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는 지난 5월8일 자전거로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33.9㎞)를 시험 운행한 뒤, '새만금 방문을 기념하는 자전거 및 도보 완주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북도민의 꿈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인 새만금을 자전거 및 도보 여행의 명소로 만들자는 작은 외침이었다.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닌 체류형 관광지로 전환도 이끌고 싶었다.
이같은 제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군산시는 곧바로 완주증 제작에 나서, 지난 6월25일 드디어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전북일보 기자 3명은 25일 군산시산악자전거연맹 회원들과 함께 새롭게 생긴 그 땅의 넉넉함에 의지하며 완주증에 표기된 60㎞ 가량의 왕복코스(비응항 관광안내소∼신시도∼가력도∼비응항 관광안내소)를 힘차게 달렸다. 어설픈 도전자들은 연맹 회원들보다 30분 가량 늦은 3시간30분만에 완주증을 목에 걸었다.
7월1일부터 본격 도입되는 방조제 완주증. 자전거 및 도보 여행자들이여! 19년(1991년 11월∼2010년 4월27일)만에 준공된 그 길에서 값진 땀을 흘려보는 것은 어떤가. 이 코스는 소중한 추억과 자신감을 선사할 것이다. >>
김경모·조동식·홍성오 기자는 보통의 자전거 바퀴(사이즈 26인치) 보다 작은 일명 '미니벨로(16∼20인치)'로, 오후 2시40분께 완주증의 출발점인 새만금방조제 비응항 관광안내소에 섰다.
'그 자전거로는 힘들텐데….' 저전거 전문가들로 구성된 군산시산악자전거연맹 송준기 회장과 회원들은 걱정스런 눈빛이다. 나름 대장정인데 작은 자전거로 나선 '무지(無知)하게 용감한(?)' 기자들과 그 도전에 힘을 보태고자 참석한 연맹 회원들, 새만금방조제 완주는 그렇게 시작됐다.
미니벨로 3대는 시원시원하게 전진하는듯 했다. 머릿속에 자리한 질주 본능이 심장, 두다리, 페달로 자연스럽게 되살아나 쾌속 질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연맹 회원들이 자신들의 정상 속도(시속 30㎞ 정도)를 포기한 채 완주내내 시속 20∼24㎞로 보조를 맞췄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가력도에서 비응항 관광안내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 착각은 여지없이 깨졌다. "자전거 바퀴가 작아서"라는 기자들의 변명이 샘 솟듯 뿜어져 나온다. 물론 바퀴 크기가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그 보다는 체력적인 부담이 더 작용했을 듯.
어쨌든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 한가운데로 쭉 뻗은 방조제 길과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자전거는 신바람을 탔다. 목적지인 야미도와 신시도, 가력도가 자전거를 자꾸만 끌어당기는 것 같다.
흥겨운 두바퀴는 새만금방조제의 지면과 함께 '쌩쌩∼쌩쌩∼' 장단을 이어갔고, 안장 위에서 바라본 섬들의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야미도와 신시도 등 매혹적인 섬들의 속살이 보일듯 말듯 아슬아슬하다.
특히 신라말기 동방 최고의 문장가이자 유불선 3교를 겸비한 지성의 선구자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의 신시도 발자취는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신시도의 고운 단풍이 달빛 그림자와 함께 바다에 비친다는 월영단풍(月影丹楓). 신시도는 최치원 선생의 글 읽는 소리가 남아 있는 섬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영단풍에 반한 최치원은 배를 타고 신시도에 도착해 월영봉에 올라 그 곳을 월영대라 칭하고 돌담을 쌓아 거처를 만들었고, 글 읽는 소리는 중국까지 들렸다고 한다.
그 신시도에서 자전거 여행가들은 '완주증 확인도장'을 찍기 위해 잠시 멈췄다. 감히 최치원 선생의 글 읽는 소리에 견줄 수는 없지만, 시대를 달리한 여행가들은 "새만금 관광이 중국에까지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가져본 뒤 다시 길을 나선다.
관광객과 등산객이 몰리는 신시도를 지나 그 옆에 위치한 배수갑문에 이르자, 그 웅장함에 자전거가 자꾸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지루한 코스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라이딩은 이래서 더욱 흥분되나 보다. 아쉽게도 방조제 끝인 부안 새만금전시관까지는 자전거가 닿을 수 없다. 공사가 한창이라, 코스에 포함되지 않은 것.
가력도에서 돌아선 두바퀴는 새만금 내부개발이 이뤄질 수면을 스치며 다시 출발점으로 향했다. 차량이 통제된 하부도로에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진 자전거 여행가들과 거친 맞바람만이 묵묵히 동행한다. 연맹 회원들을 제외한 3명의 속도는 시속 22㎞에서 16∼18㎞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새로운 감흥이 밀려온다. 바쁜 일이 없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그냥 정신없이 달리는 속도전의 시대. 느리면 느릴수록 그 풍경이 눈과 가슴 속에 더욱 깊게 새겨지는 것 아닌가. 느림의 미학, 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위안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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