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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①프롤로그 - 맛있는 이야기, 맛깔나게

지역·음식 종류등으로 나누어 일반인 입맛에 맞게 정리

비빔밥이라고 하면 배고플 때, 혹은 스트레스 받았을 때, 큰 양푼에 찬밥을 덜어넣고 집안의 갖은 반찬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것만큼 맛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비빔밥을 최고로 치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사골 국물로 밥을 짓는 그 정성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음식 중에는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전주한정식, 전주오모가리탕처럼 이름 앞에 '전주'란 말이 들어가야만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이 있다. 여기에 순창 고추장, 곰소 젓갈에서부터 남원 추어탕, 완주 붕어찜까지 전라북도에는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음식들이 많다. 곰소의 젓갈백반만 보더라도 젓갈이 식당의 주 메뉴로 '턱'하니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니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젓갈 하나, 장 하나만으로도 밥상 받는 일이 즐겁고, 깍두기와 김치만 '덜렁' 나와도 그것이 곧 훌륭한 찬이 될 정도로 작은 반찬 하나도 구석으로 밀쳐둘 일이 없는 곳이란 말이다.

 

1. 군산 꽃게장 2.고창 장어구이 3.순창 전통순대 4. 진안 애저찜 ([email protected])

이렇다 보니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전주' 또는 '전라도'를 상호를 내세우고 있는 음식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마 전국에 있는 음식점들을 모조리 훑는다면, 간판에 '전주'를 내건 곳들이 꽤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전주식 콩나물국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전주'라는 곳에 한 발이라도 걸쳐놓고 싶었을까. '전주'만큼 맛 낼 자신은 없고, 그래도 맛의 고장의 흉내는 내고 싶었으리라.

 

이 정도라면 전주와 전라북도가 맛의 고장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고 나설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품고 있는 풍요로운 땅에서 나는 제철 재료들로 차린 상은 한 마디로 산해진미(山海珍味)라. '태어나 한 순간도 날씬했던 적이 없었던 이유가 전라도 땅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어서'라며 투정을 부리는 젊은 처자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물론, 이 처자 또한 '손맛 좋은 전라도 여자'로 늙어갈 것이다.

 

그래서 전라북도에서는 음식 추천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다른 지역이라면 사람마다 다른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였겠지만, 적어도 이 땅에서는 어느 곳을 가나 보통은 하니 고민의 차원이 높다.

 

이렇다 보니 전라북도에서는 '○○방송 출연한 집'이라고 써 붙이고 거드름 피울 수가 없다. 비까번쩍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보다 골목 구석 자식들 이름 따 소박하게 지은 '○○네 집'이 더 맛있는 곳이기도 하며 반대로 시장통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로 성공, 전국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기도 하다.

 

푸짐하다는 말도 이 곳이라야 어울린다. 한정식이야 비싼 값을 한다 치더라도 5000원, 6000원 하는 백반 한 상에도 뚝배기에 끓인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계란찜이 상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양도 넉넉해 체면 불구하고 남는 반찬 싸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심지어 막걸리집에 가면 한 상 가득 깔리는 안주들에 공깃밥을 시키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할 정도다. 이처럼 전북에서는 배가 부를 만큼 불러도 좀처럼 젓가락 놓기가 쉽지 않다.

 

생각만 해도 배부른 고향의 집밥이 떠오르는 주말, 전북을 대표하는 음식 이야기 '기자가 그리는 맛지도'가 연재된다. 때로는 지역의 줄기를 따라, 때로는 음식의 갈래를 따라 오랜 세월 전해져 온 전라북도의 맛있는 이야기를 찾아간다.

 

맛의 미묘한 차이까지도 정확히 짚어내는 블로거나 맛 전문 칼럼니스트들의 날카로운 미각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기자들의 연재가 끝나는 날 좀더 대중적인 맛지도가 완성되길 기대한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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