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엔 행정통합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 절차에 시동이 걸렸고,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움직임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 2009년, 2013년 세차례 무산된 뒤 11년만에 다시 시도되고 있다.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는 군산 김제 부안이 각기 행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행정 단위의 ‘규모의 경제’와 필수 생활서비스, 연계 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한 지방자치법 199조에 근거하고 있다.
초광역권 행정통합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세종·대전·충남·충북이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전북·전남·광주도 지난 4일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갖고 ‘경제동맹’을 선언했다.
초광역권 이른바 메가시티 배경에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허물어뜨리지 않고는 지방의 인구이탈과 경제빈곤화,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기조가 깔려있다. 공룡화된 수도권에 대응할 대안이 초광역권 행정 구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행‧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지방정부 간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시대정신이자 실천과제”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초광역권 통합을 추동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 권한이양과 재정지원이 핵심인데 노른자위인 이걸 중앙정부가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무늬만 특자도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중앙정부가 자치권과 재원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전시정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 또 ‘호남권 경제동맹’은 그동안 전남광주에 치여 왔던 전북이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세운 ‘전북몫 찾기 이데올로기’와 양립 가능한 것인지도 논란이다.
전북의 당면 과제는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자치시 설치다. 이건 전북 내부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찬반이 갈려있는 사안이라서 완주군민의 마음을 얻는 일, 정치적 행정적 접합점을 도출해 내는 일 모두 녹록치 않다.
2014년 70개 상생협약을 통해 통합을 이뤄낸 청주청원의 사례는 교훈적이다.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양보해서 통합을 끌어낸 것인데, 핵심은 청원군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고 협약내용도 획기적,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완주전주 통합은 어떤가. 네 번째 시도되는 데도 완주의 고민이나 군민들의 걱정 또는 요구에 대한 접점도 없고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합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배타적인 행태는 상생의 자세가 아니라 일방통행식 강자 논리일 뿐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상생협약이나 접합점을 이행하고 책임질 ‘보증장치’다. 이 장치는 도지사가 맡아야 한다. 청원청주 통합 당시엔 이시종 충북지사가 TF팀을 운영하면서 이 역할을 맡았다.
이런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행정통합은 갈등과 대립만 다시 확인하는 얼치기 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관영 지사는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자치시 설치 현안을 올 하반기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지작거렸던 현안을 이젠 팔을 걷어부치고 추동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리스크가 있지만 도지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현안이다. 리스크가 없는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다. 김관영 지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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