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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로 미룬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장 착수하라

지방이 텅 비어가고 있다. 이른바 직할시라고 하는 부산도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의 고령인구 비율은 17.5%. ‘노인과 바다’만 남게 생겼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러는 판이니 농업비중이 높은 전북은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나라 국토의 88%를 차지하는 지방. 지방의 산업단지와 공장, 농촌 현장과 중소기업들은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으면 손을 놔야 할 지경이다. 지방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고, 지방의 청년들은 수도권에서 기회를 찾으려 너도나도 지역을 떠나고 있다. 수도권은 마치 악어의 입처럼 지방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실정인 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장밋빛 립서비스만 내놓고 있다. “지역이 잘 살아야 민생이 좋아지고 국가경제도 도약할 수 있다” “전국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할 때 인구감소와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2024. 1.18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축사)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추상적이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아 공허하다. 구체성을 띤 지방 살리기 정책을 내놔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의 하나로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 2’를 꼽을 수 있겠다. 기획재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2022.12.20 시‧도경제협의회)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360개에 이른다. 대통령 직속의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확실하게 실시될 것”이라며 “어떤 공공기관을 이전 대상에 포함할지,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지 등은 이미 검토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책은 총선 때문에 미뤄졌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도 잠자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혁신도시를 건설하지 않았다면 지역경제도, 기업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전국의 지역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윤재호 전 대한건설협회전북도회장) 지금 지방과 수도권은 ‘지역 격차’를 넘어 ‘초격차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게 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형이다. 민선 자치가 1995년 출범했지만 30년이 다 돼 가도록 ‘허울뿐인 지방자치’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균형발전은 뜬 구름이 된지 오래다. 이런 기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해 둘 텐가. 4.10 총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소멸위기에 몰린 지방을 살릴 수 있는 필수 정책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지방시대의 방향성과도 부합한다. 당장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에 착수해야 옳다.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저출산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몇십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가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지방에 이전한다면 수도권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에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총선이 끝나자 ‘혁신도시 시즌 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처럼 군불만 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본격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다. 지방의 공동화를 막아야 살기 좋은 지방시대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공공기관 2차 이전’만이라도 확실하게 실행함으로써 지방시대에 응답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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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5 18:20

홀대 받는 전북, 중진 국회의원 존재감 보여라

“전북, 18년간 광역교통망서 배제‧‧‧대중교통 편의성 전국 최악” “대광법은 탄력, 공공의대법은 동력 둔화” “홀대 받는 전북 주력산업, 국회 차원 고강도 검증 시급” “SOC 건설에 지역균형발전 의무화를” “청년 몰리는 첨단산업 비중, 전북 최하위권” “대통령공약 전주 탄소산업, 정부예산 한푼도 반영 안돼” “간첩 발언, 전북 폄훼 망언까지 버젓이” “전북 홀대 만성화‧‧‧도민들 답답” 최근 지역언론에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전북의 현실을 말해주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정치권은 무얼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다. 향후 100일 동안 상임위 활동과 국정감사, 예산심의가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전북 정치권의 정치 역량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지난 4∙13총선의 중진소환론은 초‧재선의 전북 국회의원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불거졌다. 이를테면 남원 공공의대,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대통령 공약사업 등 현안들이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인사‧ 예산‧ 사업 등에서 우리 몫을 챙기지 못했다. 또 잼버리대회 파행에 따른 새만금 SOC예산 무더기 삭감이라는 전무후무한 해코지를 당했다. ‘대국민사기극’ ‘새만금 SOC 예산 빨대’라는 등의 허위 정치공세로 도민 자존심이 짓밟혔다. 이런 요인들이 결합돼 중진 필요성으로 작동했다. 응답의 신호일까. 4선의 이춘석 의원(국토교통위)이 지난 7월 국토부의 올해 전북지역 신규사업은 고작 6건(19억8000만원)에 불과했고 광역교통망과 초광역 메가시티 계획에서도 빠져 있는 등 전북이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는 현실을 들춰냈다. 전북은 과연 대한민국의 나라인가 따졌고 명백한 지역차별, 노골적인 전북홀대의 문제를 비판했다. 사실 정부가 이처럼 특정 지역을 대놓고 차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 문화‧ 체육‧ 산업‧ 금융‧ 과학기술 등 다른 분야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전북의 내년도 국가예산은 9조600억원 규모다. 전년 대비 430여 억원 늘어난, 빈약한 수준이다. 강원의 그것은 9조7000억원에 이른다. 충북은 9조 93억원으로 '9조원 시대'에 들어섰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2년째 강원에 뒤진 전북은 하위그룹에서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는 꼴이다. 다시 중진소환론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 자꾸만 쪼그라들고 홀대 받는 전북. 오늘날 전북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규명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중진들이 소환론에 화답하는 길이다. 민주당의 정동영(5선) 이춘석(4선) 김윤덕(3선. 사무총장) 안호영(3선. 환경노동위원장) 한병도(3선) 의원, 국민의힘 조배숙(5선. 비례대표) 의원. 선수(選數)로 본다면 전북의 정치역량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이른바 ‘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의 힘과 기운을 발휘해야 맞다. 국가예산은 강원과 비교할 때 10조원을 넘기고, 그동안 지체된 사업들을 정상화시킨다면 중진으로서의 체면이 설 것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중진이 대거 보강된 전북 정치권이 9월 정기국회에서 과연 어떤 성적표를 낼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호남 국가예산 확보 최선 다하겠다”(조배숙 국민의힘 호남특위위원장) “도민 압도적 지지, 성과로 보답하겠다”(전북을 찾은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들) 두 다짐이 또 립서비스로 끝나는 건 아닌지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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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3 16:15

행정통합, 김관영 지사의 리더십에 달렸다

올해 하반기엔 행정통합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 절차에 시동이 걸렸고,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움직임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 2009년, 2013년 세차례 무산된 뒤 11년만에 다시 시도되고 있다.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는 군산 김제 부안이 각기 행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행정 단위의 ‘규모의 경제’와 필수 생활서비스, 연계 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한 지방자치법 199조에 근거하고 있다. 초광역권 행정통합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세종·대전·충남·충북이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전북·전남·광주도 지난 4일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갖고 ‘경제동맹’을 선언했다. 초광역권 이른바 메가시티 배경에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허물어뜨리지 않고는 지방의 인구이탈과 경제빈곤화,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기조가 깔려있다. 공룡화된 수도권에 대응할 대안이 초광역권 행정 구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행‧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지방정부 간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시대정신이자 실천과제”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초광역권 통합을 추동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 권한이양과 재정지원이 핵심인데 노른자위인 이걸 중앙정부가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무늬만 특자도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중앙정부가 자치권과 재원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전시정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 또 ‘호남권 경제동맹’은 그동안 전남광주에 치여 왔던 전북이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세운 ‘전북몫 찾기 이데올로기’와 양립 가능한 것인지도 논란이다. 전북의 당면 과제는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자치시 설치다. 이건 전북 내부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찬반이 갈려있는 사안이라서 완주군민의 마음을 얻는 일, 정치적 행정적 접합점을 도출해 내는 일 모두 녹록치 않다. 2014년 70개 상생협약을 통해 통합을 이뤄낸 청주청원의 사례는 교훈적이다.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양보해서 통합을 끌어낸 것인데, 핵심은 청원군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고 협약내용도 획기적,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완주전주 통합은 어떤가. 네 번째 시도되는 데도 완주의 고민이나 군민들의 걱정 또는 요구에 대한 접점도 없고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합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배타적인 행태는 상생의 자세가 아니라 일방통행식 강자 논리일 뿐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상생협약이나 접합점을 이행하고 책임질 ‘보증장치’다. 이 장치는 도지사가 맡아야 한다. 청원청주 통합 당시엔 이시종 충북지사가 TF팀을 운영하면서 이 역할을 맡았다. 이런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행정통합은 갈등과 대립만 다시 확인하는 얼치기 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관영 지사는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자치시 설치 현안을 올 하반기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지작거렸던 현안을 이젠 팔을 걷어부치고 추동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리스크가 있지만 도지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현안이다. 리스크가 없는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다. 김관영 지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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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6 16:50

