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민원을 해소해 유공자 표창을 받은 전북도청의 장인 에너지정책팀장 사례가 눈길을 끈다.
폐 배터리 재활용업체인 군산 (주)성일하이텍은 올해 9월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전력 사전신청 시기를 놓쳐 내년 6월 이후에나 전력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장인 팀장은 관련 기관 협의 및 한전 본사 방문, 실무협의 등 갖은 노력 끝에 민원을 해결했다. 성일하이텍은 66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전북일보 7월14일자 14면)
김관영 지사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주력하는 건 강점이다. 1기업 1공무원전담제, 환경단속 사전예고제,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 노사 상생선언 등이 그것이다. 장인 팀장의 사례는 ‘1기업 1공무원전담제’의 성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시군 감사 결과 드러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소상공인 영업허가와 관련 법정 처리기한(7일)을 넘겨 95일까지 지연시킨 일도 있다. 공장 임대신고서를 접수 받으면서 법정 구비서류도 아닌 법인등기부등본,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소기업이 공장을 신·증축하는 경우 농지보전부담금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부담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수천만원을 징수했다. 이런 유형의 사례 115건이 적발됐다(7월3일 전북도 감사자료)
마무리된 민원을 처리기한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있거나, 민원 담당자가 휴가를 떠나버린다면 민원인은 어떤 심정일까.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기업인들은 나아가 규제혁신이 투자의 본령이라고 지적한다. 규제혁신은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업과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중앙정부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투자를 막는 결정적 규제, 이른바 ‘킬러 규제’를 지시했지만 시각의 차이를 바꾸지 않으면 이 역시 별무효과일 것이다.
기업유치는 이제 자치단체에겐 최고의 선(善)이 됐다. 일자리, 소득, 세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북애향본부가 지난 6월27일 발표한 전북도민의식조사에서 ‘기업유치’는 압도적인 기제(機制)였다.
‘전북발전의 핵심 과제’나 ‘인구감소 대책’을 묻는 질문에 모두 ‘기업유치’를 으뜸으로 꼽았다. ‘정치역량 강화’나 ‘저출산 지원확대’ ‘균형발전’ 보다도 두배 이상 높았다
성공적 기업유치 해결 과제로는 ‘도로 항만 공항 등 SOC 구축’ ‘자치단체장의 친기업 마인드’ ‘공무원의 전향적 자세’ ‘노동조합의 상생의지’ 순으로 응답했다. 또 기업유치의 걸림돌로는 ‘부족한 투자 인프라’ ‘소극적인 공무원의식’이 1,2위를 차지했다(전북도민의식조사는 전북애향본부 홈페이지 참조)
기업유치는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긴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북은 접근성이 취약하고 공항 항만 등 인프라가 열악한 탓이다. 투자환경과 인프라, 규제개혁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기업유치는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산단 지정 사례처럼 전북은 그나마 김관영 지사의 역동성과 친기업 마인드가 이 열악성을 커버하고 있다.
‘전북에 가면 어떤 점이 좋은가? 이 질문에 뚜렷이 응답할 수 있다면 성공이겠다. 전북에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는 게 완결편이다. 단체장과 소속 공무원으로만 될 일이 아니다. 도민 모두의 응집력과 마케팅, 에너지가 필요한 무거운 숙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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