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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열녀춘향수절가 - 전주서 제작된 완판본…우아하고 속된 문체의 조화

내용 풍부하고 재미있게 표현된 최고 걸작

우리 고소설의 대표작품을 추천하라면 아마도 우리 국민들은 춘향전을 제일로 꼽을 것이다.

 

그런데 춘향전은 전해지는 이본들이 수없이 많아서, 각 이본마다 내용을 약간씩 달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본을 가린다면 명실 공히 전주에서 제작된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를 내세우게 된다.

 

현재 고소설이 전해지고 있는 형태를 보면, 먼저 붓으로 쓴 필사본 형태가 있고, 다음은 붓으로 쓴 낱장을 나무판에 뒤집어 붙여 그대로 새긴, 판화의 판 같이 만들어 찍어낸 판본 형태가 있으며, 그리고 활자로 인쇄해낸 활자본 형태가 있다. 춘향전도 이 세 가지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데,『열녀춘향수절가』는 조선시대 후기 전주에서 판각해 찍어낸 판본이다. 완판본이라고 하며, 각지에서 개인이 판매를 목적으로 출간한 것이기에 방각본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춘향전의 판본은 완판본 이외에도, 경기도 안성에서 판각하여 출간한 안성판본이 있고, 또 서울에서 판각 출간한 경판본이 있다. 이들 세 지역에서 출간된 춘향전 판본들은 내용의 기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이야기를 표현함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가창이나 낭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열녀춘향수절가』는 그 내용이 풍부하고 가장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으며, 4.4조의 음률에 잘 맞추어 놓아, 춘향전의 대표로 꼽힌다.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완서계서포 본으로, 이 판본은 전해지는 책이 비교적 많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이 판본과 다가서관 판본을 비교해 보면, 같은 저본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내용의 글자나 단어를 약간씩 다르게 수정해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판이 낡아 다시 만들면서, 만드는 사람의 주관이나 언어습관에 따라 글자와 단어를 바꾼 것으로 여겨진다.

 

이 속에는 동양 문화권에 있는 우리들이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할 중국의 역사 사실과 교훈을 주는 고사 성어, 그리고 우리 민족 삶의 바탕인 토속문화와 구수한 방언들이며, 의식주 전반에 걸친 생활습속과 명칭들, 관직생활과 조정이며 관청의 의식 절차 등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 있다. 진정 우리 민족 모두가 정독해야 할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해두는 바이다

 

전주에서 펴낸 『열녀춘향수절가』는 상권 45장, 하권 39장, 모두 84장으로 되어 있다. 고종 이전의 광대들에 의해 다듬어진 판소리의 정화를 모두 도입하고, 전라도 방언을 잘 담아 판각하여 상품화한 것이다. 우아한 문체와 속된 문체가 조화를 이루어, 춘향전 이본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국악의 본고장에서 펴낸 이 책은 춘향전의 대중화는 물론 출판의 고장 전주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어 자긍심까지 안겨준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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