전북 국회의원님 힘 있는 정치를 보여 주세요

제22대 국회가 내일(30일) 개원한다. 개원하면 새로움에 대한 기대,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상황을 보면 여전히 갈등과 대립, 파행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특검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여러 정황은 극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 역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해 저질 정치공세로 상처가 깊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국민사기극’ ‘새만금 SOC 빨대’ 등의 허위 정치공세에 시달렸다. 잼버리 파행 책임전가와 새만금 예산 무더기 삭감 사태를 당했다. 자존심이 훼손되고 상실감은 컸다. 정치권은 무기력했고, 굵직굵직한 현안들은 추동되지 못했다. 대광법 개정이나 남원 공공의전원 설립 등은 발품을 판 애쓴 보람도 없이 지금 산소호흡기를 단 처지가 돼 있다. 전북이 왜 할퀴고 자존심이 짓밟혀졌을까. 정치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힘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힘은 권력이다. 권력을 바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 정치다. 이게 작동되지 않았다. 지역을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은 최고의 가치다. 이런 역할과 기능은 이미 500년전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 관료 출신 정치인인 마키아벨리가 설파했다.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당시 피렌체 공화국은 주변 국가로터 걸핏하면 공격을 받기 일쑤였고, 계속되는 시달림에 민생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처지였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것이 군주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는 명제가 탄생했다. 그 유명한 ‘군주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전북 역시 피렌체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전국 2.7% 경제, 연간 7000명에 이르는 인구 이탈, 최하위권의 GRDP(1인당 3200만원, 전국 평균 4200만원)‘외침’에 의한 시달림, 무기력한 정치. 이런 상황은 전북의 시대정신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그것은 전북을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 아니겠는가. 전북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5선 의원 두명, 4선 의원 한명, 3선 의원 세명 등 중진 의원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제22대 국회에서는 국정도 중요하지만 강화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전북의 현안들을 술술 풀어내야 한다. 지난 20일 열린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는 전북현안과 정치역량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였다. 국회의원 당선인과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시민사회단체, 기업인 등 리더들이 모여 의미 있는 의견들을 개진했다. 공개 자유토론 방식이라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응어리진 사안이 많다는 방증이다. 정치분야 발제를 맡은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의 일갈은 백미였다. 송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을 맡았었다. “행동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 여러분 모두 떨어집니다” 플로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시민들도 ‘구경꾼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를 가려 박수나 치는 공연 관람객 정도의 역할만 한다면 좀비 민주주의에 다름 아니다. 영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런시먼의 지적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좀비정치, 좀비행정, 좀비관료도 배격 대상이다. 좀비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움직이기만 하는 무기력한 사람을 일컫는다. 제22대 국회에 등원하는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치지도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던 간에 완강한 자세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쟁하고 헌신해야 한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의 말이다. 우리 전북의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금언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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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8 17:16

저열한 악마공천에 지역의제 실종된 총선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정치는 악마의 힘이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제22대 총선의 선거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불공정 경선, 공천 룰의 고무줄 잣대, 사천 논란, 공천 번복, 돌려막기 공천, 꼼수 위성정당,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등 국민 눈높이에 배치되는 행태들이 자행됐다. 후보는 장기판의 말처럼 이리저리 휘둘렸다. 새로운 권력 창출의 틀이 이른바 악마 공천으로 점철됐고 그럴듯한 정치언어로 포장돼 유권자들에게 뿌려졌다. 그러면서도 정당은 제 눈의 들보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상대 정당 티끌 욕하기 바쁘다. 선거는 공천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3선 이상 중진 돌려막기로 잡음은 최소화했지만 개혁과 쇄신에는 턱없이 미흡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공천을 주장하지만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친명 비명 갈라치기, 경선 룰의 자의적 집행이 반감을 샀다.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 등 소수 신생정당이 내건 기득권 거대양당 타파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반면 조국혁신당의 높은 지지율은 매섭다. ‘반윤 비명’의 중도성향 결집, 선명성의 효과일 것이다. 항소심에서 2년을 선고 받은 조국의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건 이번 총선의 최대 이변이다. 위성정당도 주목 대상이다. 위성정당은 한 당이 두 당으로 나뉘어 하나는 지역구에 올인하고, 다른 하나는 비례의석에 치중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다. 편법이고 꼼수다.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도 저열하다. 위선적 자기논리, 밀당과 배척, 사탕발림과 립서비스, 꼼수와 포퓰리즘적 정책 등이 공정과 정의, 상식의 가치를 밀어내고 있다. 전북은 어떤가. 전북은 지난해 새만금 예산 무더기 삭감을 경험했고, 2018년 교육부가 전북몫으로 배정한 남원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의 선거구 획정과 국민의힘 비례의원 배정에서 보듯 전북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카드라는 것도 확인했다. 전북의 존재감과 대외적 위상, 정치역량, 현안 추진능력이 모두 검증 대상이다. 그럼에도 이런 지역의제를 찾기 어렵다. 내일(28일)부터는 공식적인 선거운동의 포문이 열린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 엎어야 농작물이 자양분을 얻듯 지역의 문제를 들춰내 담론으로 끌고 가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정을 다루는 국민 대표기관이다. 또 지역의 고민과 현안을 파악하고 방법론도 제시해야 한다. 지역의 당면 과제는 국가적 의제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선거는 이런 일을 추스릴 정치역량을 가진 후보가 누구인지 선택하는 정치이벤트다. 경쟁이 없는 선거는 의미가 없다. 정치서비스를 약화시킨다. 경제력과 정치력, 인적 파워와 네트워킹이 약한 전북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터인데 벌써 파장국면이다. 지역의 불행이다.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다. 유권자가 선거에 무관심 하면 악마의 힘이 먹혀 들어간다. 감언이설, 논리와 합리가 결여된 정치공세, 비현실적 정책, 이행 가능성 없는 공약이 난무하고 유권자를 조롱할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1712~1778)는 사회계약론에서 “국민이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의회 구성원을 뽑는 선거기간 뿐이다. 의원이 선출되고 나면 국민은 노예가 되고 만다”고 했다. 250여년이 지난 지금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노예 소리 듣지 않으려면 똑똑한 주인이 돼야 한다. 4월10일 총선이 코 앞에 닥쳤다. 제대로 심판하려면 누가 악마인지, 누가 거짓말 하는지, 누가 우리를 대변해 줄 사람인지 눈을 부릅 뜨고 지켜봐야 한다. 선거의 제일 기능은 검증과 심판이다. 이 명제를 잊지 말자.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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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6 19:06

