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맛&여행] ④김제 죽산수로 붕어낚시

툭 솟는 '찌맛' 힘 겨루는 '손맛'…초겨울에 맛보는 수로낚시

"아빠~ 잡았어요. 커요. 도와주세요."

 

열 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아이가 뼘치는 족히 돼 보이는 누치를 물에서 끌어내 놓고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빠는 아들이 낚은 물고기에서 바늘을 빼내고 살림망에 조심스럽게 담는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아이는 또 다른 물고기를 낚기 위해 바늘에 떡밥을 달고 제법 능숙하게 던진다.

 

김제 부량면 옥정리 군포교 아래 동진강 줄기에서 한 가족이 낚시를 하고 있다. 살림망 안을 들여다 보니 상당수의 누치를 잡아 놓았다.

 

군포교 조황을 확인했으니 인근 죽산수로(김제시 죽산면)로 향해 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죽산교 아래 석축지대는 수많은 조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낚시대회를 방불케 한다. 최근 낚시방송에 이곳이 소개되면서 평소보다 많은 조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 전층낚시(표층부터 바닥까지 고른 수심층을 공략하는 일본식 낚시)를 구사하는데 여기저기서 굵은 떡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석축지대는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어 기자는 비교적 한산한 반대편에 자리를 잡아 본다.

 

채비는 바닥낚시(바늘이 바닥에 닿는 전통 기법)다. 낚싯대는 3.0칸(1칸=1.8m)과 3.2칸 두 대를 펴고 미끼는 글루텐과 지렁이를 함께 달아 보았다.

 

기자의 살림망. 해질녘부터 약 3시간의 낚시에 잉어 2마리와 떡붕어 1마리, 동자개 3마리의 조과를 올렸다. ([email protected])

 

한참의 밑밥질 끝에 찌가 스물스물 잠기는 입질이 온다. 챔질과 함께 올라 온 것은 상당한 크기의 동자개다. 이 녀석은 '빠가사리'란 별칭에 맞게 입으로 '빠가빠가' 소리를 낸다.

 

동물성 미끼만 먹는 동자개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지렁이를 빼고 떡밥만 달아 던져 본다.

 

잠시 후 찌가 살짝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쭈욱 솟아오른다. 이정도의 찌올림이면 씨알 좋은 토종붕어일 듯 싶어 흥분된 마음으로 챔질을 한다. 쉬익~. 대 끝이 묵직하다. 이윽고 끌려 나온 녀석은 8치급 떡붕어.

 

어느덧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수면엔 두 개의 찌불(캐미컬라이트)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전층낚시를 하는 맞은편 석축지대 조사들도 일제히 색색의 조명을 밝혔다. 간혹 수면 위로 몸을 뒤집는 잉어의 몸부림이 물나이테로 발밑까지 전해진다.

 

잠시 분위기에 젖어 있는데 다시 찌가 올라온다. 챔질. 좀 전의 떡붕어보다 훨씬 강한 힘을 쓴다. 이번엔 기다리던 대물 떡붕어가 올라올까 기대하던 찰나, 낚싯대 끝이 가벼워지고 빈 바늘만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아쉽지만 다시 오리라는 희망을 안고 급히 떡밥을 달아 던진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찌가 살짝 올라오다 잠기고 다시 올라오다 또 잠긴다. 쉬익~. 강한 챔질 후 대를 들어 보니 뭔가 묵직하다. 잠깐 제자리에서 힘을 쓰더니 갑자기 오른쪽으로 내뺀다. 상당한 힘이다. 한손으로 감당할 수 없어 두 손으로 대를 잡고 힘을 겨룬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얼굴을 보인 녀석은 예상했던 대로 잉어다. 55cm쯤 돼 보인다. 뭘 먹었는지 완전히 '비만잉어'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자 맞은편 조사들이 한명씩 자리를 뜬다. 기자도 낚싯대를 접고 출조를 마무리한다.

 

조황은 55cm와 45cm의 잉어 2마리, 25cm 떡붕어 1마리, 25cm 동자개 3마리. 기대보다 적은 조황이지만 팔이 얼얼할 정도의 잉어 손맛을 봤으니 만족할 만 하다.

 

이맘때면 거의 모든 낚시터가 겨울잠에 빠져든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벌써 낚시가방을 창고 깊숙이 모셔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르다. 초겨울 최고의 손맛을 선물할 수로낚시가 남았다. 추수가 끝난 후 배수를 완료한 수로는 이때부터 명당 포인트들을 드러낸다.

 

도내의 대표적인 수로낚시터는 김제 죽산면 죽산수로와 김제 부량면 군포교 아래, 그리고 부안 동진면 팔왕수로다. 이 세 곳은 모두 차로 5분 거리 안에 위치하고 있어 조황 확인 후 자리를 잡을 수 있어 좋다.

 

죽산수로는 씨알 면에서 가장 낫다. 주어종은 떡붕어와 잉어. 운이 좋다면 40cm 이상의 대물 떡붕어를 만날 수도 있다.

 

낚시여건은 경사가 심하지 않은 팔왕수로가 낫다. 바닥이 진흙이라 비교적 평평해 며칠씩 텐트생활을 하는 낚시인도 왕왕 있다. 주어종은 떡붕어와 잉어.

 

좀 더 나은 수질과 호젓한 분위기를 원하면 군포교 아래가 적당하다. 수문 아래쪽은 좀 더 나은 조황을 보이지만 자리가 불편할 수 있다. 이곳은 떡붕어와 토종붕어 외에도 누치와 마자 등이 자주 올라와 매운탕을 좋아하는 낚시인에게 추천할만한 곳이다.

 

김동일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경제일반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이정환, 농협은행 전북본부장 김성훈 임명

사회일반[비상계엄 선포···해제] 긴급 재난 문자, 계엄령땐 안 와

포토'윤석열 퇴진 촉구', 촛불 든 시민들

정치일반김 국방장관 "계엄 관련 모든 사태 책임질 것...국민께 송구"사의표명

정치일반[비상계엄 선포…해제] ‘비상계엄 여진 지속’ 국회서부터 번진 비상시국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