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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얼음·먹거리, 그리고 소박한 情

남원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 탐방기

▲ 윤정실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 12월부터 찾아온 동장군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아직도 거리 곳곳에는 눈과 빙판이 남아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추운 겨울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면, 직접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은 눈과 빙판이 있기에 200% 더 즐거운 축제 현장을 소개한다. 바로 추운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는 '눈, 사랑 그리고 건강'을 주제로 지난 12월22일부터 2월11일까지 전북 남원시 지리산 바래봉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지리산 운봉 바래봉은 해발 500~600m로 풍부한 적설량을 자랑하고, 눈이 내리면 잘 녹지 않아 해마다 아름다운 은빛 설원이 아름다운 곳이다. 눈썰매·얼음썰매 타기, 눈 조각 전시, 눈사람 만들기, 바래봉 눈꽃 등반, 연날리기 대회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입장료 6000원에 이 모든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개장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니 참고할 것.

 

△ 넌 지리산에서 눈썰매 타봤니?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길이 110m, 폭 40m의 눈썰매장이다. 어릴 적 비료 포대 하나 들고 동네 경사진 언덕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타던 추억을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곳이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고, 아이들은 지나간 옛 놀이에 대한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며 온 가족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축제현장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기존의 인공 눈썰매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진짜 산에서 즐기는 눈썰매라고 생각하니 더 짜릿함을 안겨주는 듯하다.

 

잠시 취재를 왔다는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눈썰매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꼭대기에 앉아서 출발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쌩쌩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추위는 잊게 되고, 서서히 속도가 붙으니 여느 놀이기구 못지 않게 정말 스릴만점이었다. 또한 곳곳에 안전을 지켜주시는 분들 덕분에 안전하게 눈썰매를 즐길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다.

 

△ 으~으~, 신나는 얼음썰매

 

눈썰매가 겁나는 어린 아이들이라면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얼음썰매를 타도 좋겠다. 얼음 썰매장에서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었다. 부모님이 아이들을 끌어주기도 하고, 형이 동생을 끌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끌어주기도 하는 모습이 정겹다. 썰매에 앉아있는 이들도, 썰매를 끄는 이들도 하나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매일매일이 지금 이 순간만 같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오늘을 기억한다면 앞으로도 서로 미워하고 싸울 일은 없을 것만 같다.

 

△ 값싸고 맛있는 다양한 먹거리

 

한참을 신나게 놀다보니 배가 고프고 춥기도 했다. 휴식도 취할 겸 썰매장 옆에 준비되어 있는 휴게실에 들어가 보았다. 그 어떤 값비싼 음식보다도 추운 겨울날씨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바로 뜨끈한 어묵 국물일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이곳에는 어묵, 떡볶이, 순대, 김밥 등 소박하지만 왠지 이 순간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각종 음식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다른 축제장에서 파는 음식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맛도 아주 좋은데다 이곳을 운영하시는 마을 주민 분들이 무척 친절하셔서 기분 좋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휴식을 취한 다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눈썰매장 왼편에 다양한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었다. 하얀 눈밭 위에 각종 캐릭터들이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동화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른인 나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게 될 정도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 소박해서 더 정겨운 축제

 

이밖에도 거대한 눈 조각과 언덕, 눈사람 만들기 등 이곳에는 눈과 얼음만으로도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비록 고급스러운 스키장에 비하면 소박하고 조촐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정겹고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나 싶다. 마치 정말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집 앞 논두렁에서 얼음썰매를 타고 뒷동산에서 눈썰매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거창한 규모나 화려한 시설이 아니어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추억과 신나는 모험을 선사하는 진정한 겨울축제가 되어주기에는 충분하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지금의 어린이들이 먼 훗날 어른이 되어서 기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이 곳 지리산에서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 윤정실씨는 현재 전라북도에서 일하고 있는 웹디자이너. 2012 전라북도 도민 블로그 단으로 선발돼 전북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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