위리안치된 새만금, 조기 방면하라

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이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둘러쳤다. 예산을 세워 주고도 움쭉달쭉 못하게 집행 보류의 형벌을 내린 새만금사업이 꼭 위리안치된 꼴이다. 지난해 8월 세계잼버리대회 부실운영 이후 무더기 삭감(삭감비율 78%)된 새만금 예산은 500만 전북인의 저항과 정치권의 노력 끝에 기사회생했다. 3017억원이 복원된 새만금 SOC예산은 총 4513억원이다. 당초 부처 예산(6626억원) 대비 68% 비율이다. 생니를 빼놓고 틀니로 갈아 끼운 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이 일부 조정된 예산마저도 집행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새만금사업의 ‘적정성 및 기본계획 재검토’라는 형벌 때문이다. 관련 용역이 마무리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다. 예산은 복원했으되 형벌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위리안치된 새만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8월29일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공항 항만 철도 등 기존에 계획된 SOC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은 무더기로 칼질 당한 새만금 예산이 발표된 날이다. 전북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을 용이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쥐어 박고 달래는 격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는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이다. 새만금 SOC는 정부가 틀을 짰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절차를 밟아 추진된 사업들이다. 그런데도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상반기 수석비서관회의 때 새만금 기업투자가 정부 출범 이후 6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이 자료는 한덕수 총리가 전달해 윤 대통령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새만금 기업투자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을 용이하게 할려면 SOC를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거꾸로 SOC투자를 멈추게 하고 있으니 자기모순이 아니고 뭔가. 잼버리 부실운영과 새만금을 연결 짓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미 세워놓은 예산을 수시배정이라는 형벌을 씌워 집행 보류하고 있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 SOC 투자를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속도를 내야 한다. 새만금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한 것도 윤 대통령이다. 정부는 또 새로운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새만금산단 입주기업 및 민간투자 유치에 필요한 사업 만큼은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위리안치된 새만금 예산은 방면(放免)해야 맞다. 적정성 및 기본계획 재검토는 진행하되 여야합의로 복원된 예산은 집행하는 게 순리다. 이 예산은 계약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3월까지는‘풀어줘야’올해 안에 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만금 계획이 변경되는 건 치명적 걸림돌이다. 정쟁화되고 상처투성이인 새만금은 신뢰회복과 경쟁력 확보가 과제다. 정부의 투자계획은 글로벌 기업들도 지켜보고 있다. 신뢰는 기업투자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10조원 투자협약 역시 정부의 신뢰가 담보될 때 가능하다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새만금이 국가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전북자치도의 사업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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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전북 정치 왜소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하는 시민을 대변하겠다” “지방 검사장을 시민 손으로 뽑는 직선제를 도입하겠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포문이 열렸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공중에 떠 있다. 총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는 미완이다. 경기가 어느 곳에서 치러질 지도 모르는데 선수명단부터 등록 받고 있는 꼴이다. 정당과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 와중에 전북에게는 최악의 선거구 획정안이 던져졌다. 중앙선관위의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5일 서울과 전북이 각 1곳씩 줄고, 경기 인천이 각 1곳씩 늘어난 획정안을 내놨다. 지역구 153석, 인구편차 2대1, 인구하한 13만6600명 상한 27만3200명, 거대 선거구 방지를 위한 자치구와 일부 시군의 분할 허용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전북 선거구 9개. 심리적 마지노선인 두자릿수가 깨졌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1948년 제헌의회 때 전북 지역구 의석은 22개였다. 3~4대까지는 24석이었다. 1966년 전북 최다인구인 252만명 시절이다. 그뒤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인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 때문이다. 정읍고창 선거구는 ‘정읍고창순창부안’으로, 남원임실순창 선거구는 ‘남원진안무주장수’로, 김제부안 선거구는 ‘김제완주임실’로 통합 조정됐다.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의 자치단체가 공중분해돼 뿔뿔이 흩어졌다. 문제는 왜 유독 전북만 한석이 줄었느냐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충청이나 경상, 전남 모두 공통 현상이다. 심지어는 부산도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에선 전북의 선거구만 감소했다. ‘10석 유지’를 철석 같이 믿고 방심한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10석 유지 해법’을 획정위에 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남 부산 등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했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수용할 수 없다. 여야 합의가 안되면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면 된다”고 했다. 정치 참 쉽게, 편하게 한다. 근본적인 것은 선거구 획정제도를 인구 수만이 아닌, 농산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도록 개혁하는 일이다. 공직선거법(제25조)은 ‘인구편차 2대1의 범위 안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이 함정이다. 강제력을 띠도록 개정해야 한다. 호남 경상 충청 강원의 공통현상이고, 여야와 지방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데 왜 이걸 해결하지 못하는가. 미국 같은 나라는 철저하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주에도 인구가 많은 다른 주처럼 상원의원 2명이 배정된다. 지금처럼 인구편차 2대1의 기준을 획일적,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농산어촌 지역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획정에서 속초시와 철원· 화천· 양주· 인제· 고성 6개 시군이 1개 선거구로 묶였다. 면적이 4922㎢에 이른다. 서울(605㎢)의 8배 면적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석은 한석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은 지역대표성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전북정치의 문제는 외형적 크기의 감소뿐만 아니라 질적인 수준도 기대이하라는 점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의 당내 지도부 진출, 일당백의 역량, 존재감 있는 의정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꿈도 없이 국회의원 한번 더 할려고 권리당원 관리에만 치중하는 정치인이라면 퇴출돼야 마땅하다.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과 함께 전북 정치 쇠락의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와관련한 인적, 제도적 개혁방안을 놓고 활발한 공론이 펼쳐지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순기능이다. 선거는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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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새만금 예산 복원은 대통령 의지에 달린 문제

새만금사업은 1991년 7월 영수회담에서 당시 야당인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노태우 대통령과 담판을 짓다시피 해서 성사된 사업이다. 넉달 뒤인 1991년 11월28일 부안군 하서면 대항리, 지금의 홍보관이 들어선 나대지에서 기공식이 열렸다. 노태우 대통령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전북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기공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중 60대 나이 든 분들이 하던 말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완공? 우리 생전에는 못보네” 장밋빛 청사진이 담긴 새만금은 전북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진행은 더뎠고, 담보되지 않는 립서비스가 난무했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놀이터가 됐다. 어느새 전북의 희망이 ‘희망고문’의 애물단지로 바뀌었다. 세계잼버리대회 이후 새만금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0월 24일 열린 전북도에 대한 행안위 국정감사장.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김관영 지사에게 물었다.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삭발과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새만금은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렇게 예산삭감에 분노하고 있는 거냐?” “국책사업이지만 전북 행정구역이기 때문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전북의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1년간 많은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희망을 가졌는데 잼버리 이후 대규모 예산 삭감 때문에 도민들이 허탈해 하고 분노하고 있다”(김관영 지사) 무더기 예산삭감. 잼버리 파행의 경위를 가리기도 전에 책임을 전북한테 뒤집어 씌우고 잼버리와는 관련도 없는 새만금 예산을 삭감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액(6626억)의 78%(5148억)를 잘라냈다. 사전 타당성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정부가 심의했고, 매년 평균 6000억원 안팎이 지원된 예산을 느닷없이 1479억원으로 삭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감에서 기재부는 삭감 경위를 설명하지 못했다. 8월4일까지 유효했던 예산을 잼버리 부실 이후 삭감해 버린 사실이 보복성으로 보는 이유다. 여러 정황상 그 배후엔 용산 대통령실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철학에 어울리는 새만금 개발계획을 내놨다. ‘대중국 교두보’(김영삼)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김대중) ‘중국시장과 연계한 글로벌 무역도시’(노무현) ‘동북아의 두바이’(이명박) ‘국제경제협력특구’(박근혜) ‘신재생에너지 메카’(문재인) 등등.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유치를 핵심 키워드로 내걸었다.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게 하겠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 모두 윤 대통령의 약속이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지난 1년 동안 6조 6000억원의 기업유치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새만금은 산단부지가 부족할 정도로 기업수요가 많다. 내년말까지 100만평을 추가 조성해 달라고 농어촌공사에 요청한 상태다. 이차전지 특화산단과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됨으로써 비상하려던 찰나에 예산 삭감이라는 암초를 만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새만금의 방향성은 ‘기업유치를 통한 글로벌 도시’이다. 기업을 유치할려면 SOC가 먼저 확충돼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절차에 하자가 없고 예산 편성의 계속성과 새만금의 방향성, 윤 대통령의 약속 등을 천착하면 예산삭감 명분이 없다. 새만금 SOC 예산은 복원돼야 마땅하다. 결국 새만금 예산 복원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노태우-김대중 담판으로 착공된 새만금을 33년만에 포기한 대통령으로 윤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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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1 16:00

