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항상 나이를 떠나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한다. 어린 시절에는 '놀러 간다'는 의미가 크지만 나이가 들면서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무료한 삶 속에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한적한 시골길 나무 그늘 아래서 쉬어가는 여유로움이랄까.
평소 여름휴가를 이용해 가족과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엔 과감히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을 핑계(?)삼아 이틀간 연차휴가를 내고 2박3일 일정으로 두 아이와 함께 제주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발일 오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싸늘해 아이들 감기들 것이 다소 걱정됐지만 오후부터 화창한 여행길이 펼쳐져 다행스러웠다.
특히 제주도는 2~3년마다 한번씩 가족과 여행을 가기 때문에 이번에는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고 관광버스 패키지상품을 선택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관광버스를 이용할 때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이 제주도 구석구석,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 구경할 수 있지만 장시간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관광버스투어도 권할만 하다.
첫날 오후 4시 30분께 제주도에 도착한 우리는 제주도 명물 용두암을 거쳐 제주시 해안도로 서쪽에 위치한 도두봉을 찾았다.
도두봉은 높이가 63m에 불과해 아이들도 5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봉(峰)이라 불리기엔 다소 안어울렸다. 하지만 주변 시야가 확트여 도두항의 인상적인 전경과 등대, 때마침 붉게 물드는 수평선을 바라볼 수있어 산행(?)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유리의 성을 시작으로 해피타운에서의 중국기예와 오토바이쇼 관람, 화랑원, 서귀포 유람선 관광, 올레길 걷기, 소인국테마파크 순으로 진행된 둘째날은 한라산 정상에 쌓은 하얀 눈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날씨가 화창해 마치 봄나들이 나온 마냥 발걸음이 가벼웠다.
첫번째 찾은 유리의 성은 전 세계 각국의 유리예술 조형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대형전시장과 야외테마파크 등 유리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으로 1~2년전쯤 새로 생긴 곳이라는데 볼거리에 비해 관광시간이 다소 짧은게 아쉬웠다.
제주 별미인 고등어조림으로 점심을 먹은 뒤 찾은 화랑원은 제주감귤이 사양길에 접어듬에 따라 대체품목으로 산삼배양근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3200만원짜리 100년근 산삼을 모체로 산삼근을 배양한다고 하는데 실제 산삼성분과 98% 일치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곳 관계자는 산삼배양근으로 담근 술 한잔만 먹으면 10분안에 모든 피로가 싹 가신다며 산삼배양근의 효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마셔본 결과 도수가 높아 술 기운(?)이 피로를 잊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찾아간 곳은 서귀포항. 성인 1인당 1만5000원, 청소년 8000원의 승선료를 받는 1시간 코스의 유람선관광을 하기 위해서다.
입담 좋은 선장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파도가 너무 높아 승객들이'웃으며 배를 탔다가 울면서 내렸다'고 날씨 좋은 날 유람선에 탄 우리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항해 내내 우리를 따라오는 갈매기들과 드넓은 바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섬들, 비릿한 바다내음이 어우러지며 오랫만에 떠난 여행을 실감케 했다.
다음 코스는 말로만 듣던 올레길 걷기.
제주에는 15개의 올레길 코스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찾은 곳은 외돌개에서 출발하는 제7코스의 일부 구간였다.
해안가를 따라 듬성등성 피어있는 유채꽃 등을 벗 삼아 50분 가량 걸었는데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고 주변 풍경도 일품이어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다.
이날 일정의 마지막인 소인국테마파크는 제주도에 한번이라도 온 사람은 누구나 들렸을 것이다.
국내외 유명 건축물들을 축소해 놓은 이 곳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듯 하다. 다만 전시물 상당수가 훼손된 채 방치돼 있어 시설 관리가 시급하다.
마지막 날은 비행기 시간 관계로 오전 관광만 이뤄졌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이날 일정은 제주기념품 전시장과 몽골리안 마상쇼, 성읍민속마을, 조랑말 체험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어느 여행지를 가도 필수코스에 들어가는 기념품 전시장은 제주도 역시 '아니나 다를까'였다.
마땅히 살 것도 없고 기념으로 뭔가 사려해도 다른 곳과 가격비교를 할 수 없어 왠지 비싸게 속고 사는 것 같아 이내 발길을 돌렸다.
몽골리안 마상쇼 관람에 이어 찾은 곳은 제주도 관광에서 꼭 빠지지 않은 코스다.
옛 제주 전통가옥과 생활상을 보존하고 있는 이 곳은 반경 70m 안팎만 개방하고 있어 기대이상의 볼거리는 없다.
그러나 실제 거주 주민이 직접 세세하게 마을 설명을 해주고 마을공동사업으로 생산하고 있는 말뼈로 만든 환약과 오미자차를 현장판매하고 있어 골다공증이나 비염, 기관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다소 비싼감은 있지만 우리도 선하게(?) 보이는 마을주민의 인상을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제주 흙돼지불고기로 마친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조랑말 체험을 끝으로 2박3일의 짧지만 즐거운 여행을 마쳤다.
오랫만에 가족과 함께 떠난 이번 여행은 나보다 우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긴 의미있는 시간였다.
함께 한 시간만큼 쌓여가는 즐거운 추억이 있기에 적지않은 경제적 부담에도 또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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