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출신 소리꾼 조선 8명창
판소리사 최초의 비가비 광대인 권삼득(1771-1841). 비가비 광대란 이른바 무가계열의 소리꾼이 아닌 양반계통의 판소리 명창을 칭한다.
지금까지 권삼득이 태어난 곳은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와 익산군 남산리, 그리고 남원 출생설로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러 학자에 의해 권삼득은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서 태어나 익산 남산리에 거주하였으며, 그의 외가가 남원으로 정리됐다.
따라서 완주군 용진면은 우리나라 판소리사 최초의 비가비인 권삼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해 소리의 고장으로도 불린다. 양반 출신의 소리꾼이라는 비가비로서 활동하면서도 조선 8명창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던 권삼득은 살아생전 세상을 주유하며 소리를 하다가 고향인 용진면 구억리로 돌아와 세상을 떴다. 신재효는 그의 호탕하고 씩씩한 가조를 두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에 비유하기도 했다. 현재 용진면 구억리에는 그의 묘역과 생가터, 소리굴 등이 있다
그러나 권삼득이 우리 판소리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이유는 앞에서 말한 양반 광대, 덜렁제 창시라는 수식어 이외에도 조선창극사에 나오는 글의 내력 때문이다. 조선창극사에서는 권삼득의 소리를 '장단에 어긋남이 없이 사설을 짜나가는 솜씨가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신분사회에서 예상되는 수모와 멸시를 감내하고 광대의 길을 택했던 소리꾼 권삼득의 자취는 그의 생가와 묘소, 그리고 소리굴에 나온다. 특히 생가에 소개된 그의 기록은 '사람, 새, 짐승의 세 소리를 터득했다 하여 삼득(三得)'이라고 했으며, 묘소 입구에는 '천지인 즉,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소리 세 가지를 터득하여 명창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와 관련된 유적으로 현재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 생가, 무덤, 소리굴, 소리 구멍 등이 있다. 현재 이들 유적이 복원되어 잘 정비된 상태로 자리잡고 있다. 판소리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양반 광대 권삼득은 전설에 의해 묘사된 명창이 아닌 분명한 문헌과 음악적 소양을 토대로 이 땅의 소리꾼의 지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장 출신으로 수많은 명창들의 길을 열었던 양반 광대에 대한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세계가 인정한 판소리의 참뜻을 더욱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전공자뿐 아니라 도민들도 한번쯤 소리구멍에서 자신을 불태우며 득음을 향해 목숨을 던진 명창, 그리고 신분을 초월해 판소리에 매료돼 가문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소리에 매진했던 권삼득 명창의 진정한 소리사랑을 느껴보는 것도 예향 전북인의 멋일 것이다.
생가, 묘역, 소리굴, 소리구멍에는 240여년이 지났지만 권삼득의 탄탄한 내공에서 뽑아내는 덜렁제 한 대목이 들리는 듯하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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