‘새만금 제물’ 정치프레임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잼버리 후폭풍이 거세다.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 덤터기 씌우더니 새만금 예산 78% 삭감에 이어 기본계획마저 뜯어 고치겠다고 한다. 저항이 크다. 국회의원 삭발, 도의원 삭발과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바둑에서 복기는 수를 읽고 대응력을 기르는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잼버리 사태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노림수는 무엇인지 의도를 알면 향후 대책과 행동의 정당성이 담보될 것이다. 전북책임론은 허위사실로 포장된 정치공세에서 시작됐다. 책임소재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두 명이 선봉에 섰다. 국회 잼버리 상임위인 여성가족위 간사인 정경희(비례대표)와 송언석(원내수석부대표∙경북 김천)이 그들이다. 잼버리 폐영 다음날인 8월 13일 정경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은 잼버리를 핑계로 지역 SOC 예산을 끌어가는 데만 힘을 쏟았다"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송언석은 “전북도가 잼버리 행사 그 자체보다도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며 “그 예산이 11조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책임론에서 윤석열 정부를 분리시키기 위한 선제공격인 셈이다. 모두 억지이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국민 사기극’, ‘SOC 예산 빼먹기’ 운운은 모르고 그랬다면 무지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야비하다. 송언석은 기재부 예산실장과 차관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경북도당위원장이다. 새만금의 예산 이력을 모를 리가 없다. 그는 전주의 이덕춘 변호사한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정경희와 송언석의 주장은 성공적인 노림수였다. 윤석열 정부의 잼버리 파행 책임을 희석시키고 전북책임론을 굳혀버렸다. 기재부한테는 무더기 예산삭감의 명분을 준 ‘지침’이 됐다. 새만금 예산 6626억 원 중 78%인 5147억 원이 삭감됐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산은 5363억 원이 반영됐다. 새만금 예산 잘라내 가덕도신공항에 바친 꼴이다. ‘예산보복’ 논란이 일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가예산 발표일인 8월 29일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예산보복’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려는 포장용 구상이겠다. 국토부 관계자들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어서 급조 인상이 짙다. 그러니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2021년 2월에 변경된 기본계획을 2년만에 다시 재검토하겠다니 황당하다. 기업을 지원하려면 가장 먼저 SOC 확충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인데 새만금의 SOC 예산을 무더기로 잘라내면서 기업지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니 아귀가 맞지 않는다. 잼버리 사태의 종착 지점은 내년 총선이다. 4.10 총선은 칼자루를 잡느냐, 칼날 위에 서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예산과 사업의 배분에는 권력의 힘이 작동하고 이익극대화 원칙이 적용되기 마련이다. 세수는 줄고 쓸 곳은 많은데 정치적 이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버리는 카드 이른바 사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새만금 제물’ ‘전북 희생’은 이런 정치프레임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정치프레임에 동의한다면 끌로 파고 정으로 쪼아 분쇄시켜야 한다. 총선의 격전지는 수도권이다. 수도권 인구 중에는 호남출신이 가장 많다. 500만 전북인이 수도권을 추동시켜야 하는 이유다. 버림 받은 전북의 이익극대화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해자들은 전북을 조롱할 것이다. 두들겨 맞고도 흰눈 한번 들이대지 못하는 족속이라고.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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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2 15:29

최고의 선(善)이 된 기업유치, 전북의 현실은?

기업민원을 해소해 유공자 표창을 받은 전북도청의 장인 에너지정책팀장 사례가 눈길을 끈다. 폐 배터리 재활용업체인 군산 (주)성일하이텍은 올해 9월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전력 사전신청 시기를 놓쳐 내년 6월 이후에나 전력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장인 팀장은 관련 기관 협의 및 한전 본사 방문, 실무협의 등 갖은 노력 끝에 민원을 해결했다. 성일하이텍은 66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전북일보 7월14일자 14면) 김관영 지사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주력하는 건 강점이다. 1기업 1공무원전담제, 환경단속 사전예고제,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 노사 상생선언 등이 그것이다. 장인 팀장의 사례는 ‘1기업 1공무원전담제’의 성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시군 감사 결과 드러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소상공인 영업허가와 관련 법정 처리기한(7일)을 넘겨 95일까지 지연시킨 일도 있다. 공장 임대신고서를 접수 받으면서 법정 구비서류도 아닌 법인등기부등본,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소기업이 공장을 신·증축하는 경우 농지보전부담금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부담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수천만원을 징수했다. 이런 유형의 사례 115건이 적발됐다(7월3일 전북도 감사자료) 마무리된 민원을 처리기한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있거나, 민원 담당자가 휴가를 떠나버린다면 민원인은 어떤 심정일까.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기업인들은 나아가 규제혁신이 투자의 본령이라고 지적한다. 규제혁신은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업과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중앙정부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투자를 막는 결정적 규제, 이른바 ‘킬러 규제’를 지시했지만 시각의 차이를 바꾸지 않으면 이 역시 별무효과일 것이다. 기업유치는 이제 자치단체에겐 최고의 선(善)이 됐다. 일자리, 소득, 세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북애향본부가 지난 6월27일 발표한 전북도민의식조사에서 ‘기업유치’는 압도적인 기제(機制)였다. ‘전북발전의 핵심 과제’나 ‘인구감소 대책’을 묻는 질문에 모두 ‘기업유치’를 으뜸으로 꼽았다. ‘정치역량 강화’나 ‘저출산 지원확대’ ‘균형발전’ 보다도 두배 이상 높았다 성공적 기업유치 해결 과제로는 ‘도로 항만 공항 등 SOC 구축’ ‘자치단체장의 친기업 마인드’ ‘공무원의 전향적 자세’ ‘노동조합의 상생의지’ 순으로 응답했다. 또 기업유치의 걸림돌로는 ‘부족한 투자 인프라’ ‘소극적인 공무원의식’이 1,2위를 차지했다(전북도민의식조사는 전북애향본부 홈페이지 참조) 기업유치는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긴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북은 접근성이 취약하고 공항 항만 등 인프라가 열악한 탓이다. 투자환경과 인프라, 규제개혁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기업유치는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산단 지정 사례처럼 전북은 그나마 김관영 지사의 역동성과 친기업 마인드가 이 열악성을 커버하고 있다. ‘전북에 가면 어떤 점이 좋은가? 이 질문에 뚜렷이 응답할 수 있다면 성공이겠다. 전북에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는 게 완결편이다. 단체장과 소속 공무원으로만 될 일이 아니다. 도민 모두의 응집력과 마케팅, 에너지가 필요한 무거운 숙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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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5 15:07

