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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칼럼] '전북의 이정현'은 왜 없는가

이경재(논설위원)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53)이 호남 총선 출마선언을 하고 나섰다. 지난 1일이다. 내년 4.11 총선이 8개월이나 남았는 데도 '한나라당의 적지' 한복판인 광주(서구 을)에서 심판받겠다고 출사의 뜻을 밝혔다. 다른 건 몰라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좋다.

 

이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초선이다. 대표적인 호남출신 친박계 의원이다. 내년에 지역구에 출마하면 세번째 도전이 된다. 1995년 민자당 시절 황색돌풍이 거셀 때 첫 출마를 했고, 2004년 탄핵역풍이 불 때도 출마했다.

 

그 당시 광주에선 유일한 한나라당 후보였다. 거리에서 목이 쉬어라 연설을 하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골목마다 다니면서 죽기 살기로 유세했지만 얻은 표는 720표였다.

 

호남에서 정치한다는 건 독립운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던가. 그런데도 그가 수도권에 눈길을 주지 않고 호남을 고집하는 건 호남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일 것이다. 그는 석패율에 기댈 생각도 없다. 오히려 반대론자다.

 

이 의원의 스토리를 꺼낸 건 우리지역 한나라당 사람들이 너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편향의 지역정서 탓만 한다. 스스로 이런 고착적인 구조를 타개하려는 시도나 노력도 없다. 지역의 이익을 챙길 욕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호남을 홀대했을 때도, 이명박 정부(MB)가 영남편중의 인사정책을 폈을 때도 눈만 껌벅거릴 뿐 흰눈 한번 들이대지 못했다. 보는 이가 오히려 답답할 노릇이다.

 

이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두자리를 모두 충청 인사로 추천한 것을 두고 "전국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으로 발붙이고 살 수 있나"고 홍 대표한테 직격탄을 날렸다. MB의 호남홀대 인사에 대해서도 "호남출신으로서 분노를 느낀다. 이 정부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편파인사다."고 쓴소리를 해대지 않던가.

 

소외 받는 걸로 따진다면 광주· 전남보다 전북이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지역의 한나라당 사람들은 번번이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

 

명색이 집권여당이면서도 인사정책이나 예산, 현안 사업 등을 놓고도 강건너 불 구경 하듯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물건너 가도 그 흔한 삭발정치인 하나 없었다. 그러니 왜 한나라당 사람으로 정치를 하는 것인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무기력하게 정치를 해선 안된다. 한나라당을 사업의 병풍막이로 활용한다거나 공기업 자리로 가는 징검다리 쯤으로 생각한다면 아예 정치를 그만 두는 게 낫다.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우선이다.

 

전북의 한나라당 사람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현안에 침묵하지 말고 보다 역동적으로 정치를 했으면 한다. 지성이면 감천. 정성을 쏟으면 지역정서도 반응하는 법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지역정서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 중앙과의 창구역할 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새로운 정치 목표와 새로운 인물,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 욕구도 강하다. 바로 잡을 일도 많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지금 지역에서는 '이젠 민주당에 회초리 좀 들자'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985년 12대 총선 이후 27년간 지속된 일당 독주에 대한 정치적 피로감과 실망감도 있다. 이런 기류는 이미 지난 6.2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나타났다.

 

한나라당한테는 호재다. 껄쩍지근하게 처신하지 말고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개운하게 한번 일을 해 보시라. 말로만 집권여당 운운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 이경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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