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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소리북 - 뿌리깊은 전북의 소리 역사 대변

전주소리문화관 소장품…100년 이상 연륜

전주소리문화관 소장품으로 현재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소리북은 제작자와 명고의 기록은 없지만 조선후기 북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100여년이 훨씬 넘은 이 소리북은 소리의 고장, 국악의 본향으로 위치하고 있는 전북의 뿌리깊은 소리 역사를 대변하는 처연한 느낌까지 준다.

 

이 소리북 크기는 37㎝×37㎝×21㎝. 비록 색이 바래고 가죽이 벗겨 나가 북으로서의 생명력은 없지만 유물이 갖는 역사성은 시대를 초월해 당당한 북에 자신을 던졌던 이름 없는 고수의 생명력이자 유명 고수의 목숨과 같은 유물이다. 판소리의 장단을 치는 소리북은 이른바 소리 명창이 춘향가나 심청가 같은 긴 이야기를 노래하는 동안 북을 잡은 고수는 소리꾼과 함께 소리의 생사를 살려내어 그 소리가 비로소 예술이 되게 한다.

 

일찍이 시인 김영랑이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 연창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 북은 오히려 컨닥타요"라고 간파한 것처럼, 그리고 '일고수이명창'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소리북은 판소리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뿐만 아니라 소리북을 잡은 이에게 고수라는 전문 음악인의 칭호를 부여하고, 소리북의 음악세계를 따로 '고법'이라 하여 명창의 득음의 경지와 동일하게 인정했다.

 

이런 것들이 소리북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북이 소리의 보조적인 반주악기가 아니라 "오히려 지휘자인 컨닥타요"라고 외친 시인의 역설이 지나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주소리문화관 소장의 소리북은 전북인들의 마음을 소리로 표현한 문화 매체이자 상징과 같은 유물이다. 언제부터라고 단정할 수 없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한민족의 생활 속에서 함께 해온 소리북은 전북음악사의 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어디에서 누가 이 소리북을 연주했는지는 모르지만 일제강점기에 권번과 기생조합, 혹은 민간에서 명창을 받쳐주는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도 시대를 넘어선 깊은 사연이 있을 듯하다. 특히 이 소리북은 당대 장인의 오랜 경험에 바탕을 둔 안목과 솜씨에 의해 이루어져 더욱 미덥다.

 

소리의 고장으로 각인된 전북의 악기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전통문화를 소중히 돌아보지 않은 근래 100여년 사이에 오래된 국악기 유물들이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리북이 주는 역사적 의미나 연륜적 무게는 더욱 커 보인다.

 

수명이 100여년이 지난 이 소리북이 주는 의미는 근대의 악기들이 사라지고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발견된 것이고, 또한 척박했던 시절 명창과 명고가 만나게 해준 가교란 점에서도 근대의 전북 국악사의 한 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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