대통령의 약속, 무기력한 전북정치권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2년차에 들어섰다. 자치단체장들도 20일 후면 2년차에 들어선다. 세월이 빠르다는 걸 실감할 뿐 손에 잡히는 게 없다. 하지만 점검할 건 점검하고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상남자 스타일이다. 추진력이 강점이다"(라경균 윤석열후보 호남본부장, 국민의힘 김제부안당협위원장). 소통과 협치는 단점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1년이 넘도록 야당 대표와 회동하지 않고 있다. 소통과 협치 없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역정책은 지역의 중요한 관심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러 약속과 메시지를 내놨다. "임기 중에 새만금사업을 마무리 하겠다" "새만금과 전북을 기업들이 바글거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2022년 4월24일 공군헬기로 새만금 시찰 후). 전북의 금융중심지 지정도 자신에 찬 어조로 확약했다. "전주가 이제 서울 다음의 제2의 금융도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한다"(2022년 2월12일 전주역 기자회견), “기금운용본부가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연기금 특화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2022년 1월 전북의 유권자에게 보낸 손편지). 이랬던 현안을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과제로 채택하지 않았다. 얼마전 장수 출신의 박용진 국회의원(민주당, 서울 강북 을)이 정무위에서 이걸 문제 삼았지만 전북 정치권은 누락 당시엔 왜 침묵 했는지 이게 더 궁금하다. 인재중용은 어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호남인재를 중용하겠다"(2022년 2월12일 전주역 기자회견). 그런데 내각과 대통령실의 전북출신 인사는 가뭄에 콩 나듯 척박하다. 한덕수 총리를 빼면 무장관이나 마찬가지다. 전북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4.4%였다. 역대 최고 지지율이다. 그런데도 정책과 인사에서 홀대 받고 있으니 표만 챙기고 약속은 나몰라라 하는 이른바 ‘먹튀 대통령’이란 질책이 뒤따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전북의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존재감을 드러낼 정치역량도 미흡하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데 울지도 않는다. 립서비스만 화려하다. 성과로 나타난 건 내것이고 미완은 남 탓을 한다.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진성당원만 잘 관리하면 당선되니 머리 쓸 일이 없다. 정치를 아주 쉽게 하기 때문에 치열성도 떨어진다. 5년째 표류중인 남원 국립의전원, 기재부 반대에 부딪친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다 그런데 있다. 내년 1월18일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올 하반기엔 ‘공공기관 이전 시즌2’가 작동된다. 6월중엔 국가전략산업인 2차전지 특화산단이 선정된다. 포항, 울산, 오송, 새만금이 대상이다. 모두 전북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는 현안들이다. 하지만 무기력한 정치역량으로는 어려운 숙제들이다. “군산이 새만금과 함께 공항 항만 철도의 트라이포트가 어우러진 ‘산업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2022년 1월 전북의 유권자에게 보낸 손편지). 윤 대통령의 약속대로 라면 2차전지 특화산단은 새만금이 돼야 맞다. "윤석열 정부는 곧 지방시대다"(2022년 4월20일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 간담회). 임기 2년차부터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파격적으로 추동시켜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약속은 천금의 무게를 갖는다. 지켜야 맞다. 그렇지 못할 땐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해야 옳다. 임기 4년이나 남았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상남자의 추진력을 지역간 균형과 지역정책 약속 이행에 쏟아붓길 기원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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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6 16:00

‘전주 을 재선거’가 내년 총선에 시사하는 것

내년 총선(4월10일)을 1년이나 남겨두고 있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민주당 예비 주자들은 진성당원 확보에 인맥을 총 동원하고 있다. 투표권을 갖는 진성당원은 공천을 결정 짓는 핵심 세력이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내야 진성당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선을 내년 2월쯤으로 전망하면 7월까지는 진성당원 확보가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진보당의 조직적 선거운동, ‘반윤정서’ 등이 결합된 ‘4.5 전주 을 재선거’는 26.8%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 속에 진보당의 강성희 후보를 당선시켰다. 정당도, 이름도 생경했던 강성희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의미는 무엇인가. 강성희 의원은 유권자들의 말을 빌어 답한다. “지난 3년 동안 우리지역에 국회의원이 있었느냐” “여의도에만 가면 왜 변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자신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주민들과 울고 웃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은 내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의 도약이 목표다. 그러려면 국회에서의 존재감과 지역사회에서의 신뢰를 이어가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하는데 소수정당에다 임기 1년으론 한계가 따를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다.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은 무기력을 드러냈다. 조직이나 정책, 정당 차원의 지원 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전주에 온 김기현 대표는 지역현안을 놓고 흥정했다. 김경민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전북의 숙원인 대광법을 통과시켜 주겠다고 했다. 이건 협박이다. 유권자를 어린아이로 보는 천박성을 드러냈다. 쌍발통 정치의 상징인 정운천 의원은 계산에 능했다. 나올 것처럼 했다가 출마를 접었다, 8%의 낮은 득표율에 책임을 지고 도당위원장직을 내놨다. 하지만 내년 총선의 유력한 카드임에는 틀림 없다. 지역현안과 예산열정에 그만한 인물도 찾기 어렵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강성희 후보에 6.94% 포인트(3094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지만 내년 출마의 씨앗을 만지작거릴 수 있게 됐다. 32.13% 득표율은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전주 을 재선거는 민주당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169석의 거대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전북의 고민이나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왔는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역 여론도 곱지 않다. 신문 칼럼은 싹 갈아 엎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성과도,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 교체 여론은 65%에 이른다. 선거 때마다 현역 교체비율은 70%를 웃돌았다. 선거의 핵심은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예상보다 더 혹독한 심판이 기다릴 수 있다. 민주당은 지금 위기이다. 사법리스크의 파장이 어디에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당내 계파갈등이 증폭될 개연성도 크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개혁과 쇄신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민주당 강세인 호남은 개혁 쇄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당은 전북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호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권력화돼 기득권을 즐기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성과도 없이 진성당원만 확보하면 된다는 이른바 선거공학적 접근에 함몰돼 있지는 않은 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지역에 국회의원이 있었느냐”고 다그치는 민심은 민주당에겐 여간 뼈아픈 비판이 아닐 수 없다. 개혁 쇄신을 추동시킬 것인지, 아니면 개혁 쇄신의 대상이 될 것인지 눈여겨 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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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5 17:19

전북정치권에 필요한 건 ‘여우처럼 사자처럼’

마키아밸리(1469~1527)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능한 관료였다. 피렌체 공화국의 제2서기국장으로 관료생활을 시작, 14년간 재임했다. 외교와 군사에 정통했고, 그의 관심은 ‘국정의 기술’이었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봉건적 정치질서가 끝나고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형성하던 시기 주변국들한테 짓밟히고 유린 당했다. 정치권의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 황폐한 상황이었다. 마키아밸리에겐 이런 시대상황과 정치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였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강력한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강력한 정치지도자 즉 군주의 덕목은 ‘여우처럼 사자처럼’이다. 여우는 명민한 지성, 사자는 강력한 무력을 의미한다. 군주는 이 두가지가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전북은 추동시켜야 할 목표가 높다. 반면 이를 실현시킬 토양은 척박한 것이 현실이다. 정치역량과 인적 물적 인프라, 대내외적 존재감, 지리적 여건 등은 매우 취약하다. 나아가 지역폄훼나 외부의 흔들기, 우리 몫의 박탈 등 현저한 불이익 현상이 벌어질 때 제대로 된 대응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에 예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에 넘겼을 때도 그렇고, 전북 것인 국립 남원공공의대가 공중에 떠다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설이 또 도졌다. 대통령실 회의 직후 나왔다. 한술 더 떠 서울이전 대화 도중 전주가 소 냄새, 돼지우리 냄새가 나는 지역으로 매도됐다. 공영방송의 공론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과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근거 없이 보도한 그 내용이다. 광주나 대구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묻는 도민이 많다. 과거에도 불거졌던 서울 이전설, 전북이미지를 먹칠하는 지역폄훼 발언이 왜 반복되는 걸까. 우리 탓이 크다. 치이고 우롱당해도 멀뚱멀뚱 하거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짓밝히고 유린 당하는 것이다. 마키아밸리는 어중간한 관용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가 살아있다면 ‘저항의지를 상실할 만큼 잔혹하게 제압해야 한다’고 말할 것 같다. 토끼 한 마리를 물어 죽이는 사자처럼. ‘여우처럼 사자처럼’은 존재감이 없는 전북, 모두는 아니지만 물러 터진 전북 정치인들한테 절실한 덕목이다. 지역발전, 도민이익과 관련해서는 여우처럼 교활할 정도로 영리하게 대응하고 실리를 좇아야 한다. 불이익엔 사자처럼 잔혹성을 띠어야 한다. 사실무근 발표라든지, 사과 한마디 한다고 해서 없던 일로 치부하는 건 좋은 해법이 아니다. 끝까지 추적해서 근원을 밝혀내고 발언의 의도성과 위험성을 적시해 책임을 묻는 사자 같은 잔혹성을 보일 때 반복되지 않는다. 이걸 게을리하면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고 얕잡아 보게 돼 또 멸시 당한다. 앞으로도 어떤 현안이 도져 홍역을 치를지 모른다. 과거엔 어떤 불이익 현안이 발생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으름장도 많이 있었다. 헌데 근래에는 이런 으름장마저 찾기 어렵다. 문제의식이 없거나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도민눈높이의 정치의식이 아예 없든지. 전북 정치인이 지향해야 할 ‘전북경영의 기술’은 ‘여우처럼 사자처럼’이어야 할 것 같다. 지역발전과 도민이익 앞에서 침묵하고 흥분하지 않는 전북을 누가 예우해 주겠는가. ‘군주론’의 마키아밸리를 소환하는 이유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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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4 16:26

