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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예산 복원은 대통령 의지에 달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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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새만금사업은 1991년 7월 영수회담에서 당시 야당인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노태우 대통령과 담판을 짓다시피 해서 성사된 사업이다. 넉달 뒤인 1991년 11월28일 부안군 하서면 대항리, 지금의 홍보관이 들어선 나대지에서 기공식이 열렸다. 

노태우 대통령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전북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기공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중 60대 나이 든 분들이 하던 말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완공? 우리 생전에는 못보네”

장밋빛 청사진이 담긴 새만금은 전북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진행은 더뎠고, 담보되지 않는 립서비스가 난무했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놀이터가 됐다. 어느새 전북의 희망이 ‘희망고문’의 애물단지로 바뀌었다. 세계잼버리대회 이후 새만금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0월 24일 열린 전북도에 대한 행안위 국정감사장.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김관영 지사에게 물었다.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삭발과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새만금은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렇게 예산삭감에 분노하고 있는 거냐?”

“국책사업이지만 전북 행정구역이기 때문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전북의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1년간 많은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희망을 가졌는데 잼버리 이후 대규모 예산 삭감 때문에 도민들이 허탈해 하고 분노하고 있다”(김관영 지사)

무더기 예산삭감. 잼버리 파행의 경위를 가리기도 전에 책임을 전북한테 뒤집어 씌우고 잼버리와는 관련도 없는 새만금 예산을 삭감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액(6626억)의 78%(5148억)를 잘라냈다.

사전 타당성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정부가 심의했고, 매년 평균 6000억원 안팎이 지원된 예산을 느닷없이 1479억원으로 삭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감에서 기재부는 삭감 경위를 설명하지 못했다. 

8월4일까지 유효했던 예산을 잼버리 부실 이후 삭감해 버린 사실이 보복성으로 보는 이유다. 여러 정황상 그 배후엔 용산 대통령실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철학에 어울리는 새만금 개발계획을 내놨다. ‘대중국 교두보’(김영삼)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김대중)  ‘중국시장과 연계한 글로벌 무역도시’(노무현)  ‘동북아의 두바이’(이명박)  ‘국제경제협력특구’(박근혜)  ‘신재생에너지 메카’(문재인) 등등.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유치를 핵심 키워드로 내걸었다.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게 하겠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 모두 윤 대통령의 약속이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지난 1년 동안 6조 6000억원의 기업유치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새만금은 산단부지가 부족할 정도로 기업수요가 많다. 내년말까지 100만평을 추가 조성해 달라고 농어촌공사에 요청한 상태다. 이차전지 특화산단과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됨으로써 비상하려던 찰나에 예산 삭감이라는 암초를 만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새만금의 방향성은 ‘기업유치를 통한 글로벌 도시’이다. 기업을 유치할려면 SOC가 먼저 확충돼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절차에 하자가 없고 예산 편성의 계속성과 새만금의 방향성, 윤 대통령의 약속 등을 천착하면 예산삭감 명분이 없다. 새만금 SOC 예산은 복원돼야 마땅하다.   

결국 새만금 예산 복원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노태우-김대중 담판으로 착공된 새만금을 33년만에 포기한 대통령으로 윤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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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새만금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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