같은 곳"이라며 "지치고 힘들 때 너덜거리를 마음을 꿰매어 줄 수 있는 고향 같은 휴식이 있다"고 말했다.

 

선운사 입구 해안가를 시작으로 서해안 갯벌이 살아숨쉬는 줄포만을 안고 달리다 보면 동호해수욕장이 나온다. 고려에 사신으로 온 서긍이 하룻밤 유숙하면서 바라본 동백정과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바다에서의 안전을 기원하던 제사유적지 영신당이 있다.

 

동호해수욕장과 구시포해수욕장까지 연결된 해안선은 고운 모래로 유명한데,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고 부모님에게는 모래찜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만약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선비가 숨어사는 고수면 은사리에도 가보자. 애기단풍이 입구에서 방싯거리고 헤프지 않은 물소리와 때묻지 않은 도랑의 가재가 마중 나오는 순박한 마음을 간직한 휴림(休林)이 있다. 향긋한 편백나무향과 질박한 황톳집, 둥근 달항아리와 나를 찾아가는 숲 속 미술관이 있다. 마음 넉넉한 부자가 달달한 차 한잔과 정갈한 만찬을 준비해 준다. 유씨는 "화려한 도시의 유혹은 아니지만, 진정한 마음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축령산 휴림에서 높이 뜨는 별을 혼자 보기란 참 아깝다.

 

◆ 전주, 견훤의 숨결을 찾아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동고산성과 남고산성을 찾아 견훤의 숨결을 느껴보면 어떨까? 전주시 문화관광과 조영호씨는 "백제의 부흥을 꿈꾸었던 견훤의 숨결과 이야기가 담긴 동고산성과 남고산성은 후백제의 역사부터 조선시대 역사까지 흐르고 있는 특별한 여행지이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역사탐방코스"라고 소개했다.

 

후백제의 수도 전주를 알 수 있는 동고산성(전라북도 기념물 제44호)에는 견훤왕궁터가 자리하고 있다. 동고산성이 자리한 승암산 중턱에 견훤의 후백제 도성터가 발굴됐는데, 전체 188칸으로 고대 단일 건물 중 최대 규모이다. 특히 발굴 당시 출토된 연꽃무늬의 수막새와 암막새에는 전주성(全州城)이라 쓰여져 있어 이곳이 견훤왕궁터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동고산성 견훤왕궁터를 중심으로 승암산 정상에는 치명자산 성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전주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동고사도 있어 후백제의 역사에서부터 천주교 순교 성지까지 돌아볼 수 있다.

 

고덕산 자락을 따라 쌓아진 남고산성은 70~80년대 만해도 주요 소풍장소였다. 후백제 견훤이 도성인 전주의 방어를 위해 쌓았다고 해서 견훤성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성벽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조선 순조 13년(1813)에 고쳐 쌓으면서 남고산성이라 불렀다. 현재 성 안에는 남고사와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신 관성묘, 그리고 산성의 시설과 규모를 기록한 남고진 사적비가 있어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또한 남고산성이 위치한 남고산에는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 등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이 중 만경대는 산성의 서문을 향해 우편으로 높게 솟아 있는 바위의 봉우리로, 남쪽 바위 벼랑에는 고려말 정몽주가 남긴 우국시를 찾아볼 수 있다.

 

조씨는 "동고산성과 남고산성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과 가깝게 위치해 있어 여름방학을 맞아 한옥마을과 함께 돌아본다면 후백제에서부터 조선시대, 근·현대사까지 천년전주역사를 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완주, 천년고찰 품은 불명산

 

완주에는 천년고찰 화암사를 품어 안은 불명산이 있다. 화암사는 시나 수필의 소재가 될 만큼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불명산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완주군 경천면과 운주면 접경 지대에 있는 불명산은 해발 428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여러 개의 산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화암사는 극락전과 우화루, 적묵당과 조사당이 동서남북 ㅁ자형으로 건축돼 있는 특수한 형태다. 특히 보물 663호인 극락전은 명나라 건축양식을 수용한 우리나라의 유일한 건물이며, 보물 662호인 우화루는 공중 누각식 건물이다. 완주군 관광진흥계 송미경씨는 "자연적인 지형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선인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 있는 동종은 높이 107cm, 아래지름 70cm로, 종머리에는 용을 섬세하게 조각한 고리를 달고 윗부분에는 당초문을, 아랫부분에는 연꽃무늬를 조각해 놓았다.

 

완주의 대표적인 먹거리 민물고기 매운탕과 화산붕어찜, 토종닭백숙 등도 챙겨먹자.

 

◆ 익산, 서동 선화 숨바꼭질

 

익산시 문화관광과 김흥순씨는 "서동공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술과 사랑이 공존하는 감성공간"이라며 "이번 휴가에 익산 서동공원은 꼭 들러달라"고 주문했다.

 

한반도 모양의 금마저수지를 끼고 있는 서동공원은 익산시 금마면 동고도리에 위치해 있다.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하얗게 뒤덮인 용화산 자락이 눈을 유혹하지만, 여름의 하얀 수국도 이에 못지 않다.

 

중앙광장에는 백제 무왕 동상이 서있는데, 광장 주위로 분수가 힘차게 물을 뿜어내며 무왕의 패기를 전한다. 서로 눈을 맞추고 있는 서동선화 조각상과 '서동요' 조각을 비롯한 98점의 조각들을 보는 것도 재밌다.

 

특히 저수지 왼편으로 난 길은 자전거 하이킹과 산책코스로 적당하며, 그 길로 쭉 올라가다 보면 단아한 나무 정자가 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다.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4인용 마차자전거를 타면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주차장 윗편에는 마한의 주거지와 무덤 등에서 출토된 토기와 옹관, 농기구, 동검, 석검, 화살촉 등이 전시된 마한관이 있어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도휘정·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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