특별자치도가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지난 연말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 특별자치도 의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부상해 있다. 전북 곳곳엔 ‘전북특별자치도 통과’ 플래카드가 나붙고, 정치권도 환영 일색이다. 도민은 물론 설 명절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플래카드에 표기된 홍보 카피처럼 ‘더 특별해진 전북, 더 새로워질 전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헌데 그들은 묻는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전북도가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세미나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기구조직에 추진단을 꾸렸다. 올 한해는 특별법에 담아야 할 조문 보완과 전북형 특례 발굴, 규제 개혁, 전북의 특성을 살린 컨텐츠 개발 등에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분주할 것 같다. 한발 앞서 있는 강원도는 오는 6월 출범 예정인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정했다. 23개이던 법 조문을 181개로 늘린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넘겼다. 4월 입법이 목표다. 제주특별법도 2006년 제정 이후 6차례에 걸쳐 법률 개정작업이 이뤄지면서 조문이 481개로 늘었다. 상황에 따라 보완이 이뤄지는 건 당연하다. 설 연휴 직전 강원도민들에게 공개한 강원도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농업진흥지역을 지정·변경 또는 해제할 수 있는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각각 도지사에게 이양해 달라는 특례가 그것이다. 별도의 부교육감을 별정직 지방공무원으로 한명 더 교육감이 임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특례도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접경지역인 강원도는 각종 규제에 묶여 피해의식이 강하다. 때문에 규제를 풀어 강원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교육감 추가 임명 특례도 국제교육특구를 지정, 국제학교를 설립·운영하려는 강원도로서는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의 태도다. 이른바 분권의 인정이고 권한의 이양인데 장관 권한을 선뜻 자치단체한테 내놓겠느냐는 것이다. 이걸 눈여겨 보는 이유는 전북도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강점인 농생명, 식품, 바이오 부문과 전통문화 관련 콘텐츠, 기업유치, 새만금, 국제학교 유치 등 이른바 ‘전북형 특례’를 실행하기 위해선 강원도처럼 장관의 권한을 도지사가 이양 받아야 할 사안이 숱하게 나올 수 있다. 강원도가 요구한 ‘농업진흥지역의 지정·변경·해제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 부교육감 1명 추가 임명권’ 등은 특별자치도의 자치권과 자율권을 인정 받는 상징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와관련해 국토정책의 전문가들은 경직된 중앙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간 형평성과 난개발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농업, 환경단체들이 동의할 지도 의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분권과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별자치도는 특별하지 않은, 무늬만 특별자치도에 머물 것이다. 특별자치도 도지사가 자치권을 갖고 독자권역으로서 지역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수사는 그야말로 장밋빛 전망에 그치게 된다. 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분권과 자율권, 권한이양에 대한 정부 부처의 유연한 태도가 관건인데 저항이 클 것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결국 통치권 차원의 인식과 접근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그럴 의지가 있을 것인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에 대한 해답도 이에 달려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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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4 14:07

왜 다시 전주-완주 통합인가

자치단체마다 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경영환경 개선을 의욕적으로 다지고 있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부가가치 높은 미래를 처방하는 것이 포인트다. 관행을 벗어나 혁신 마인드로 접근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 지방은 저출산, 고령화에다 수도권 인구유출 등 3중고에 직면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방소멸’의 충격을 던진 게 2014년의 일이다. 마쓰다 히로야의 저서 ‘지방소멸’은 일본 기초자치단체 1800곳 중 절반인 896곳이 30년 안에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쓰다 히로야는 이와테현 지사를 3선 역임한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105개(46%)에 이른다(2021년 한국고용정보원 자료). 이중 92%가 지방이다. 심지어는 부산시의 영도 동구 중구 서구도 소멸위험 대상에 끼어 있다. 한때 ‘400만 부산’이란 슬로건을 내건 부산 인구는 현재 332만 명이다. 고령인구 비율은 17.5%에 이른다.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푸념이 고개를 든다.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이럴진대 전북은 말할 것도 없다. 전북 인구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80만명이 이미 깨졌고, 전주 인구는 10년 넘게 65만명 안팎에서 정체현상을 빚더니 이젠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지방소멸을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하도 넓고 깊어서 벙벙하지만 전북처럼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거점도시 육성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처방한다. 산업과 일자리, 의료, 교육, 복지시스템이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구축된다면 이 거점도시가 수도권 집중을 막는 ‘방어선’ 기능을 하고, 수도권에 진출했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른바 ‘인구 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은 광역시도 없고, 전주시 특례시 지정도 실패했다. 거점도시가 없는 탓에 국가예산과 공모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정부정책과 자원배분이 광역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 거점도시는 어디가 적정한가. 전주-완주 통합시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주와 완주가 갖고 있는 장점, 그 장점들이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가능할까. 1997년과 2009년, 2013년 세차례 통합실패는 △ 기득권 층의 ‘밥그릇’ 인식 △ 통합 되면 농촌지역의 불이익이 클 것이라는 우려 △ 일부 정치권의 반대여론 획책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유희태 완주군수와 군의원들의 태도다. 당선 초장부터 거론되고 있는 통합에 대해 뜨악해 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통합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한다면 효율적인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열쇠는 완주군민들이 쥐고 있다. 통합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손익계산이 바로 설 때 통합은 가능하다. 오염되지 않은 이성의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전북도의 태도도 중요하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을 지역생존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두 지역만의 문제로 볼 일이 아니다. 전북도는 정책과 상생방안, 약속이행 장치를 구축하고 그 보증인이 돼야 한다. 성공모델인 청주-청원 통합은 당시 이시종 충북지사가 연구용역과 대책기구를 주도했고 상생과 신뢰를 담보시켜 성사시켰다. 전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정치역량도 줄어들고 있다. 지역을 크고 넓게 디자인하고, 그 안에 담을 내용물을 만들어 내는 게 숙제다. 소멸위기에 대응할 혁신적인 마인드가 절실해 보인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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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6 14:09

