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내일(30일) 개원한다. 개원하면 새로움에 대한 기대,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상황을 보면 여전히 갈등과 대립, 파행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특검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여러 정황은 극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 역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해 저질 정치공세로 상처가 깊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국민사기극’ ‘새만금 SOC 빨대’ 등의 허위 정치공세에 시달렸다. 잼버리 파행 책임전가와 새만금 예산 무더기 삭감 사태를 당했다. 자존심이 훼손되고 상실감은 컸다. 정치권은 무기력했고, 굵직굵직한 현안들은 추동되지 못했다. 대광법 개정이나 남원 공공의전원 설립 등은 발품을 판 애쓴 보람도 없이 지금 산소호흡기를 단 처지가 돼 있다.
전북이 왜 할퀴고 자존심이 짓밟혀졌을까. 정치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힘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힘은 권력이다. 권력을 바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 정치다. 이게 작동되지 않았다. 지역을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은 최고의 가치다.
이런 역할과 기능은 이미 500년전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 관료 출신 정치인인 마키아벨리가 설파했다.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당시 피렌체 공화국은 주변 국가로터 걸핏하면 공격을 받기 일쑤였고, 계속되는 시달림에 민생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처지였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것이 군주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는 명제가 탄생했다. 그 유명한 ‘군주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전북 역시 피렌체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전국 2.7% 경제, 연간 7000명에 이르는 인구 이탈, 최하위권의 GRDP(1인당 3200만원, 전국 평균 4200만원)‘외침’에 의한 시달림, 무기력한 정치. 이런 상황은 전북의 시대정신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그것은 전북을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 아니겠는가.
전북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5선 의원 두명, 4선 의원 한명, 3선 의원 세명 등 중진 의원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제22대 국회에서는 국정도 중요하지만 강화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전북의 현안들을 술술 풀어내야 한다.
지난 20일 열린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는 전북현안과 정치역량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였다. 국회의원 당선인과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시민사회단체, 기업인 등 리더들이 모여 의미 있는 의견들을 개진했다. 공개 자유토론 방식이라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응어리진 사안이 많다는 방증이다.
정치분야 발제를 맡은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의 일갈은 백미였다. 송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을 맡았었다. “행동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 여러분 모두 떨어집니다” 플로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시민들도 ‘구경꾼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를 가려 박수나 치는 공연 관람객 정도의 역할만 한다면 좀비 민주주의에 다름 아니다. 영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런시먼의 지적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좀비정치, 좀비행정, 좀비관료도 배격 대상이다. 좀비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움직이기만 하는 무기력한 사람을 일컫는다.
제22대 국회에 등원하는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치지도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던 간에 완강한 자세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쟁하고 헌신해야 한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의 말이다. 우리 전북의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금언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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