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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⑤좌충우돌 강원도 여행기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 뚫고 손에 잡힐듯 다가온 북녘땅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의 땅. ([email protected])

"형 12월에 강원도로 스키타러 가죠. 숙소랑 예약 다 해놓을 테니, 몸만 오면 돼요." 11월 중순께 서울에서 직장 생활 중인 후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기자는 흔쾌히 스키여행 동참을 수락했다.

 

그러나 평소 여행길과 달리 후배만을 믿고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였을까.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휴가까지 내고 다녀온 2박3일 동안의 강원도 스키여행은 고생 그 자체였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스키장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단지 체감온도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와 싸우며 2박3일을 보내야 했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스키장은 구경도 하지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어서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 속출한 환자에 좌절된 스키어의 꿈

 

18일 저녁 8시께 강원도 강릉시의 펜션을 향해 차를 몰았다. 야간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눈까지 내렸다. 촌놈이 스키장에 간다니 날씨가 시샘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득 이번 여행 고생만 하는거 아냐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을 헤치며 운전을 계속했다.

 

내리던 눈이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잦아졌고, 자연스레 내 불안감도 수그러들 무렵 서울서 먼저 출발한 후배의 전화가 걸려왔다. 잘 오고 있느냐는 질문을 기대했던 나는 좌절했다. "선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라는 전화였다. 이 한통의 전화로 시작된 불행(?)은 여행 내내 계속됐다. 이튿날에는 오랜시간 차를 타서인지 소화불량 환자가 2명이나 발생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의 휴앤휴 팬션에 도착했다. 마중나와야 할 후배들은 병원에 간 뒤여서 나를 맞아주는 건 강원도의 매서운 바람 뿐이었다. 얼굴이 뜯기는 듯한 느낌이다. 펜션에서 여정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쯤 병원에 갔던 후배들이 돌아왔다. '요로결석'이란다.

 

▲ 아점 먹으며 긴급 대책회의

 

영하의 날씨에도 양떼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인파들이 몰려온 '대관령 양떼목장'. ([email protected])

펜션에 돌아온 후배를 방에 누이고, 피곤한 몸을 이불 속에 묻었다. 오전 10시 잠에서 깼다. 주방에 들어가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을 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스키여행인데 스키장 못 가는거 아냐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5명의 일행들을 모두 깨워 식탁에 앉았다.

 

밥을 먹으며 일정에 대해 얘기했다. 모두의 대답은 당연히 스키장에 가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이다. '헉'나는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밥을 먹던 후배 한명이 '통일전망대 가시죠. 가면서 해변도 구경하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밥을 먹은 뒤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 가자, 통일전망대·해변·천문대

 

식사를 마친 뒤 차에 몸을 실었다. 숙소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거리는 150km 남짓. 전망대로 향하면서 일행들은 주문진·경포 등 강원도의 유명 해수욕장에 들러 눈에만 넣어오기에는 아까운 아름다운 드넓은 바다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차를 몰아 도착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 위치한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성인 1인당 3000원의 요금을 낸 뒤 민통선을 넘었다. 민통선을 지나 주차를 하고 151개의 계단을 오르자 눈 앞에는 금방 손에 다을 듯한 북녘 땅이 눈에 들어왔다. 북녘의 땅은 너무나 평화스러워 보였다. 몇 발자국만 옮기면 될 것 같은 북녘의 땅. 그러나 이중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어 넘을 수 없는 북녘의 땅을 바라보며, 일행들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통일전망대는 연중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다. 봄·가을은 4시20분까지, 여름은 5시30분, 겨울은 3시50분까지 입장을 해야 한다. 요금은 대인 3000원, 소인 1500원이다.

 

통일전망대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행은 한반도 정중앙에 위치한 양구군의 '정중앙천문대'에 들렀다. 오랜 시간 차를 타서인지 일행 모두 지친 상태였지만 쏟아지는 별을 보는 순간 나오는 탄성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늦은 저녁을 먹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을 청했다.

 

▲ 끝나지 않은 '악재'와 양떼목장

 

강원도 여행 셋째날이면서 마지막 날. 어김 없이 해가 뜨고 일행들은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강원도 여행길에 대한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일행들은 돌아가는 길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대관령 양떼목장'에 들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차를 출발시킨지 채 10분도 안돼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 타이어가 이상해요. 펑크가 난 거 같아요." 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마치 연출이라도 한 듯 우리 일행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었기에 모두들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가까운 정비소에 들러 차를 수리한 뒤 목장으로 향했다. 양떼목장에 도착하자 영하의 날씨에도 양떼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었다. 3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목장. 12월부터는 추위 때문에 초지에 양떼를 내놓지 않는단다. 때문에 알프스의 멋진 그림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입장료를 내고 받은 티켓을 건초와 교환해 목장 한켠에 마련된 건초주기 체험장에서 양에게 건초를 먹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또 드넓게 펼쳐진 목장을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걸으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원도에서 일어난 여러 악재와 장시간의 차량 이동에 따른 피로감이 몰려 왔지만 기분만은 좋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계획에 없는 여행이 주는 낭패의 교훈을 배웠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여행은 꼭 화려한 여행지를 가야만 얻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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