지역 현안에 무기력 드러낸 전북 정치권

국정감사는 국회의 꽃이다. 집행기관을 상대로 정책과 예산집행의 잘 잘못을 가리고,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이 본령이다. 국회의원들에겐 정치역량을 발휘하는 절호의 기회다. 민생, 국정도 중요하지만 지역정책도 이에 못지 않다. 지역에 기반한 국회의원들은 지역현안과 지역이슈를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도 의무다. 지난 4일부터 3주일 동안 진행된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이라서 미진했던 전북의 현안들에 대해 실행성과 방향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제일 과제였다. 이를테면 남원 공공의대, 제3금융중심지, 전북특별자치도, 새만금정책 등이 그런 것들이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할 공공의대는 국민의힘 새시대위원회가 2021년 12월 남원 설립을 약속한 사안이다. 2018년 8월에는 교육부가 정원 49명을 남원 몫으로 확정했다. 5년째 공중에 떠 있는 데도 국감에서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남원지역의 뜻있는 인사들만이 눈물겹게 투쟁하고 있다.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관영 도지사, 정운천 국힘 국회의원 등이 대도민 약속을 한 정책이다. 관련법의 연내 입법화가 핵심이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정쟁 속에 여야 협치는 과연 담보되는 것인지 안갯속이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문재인 정부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무시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새만금 갖고 놀기’는 선거 때마다 신물이 나는 정치권의 단골메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을 약속했고, 새만금특별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설치 및 특별회계 조성을 공약했다. 대통령 약속인데도 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 따지는 사람도, 호령하는 사람도 없다. 지역현안을 놓고 실행 로드맵도 없이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다. 립비스만 날리고 나몰라라 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묻고 따지고 비판해야 맞다. 행정부의 직무유기나 나태한 태도는 추상 같이 추궁하는 것이야 말로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과연 그렇게 했는가. 역대 최대 약체라는 비판을 듣는 전북정치권은 이를 만회하려는 듯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국민의힘은 쌍발통 협치와 전북동행 국회의원 이벤트를 활용했다. 그러나 원팀정신, 쌍발통 협치는 말뿐이었다. 지역현안을 당론으로 밀어부치는 뚝심도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도당위원장 선거, 당 대표와 지도부 입성의 기회인 전당대회 등 정치이벤트가 있을 때에도 각자도생이었다. 국회 상임위 포진도 무전략이었다. 국회의원 숫자도 적은데 인기 상임위로 2명, 3명씩 쏠렸다. 국회의원 한명 없는 상임위가 수두룩하니 공공의대 같은 지역의제가 방치되고 소외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열 정부 첫 국감에서는 전북의 현안사업에 대한 이행로드맵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전북현안을 추동시키지 못했다. 무기력했다. 전략도, 역동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3선, 4선의 중진의원이 없는 전북의 정치적 빈 공간이 더 커 보인다. 정쟁은 정치꾼들에게 맡기고 지역현안 만큼은 챙겨야 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고군분투 하긴 했지만 정치인은 열심히 일 했다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큰 건 손도 못 대고 자잘한 것 갖고 생색 내는 꼴이 초라해 보인다. 국감 이후엔 예산국회다. 도정과 국정의 일년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다. 사정정국이라 협치는 물 건너 갔지만 지역현안 만큼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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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5 14:05

‘고향사랑 기부제’에 대한 담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두고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홍보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답례품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기부금액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제도는 일본이 2008년 도입한 이후 지방재정 확충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 올해 기준 납세자 5000만명 중 740만명이 참여했다, 참여율은 15%쯤 된다. 주민공제액은 5조5110억원에 달한다. 전북도는 관련 용역을 맡기고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14개 시군도 마찬가지다. 전북애향운동본부 역시 ‘고향사랑 기부’를 내년 핵심사업으로 내걸고, 전국 향우들과의 연대 및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지난 상반기에 밝힌 바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10만원을 초과한 액수에 대해서는 16.5%를 공제 받는다. 기부금의 30% 이내(최대 100만원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출향인이 10만원을 고향에 기부하면 최대 3만원의 답례품과 함께 연말정산 때 1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최대 30만원의 답례품과 함께 기본공제 10만원을 제하고 남은 90만원의 16.5%인 14만8500원을 더한 24만8500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기부금 상한액은 1인당 500만원이다. 이 한도 내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고, 여러 자치단체에 나누어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인은 제외된다. 인허가, 사업유치 등 짬짜미 비리로 흐를 개연성 때문이다. 틀은 잘 짜여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제도를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두 금지해 버렸다. 전화, 서신 또는 문자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이용도 금지되고 향우회 동창회 등에 참석해 기부를 권유하거나 독려하는 방법도 금지된다. 리플렛 등 홍보물도 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누어 주는 건 금지된다. 어기면 최장 8개월간 모금이 금지된다. 자치단체가 출향인사 등에게 고향사랑 기부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선거법보다 더 엄하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손 발 묶어놓고 고향 마케팅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답례품과 기부금 사용처다. 답례품과 사용처에 따라 지역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특산품이나 지역사랑상품권만으로는 경쟁하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차별적 독창적 답례품 개발이 숙제다. 사용처 역시 자치단체의 필요가 아닌 기부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기부금을 육아지원에 사용해 인구 증가를 이뤄 내거나, 고령인구에 혜택을 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는데 선거 때 이런 지원책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부자가 매력을 느낄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고향사랑 기부’는 기부자와 지역생산자, 자치단체에 모두 도움이 되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 고향 살리기 정책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재경도민회 부산 울산 창원 등 출향인들의 반응이 관건이다.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출향인이 많다. 호남향우회는 해병전우회, 고려대동문회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열렬 단체로 회자된다. 응집력 강한 이런 에너지가 고향사랑 기부로 나타나면 좋겠다. 전북은 호남향우회에서도 존재감이 약하다. 전남 광주에 예속돼 있다. 인사, 사업, 예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참에 호남향우회에서도 전북몫 찾기를 벌이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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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0 14:06

기업 하기 좋은 전북을 만들려면

일본 중부의 아이치(愛知)현 도요타시는 세계 최고의 기업도시다. 기업체와 자치단체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역이다. 기업도시 관련법조차 없던 시절, 황무지에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들어왔고 1959년에는 주민 요구로 시의 명칭도 도요타로 변경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일자리가 늘어 실업률이 줄고, 자치단체에 세금도 많이 낸다. 자치단체는 이 재정으로 복지시설에 투자를 하고 시민들은 삶의 질이 좋아진다. 이른바 선순환 효과다. 도요타시는 선순환의 본보기다. 자치단체마다 기업유치와 일자리 확충에 골몰하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의 친기업 마인드가 주목 받고 있다. ‘경제와 일자리’를 핵심 키워드로 내걸고 대기업(계열사) 5개 이상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대기업 5개 유치는 쉽지 않은 약속이다. 전북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취약성, 열악한 기업 인프라, 공항 등 미진한 간접지원시설 등이 경쟁 열위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선뜻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입지와 인프라, 공무원 일처리 방식, 인센티브, 단체장의 마인드 등을 주요 투자 조건으로 꼽는다. 결정적인 것은 단체장의 마인드다. 업종이나 규제 등에 대해 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의 문제는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 꼭 확인하는 절차다. ‘기업이 오고 싶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김관영 지사의 철학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 이 친기업 마인드가 전북의 취약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적극성과 역동성을 띤다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처리의 주인공인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는 수동적이다. 허가민원이 마무리됐는데도 처리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질질 끌거나, 안된다던 기업 민원이 상급자에게 설명하니 금방 해결된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본사의 일정 때문에 설계사무소를 독려해 공장신축 서류를 넣었지만 담당 공무원은 시급성을 알면서도 휴가를 떠나버린 일도 있었다. 선급금을 주지 않아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넣었더니 당장 지불하겠다며 민원을 빼달라고 애걸한 경우도 있다. 우리지역 시군에서 경험한 사례들이다. 민원이 민원(民怨)이 되는 이런 일처리라면 단체장이 아무리 친기업 정책을 편들 별무소득일 것이다. 도요타시는 친기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의 정책은 기업 하기 좋게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기업이 마음 편하게 지원해 주면 된다” 바로 이것이다. 공무원의 태도가 고객감동 마인드로 바뀌어야 한다. 또 하나는 규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을 내걸지만 효과가 없다. 칼자루를 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그들의 눈높이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기업 눈높이를 병행하고 웬만한 것은 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제도적 개혁도 필요하다. 연구소를 많이 유치하는 것도 기업유치의 지름길이다. 연구소가 들어서면 관련 기업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오기 마련이다. 다른 하나는 현대 삼성 엘지 에스케이 등 대기업연구소와 수시로 교감하는 일이다. 자치단체가 연구소와 주기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과업수행의 흐름을 읽고, 정보를 교환한다면 투자 선점의 잇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전북 투자 과정에서 겪었던 불만과 애로, 개선과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전북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 둥지를 튼 기업의 의견도 새겨야 한다. 정책과 대안 마련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할려면 전북에 가서 하라’ 이 말이 통하는 그날까지 담금질은 계속돼야 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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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9 14:10

