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은 어디로 떠나도 즐겁다.
그러나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선뜻 길 떠나기가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볼만한 관광지에는 많은 사람이 오기 마련. 여행지를 정하는데 신경써야 할 대목이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그래서 가족간의 대화와 가족 구성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여행, 편안한 여행으로 잡았다.
여행지는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갈대 숲과 인근의 낙안읍성, 1박2일의 잠자리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겨냥해 들어선 디오션리조트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 역사의 숨결 낙안읍성
토요일 아침, 미리 준비한 음식물과 옷가지를 챙겨들고 4인의 가족이 전주를 출발했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우산도 준비했다. 남원으로 내려오는 도로 위의 하늘은 적당한 구름이 가려주고 있었다.
지날 때마다 영감을 주는 지리산을 통과해 구례에서 순천까지, 출발이 조금 늦어진 감을 가지고 초행길을 서두르다 보니 곳곳에 과속감지 카메라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길옆으로 스치는 남도의 산하를 느긋하게 감상하며 낙안읍성으로 연결되는 산길을 들어섰다.
가을 정취는 여기저기 자태를 뽐내는 감나무밭에서 느낄 수 있었다. 주렁주렁 먹음직스럽게 열린 잘익은 감들이 남도의 풍요를 노래하는 듯 했다.
비 온다던 예보는 다행히 현실과 달라 여행내내 좋은 날씨를 선사했다.
전남 순천시 낙안읍에 있는 낙안읍성은 마침 남도음식축제가 열려 수만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남도의 다양한 음식장터는 물론, 축하 이벤트까지 가을햇살 아래 읍성 안팎이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4-5년전 초등생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던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주변 교통시설은 물론, 성내와 성외 보호구역이 훨씬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낙안읍성의 역사는 마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 때는 파지성, 분차, 분사라고 불렀고 조선 태조 때는 왜구가 침입하자 이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왜구를 토벌한 역사도 있다. 1983년에 사적 302호로 지정돼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성내 13만5597㎡, 성외 보호구역 8만7511㎡의 면적에 120세대 288명이 거주하며 다양한 체험공간도 마련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성곽은 1410m에 달하며, 성곽위를 걸으며 주변경관을 조망하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중요민속가옥 9동도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돼 있고 객사 1동과 노거수 14주는 도지정문화재, 임경업 군수 비각 1동이 도문화재자료로 등록돼 있다.
우리는 한시간여에 걸쳐 성내와 성 외곽 돌담길을 돌았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다는 아이들의 평이었다.
▲ 드디어 순천만으로
오후 두시반쯤 서둘러 순천만으로 향했다. 30분 정도 내려가니 잘 단장된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기대감도 잠시, 거대한 주차장에 들어선 차량들이 숨을 막히게 했다. 늘어선 차량 틈속에서 겨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갈대열차 예약을 위해 가족들을 내리고 주차했다.
그런 노력도 허사였다. 때마침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는 포크페스티벌이 열려 투어기차가 멈춰선 것. 부랴부랴 유람선 매표소로 향했으나 이마저 매진된 상태. 해질녘 순천만을 감상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7080 포크송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잘 가꾸어진 생태관과 광장을 지나 갈대숲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고 갈대사이로 부교처럼 놓여진 길을 따라 탐방했다. 5.4㎢의 광활한 갈대밭은 기울어가는 햇살에 엄청난 기운을 내뿜었다. 압도적이었다.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됐고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순천만은 생물학적 가치로 지난해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됐다.
주말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금 일찍 출발해 순천만의 모든 것을 경험한 후 낙안읍성으로 향해도 될 것 같다.
다섯시쯤 순천만을 뒤로 하고 여수로 향했다. 초행길인데다 저녁음식을 현지에서 조달하느라 고픈 배를 달래며 늦은 저녁을 먹었다.
1박은 여수시 소호동에 들어선 디오션 리조트. 잘 꾸며진 쾌적한 리조트로 연중 객실이 붐빈다. 미리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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