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목련과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린 데 이어, 벚꽃이 수줍은 꽃비를 뿌리고 있다. 하지만 가슴 설레이는 '봄의 향연'도 이젠 끝물. 상춘객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전국 벚꽃의 마지막 종착역인 진안 마이산 벚꽃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예년보다 이르게 피던 마이산 벚꽃이 때마침 하얀 속살을 드러다. 전례없던 잦은 봄비 등 꽃샘추위 덕분이다.
사람들은 '벚꽃은 두 번을 보아야 제격'이라고 말한다. 만개 시 화사함이 있고, 꽃이 질 때 눈 같은 풍요로움이 있어서다.
벚꽃여행에 있어, 알아야 할 점은 벚꽃은 한번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꺼번에 지는 특성이다. 바로 뜨거워졌다 바로 식는 '냄비근성'과 같은 이 점을 잘 알고 길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남부 마이산 입구∼탑사에 이르는 구간(2.5km)에 펼쳐진 30년생 1000여 그루의 벚꽃 길은 핑크빛으로 이미 물들기 시작했다. 24일께 그 절정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재래종인 산벚꽃으로 이뤄진 이 마이산 벚꽃은 깨끗하면서도 환상적인 꽃색깔로도 유명하다.
특히 벚꽃길 옆으로 펼쳐지는 인공호수인 '탑영제'는 벚꽃길에 운치를 더한다. 탑영제는 마이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고인 '명경지수'로, 암마이봉과 벚꽃이 그대로 투영돼 황홀경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터널처럼 뻗어있는 벚꽃나무 상단 사이로 수 놓아진 조명 덕에 늦은 밤까지 분홍빛 꽃잎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중 하나다.
수 많은 여행작가들이 마이산 일대의 벚꽃길을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 5선으로 꼽는 이유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다른 지역 벚꽃보다 개화가 조금 더디므로 벚꽃을 놓쳤다면 올 봄 마이산 벚꽃을 볼 수 있는 마이산이 지금 제격이다.
마이산 벚꽃길 만큼이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마이산 일대도 꽃길 여행의 한자락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벚꽃길을 감싸안고 있는 마이산이 새벽안개 속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백미는 시작된다. 이어 세모시로 곱게 단장한 숫마이봉과 암마이봉이 물안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사양제 수면에서 한 폭의 수묵화로 소곤소곤 정담을 나눈다.
'千의 얼굴'을 가진 부부산. 진안고원의 중심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다. 여인네 형체를 꼭 빼 닮아 있는 이 마이산은 일찌감치 '호남의 영봉'으로 이름나 있다.
그 경이로움은 80여기의 돌탑으로 이뤄진 탑사에서 절정에 이른다. 큰 돌을 쪼아낸 석공의 땀과 정성이 배여있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정성과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성지이기 때문이다.
1860년께 임실군 둔남면 둔덕리 효령대군 16대 손으로 태어난 이갑용 처사에 의해 무려 30여 년동안 쌓여진 이 돌탑은 만민의 죄를 속죄하는 뜻에서 축조됐다고 한다.
신의 계시를 받아 쌓은 '신념의 탑'이여서일까. 탑사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중앙탑은 바람에 흔들릴 뿐 넘어지지 않는 신비함을 연출한다. 이를 목도한 관광객들이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한 대목이다.
병풍역할을 하는 암마이봉 절벽에 숭숭 뚫려있는 벌집 모양의 자연동굴 또한 또 다른 볼거리. 타포니(tafoni)로 불리는 이 자연동굴은 역암이 풍화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현상이다.
동서남북에서 본 모습 모두 다른 마이산의 천혜의 얼굴이 봄꽃 여행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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