좌고우면 정치 NO, 역동적 리더십 YES!

6·1 지방선거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일 할 사람’에 대한 갈증이 높게 표출된 선거였다. ‘되는 것도 없고, 하는 일도 없는’ 무기력에 대한 반발 심리이겠다. 전주시장 선거 경선 전, 임정엽 민주당 예비후보가 늦게 출마했는 데도 1위로 올라선 배경 중의 하나가 추진력을 도덕성보다 높이 평가한 때문이란 분석도 그런 범주에 든다. 실리 추구도 한 특징이다. 이 흐름을 관통한 게 김관영 도지사 당선인과 서거석 교육감 당선인,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인의 이른바 실사구시적 정치의식이다. ‘전북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겠다’(김관영) ‘교육의 중심이 이념에 좌우돼선 안된다’(서거석)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정책에 최우선을 두겠다’(우범기) 등이 그런 정치 메시지들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이런 배경에는 소이연(所以然)이 있다. 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터, 전주역세권 사례를 들여다 보자. 전주종합경기장은 2005년 전북도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전주시에 넘긴 도유 재산이었다. 호텔과 컨벤션 건설이 조건이다. 그런데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개발구상을 놓고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이 기간 행정을 추진했던 도지사가 2명, 전주시장이 2명에 이른다. 전북도청 북쪽의 대한방직 터 개발도 다르지 않다. 한 업체가 2018년 부지를 매입(1980억 원)한 뒤 전주시에 개발계획을 낸 게 2018년 11월이다. 4년째 헛바퀴만 굴리고 있다. 한달 이자만 10억원이다. 전주시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 쥐고서도 수개월째 팔짱만 끼고 있다. 이래 놓고도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한다. 오고 싶은 기업도 달아날 판이다. 번복과 좌고우면의 끝판왕인 두 계획은 판단력과 결단력, 추진력 결핍의 대표 사례다. 전주역세권 개발은 어떤가. 전주시는 2019년 12월 전주역세권의 주택지구 개발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승인 요청했다. 노력 끝에 승인을 받아냈다. 그런데 2021년 1월말에는 사업성이 우려된다며 돌연 계획 해제를 요구했다. 사업성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전주역세권과 임대아파트 3000여 세대 등 공공개발 효과를 걷어 찬 셈이 됐다. 전주시는 국토교통부의 조롱 대상이 됐고 신뢰도 크게 실추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이다. 전북은 인구가 줄고 경제력은 전국 3%에 불과하다. 정치역량도 열세다.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곳이 전북이다. 선장 격인 단체장이 좌고우면, 안일무사하다면 지역정책들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역내 정책이 이럴진대 새만금 메가시티,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처럼 국가 정책적 현안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새만금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지만 아직 기반시설도 안돼 있다. 가 보시라. 기공 3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망망대해다. 언제부턴가 전북에는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오명이 붙었다. 누구 탓인가. 시민들 탓인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립서비스만 날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치인은 몽둥이로 심판해야 옳다. 4년 훌쩍 지나간다. 6·1 지방선거에서 새 판이 짜여졌다. 이틀 뒤에는 도지사와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 전북지역 선출직 254명의 리더들이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단체장들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통해 지역을 역동적으로 이끌었으면 한다. 그리고 대내외에 존재감 있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 단체장의 위상, 지역 이미지는 시민들의 그것과 연동되는 함수관계라서 그렇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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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8 14:23

한승헌선생 기릴 추모사업 지역사회 몫

진안군 안천면 출신인 한승헌 선생이 지난 4월20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검사 변호사 감사원장 등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냥 선생이란 호칭이 삶의 궤적에 더 어울릴 것 같다. 선생은 가셨지만 우리 시대의 사표였던 그의 철학과 가치, 가르침을 후세에 현현시키는 일은 이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 됐다. 선생은 서슬 퍼런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아래에서 시국사범의 변호와 인권운동에 힘을 기울인 1세대 인권변호사다. 동백림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이 대표적인 시국사건들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다 탄압 받는 양심수를 변호할 때는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다. 잠시 눈을 감고 딴전을 피웠다면 평범한 법조인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권력에 순치돼 부역했다면 누구누구처럼 사법권력의 핵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시밭길을 걸었다. 정치검찰, 스폰서 검사, 사법농단, 봐주기 판결 등 법조 난맥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요즘 법조인의 기개를 떨친 선생의 삶은 천금 같은 무게를 지닌다. “'사법부 독립이 흔들린다'거나 '권력에 영합한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이럴 때일수록 법조인다운 기개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사법관료 시스템에 익숙해져서는 안돼요.” (2014년 5월8일 ‘법률신문’) 8년 전의 인터뷰는 ‘검수완박’과 아전인수식 논쟁이 판 치는 오늘에도 울림이 있는 경고다. 대학(전북대 정치학과) 4학년 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지만 검사생활(5년)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약자의 편에 선 변호사로서의 삶을 산 선생의 기개는 ‘법복만이 아니라 성의(聖衣)의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생할 것’(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의 추도사 인용)이다. 선생은 서민적이고 다정다감했다. 중학교 때의 신문배달, 방문판매, 전주역에서의 좌판 등 넉넉치 않은 형편 속에서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으라’(近在山民)는 뜻으로 서예 스승이 ‘산민’(山民)이라는 호를 내렸다고 한다. 실제 산민이란 호처럼 살았다. 고향의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의 산파역을 했다. 전북, 재경, 진안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을 풀고 매듭짓는 심부름꾼이었다. 전북은 ‘법조 3성(聖)’이 배출된 자랑스런 곳이다. 가인 김병로(1887~1964,순창), 화강 최대교(1901~1992,익산), 사도 법관으로 불리는 바오로 김홍섭(1915~1965,김제) 선생은 우리나라 법조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주 덕진공원에 가면 1999년에 세워진 세분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한때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용역까지 추진했지만 예산문제로 무산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비 율사로서의 올곧은 삶을 산 산민 한승헌 선생의 일기는 이제 역사가 됐다. 법조 3성에 못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살아있는 자들은 선생을 추모하며 “이 땅의 인권과 평화, 민주를 위해 헌신하신 그 뜻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추모 사업을 시나브로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주기 무렵 선생의 철학과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좋겠다. 전북지방변호사회와 민변, 사회단체와 관련 학계, 자치단체 등이 힘을 모은다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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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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