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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치 왜소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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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하는 시민을 대변하겠다” “지방 검사장을 시민 손으로 뽑는 직선제를 도입하겠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포문이 열렸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공중에 떠 있다. 총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는 미완이다. 경기가 어느 곳에서 치러질 지도 모르는데 선수명단부터 등록 받고 있는 꼴이다. 정당과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 와중에 전북에게는 최악의 선거구 획정안이 던져졌다. 중앙선관위의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5일 서울과 전북이 각 1곳씩 줄고, 경기 인천이 각 1곳씩 늘어난 획정안을 내놨다. 지역구 153석, 인구편차 2대1, 인구하한 13만6600명 상한 27만3200명, 거대 선거구 방지를 위한 자치구와 일부 시군의 분할 허용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전북 선거구 9개. 심리적 마지노선인 두자릿수가 깨졌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1948년 제헌의회 때 전북 지역구 의석은 22개였다. 3~4대까지는 24석이었다. 1966년 전북 최다인구인 252만명 시절이다. 그뒤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인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 때문이다. 

정읍고창 선거구는 ‘정읍고창순창부안’으로, 남원임실순창 선거구는 ‘남원진안무주장수’로, 김제부안 선거구는 ‘김제완주임실’로 통합 조정됐다.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의 자치단체가 공중분해돼 뿔뿔이 흩어졌다. 

문제는 왜 유독 전북만 한석이 줄었느냐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충청이나 경상, 전남 모두 공통 현상이다. 심지어는 부산도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에선 전북의 선거구만 감소했다.  

‘10석 유지’를 철석 같이 믿고 방심한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10석 유지 해법’을 획정위에 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남 부산 등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했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수용할 수 없다. 여야 합의가 안되면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면 된다”고 했다. 정치 참 쉽게, 편하게 한다.

근본적인 것은 선거구 획정제도를 인구 수만이 아닌, 농산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도록 개혁하는 일이다. 공직선거법(제25조)은 ‘인구편차 2대1의 범위 안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이 함정이다. 강제력을 띠도록 개정해야 한다. 

호남 경상 충청 강원의 공통현상이고, 여야와 지방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데 왜 이걸 해결하지 못하는가. 미국 같은 나라는 철저하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주에도 인구가 많은 다른  주처럼 상원의원 2명이 배정된다. 

지금처럼 인구편차 2대1의 기준을 획일적,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농산어촌 지역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획정에서 속초시와 철원· 화천· 양주· 인제· 고성 6개 시군이 1개 선거구로 묶였다. 면적이 4922㎢에 이른다. 서울(605㎢)의 8배 면적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석은 한석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은 지역대표성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전북정치의 문제는 외형적 크기의 감소뿐만 아니라 질적인 수준도 기대이하라는 점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의 당내 지도부 진출, 일당백의 역량, 존재감 있는 의정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꿈도 없이 국회의원 한번 더 할려고 권리당원 관리에만 치중하는 정치인이라면 퇴출돼야 마땅하다.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과 함께 전북 정치 쇠락의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와관련한 인적, 제도적 개혁방안을 놓고 활발한 공론이 펼쳐지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순기능이다. 선거는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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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전북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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