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빛나는 나만의 제품 만들러 오세요
긴 시간 속에서도 그 빛깔을 잃지 않는 옻칠은 전북의 소중한 유산이다. 천년이란 시간 속에서도 아름다운 빛깔을 지니며 시간을 담기 때문이다. 명인부터 갈이공예, 선반옻칠까지 4일간의 알찬 옻칠공예 체험현장을 공개한다.
△남원 옻칠 목기의 원조 장인은 실상사 스님
남원의 옻칠목기는 산내면에 세워진 통일신라의 사찰 실상사(흥덕왕 828년)부터 시작한다. 실상사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원목이 풍부하고 목기 제작이 발달했다. 사찰의 목기제조 기술은 점차 인근 지역인 백일리 주민에게 전수돼 수공업으로 발전한다. 이후 남원목기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목기제조 기술인 양성을 위한 학교가 생, 이때 주민의 노력으로 산내보통학교에 만물과와 목공과, 칠공과를 둬 전문기능인을 육성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 목기를 제공했지만 해방 뒤 폐쇄됐다 전라공업기술학교가 설립돼 지난 1968년까지 기능인을 양성했다. 이후 제기를 중심으로 한 남원 옻칠목기산업이 활황을 이뤘지만 제례문화의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남원목기와 옻칠의 르네상스를 위해 뭉친 분들이 있다. ‘세상에 옻을 입혀라’는 구호로 남원 옻칠을 알리기에 앞장서는 ‘옻칠목공체험관광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로부터 옻칠목기를 배울 수 있는 ‘옻칠목공예 체험관광 인력육성 교육’이 있다기에 체험까지 해보았다.
△명인으로부터 배우는 옻칠공예
남원은 옻칠 목기의 고장답게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 목기장 김광열·노동식 명인, 13호 옻칠장 김을생·김영돌·안곤·박강용 명인 등 6명의 장인이 있다. 첫 날 수업은 옻칠장 박강용 명인의 수업이었다. 그의 작품은 생활용품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에 가깝다.
옻칠은 단단함, 접착성, 광택 등이 뛰어나고 1000년 이상 보존되는 내구성을 지닌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의 깊이가 더해가며 투명해져서 나무의 무늬가 살아나는 특징이 있다. 옻칠한 그릇은 냄새가 나지 않고 벌레가 침범하지 못하며 물이 스며들지 않고 산성에 닿아도 쉽게 변색되지 않는다고 한다.
명인에게 듣는 옻칠공예는 그동안 눈으로만 즐겨왔던 것과는 또 다른 깊이가 있었다. 도내에 이런 명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힘들지만 작업을 할 때마다 매우 설레고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옻칠을 하고싶습니다.”
명인의 그 한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힘든 과정을 묵묵히 감내하며, 옻칠공예에 지니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2년을 기다려야 완성되는 원목
둘째 날,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낸 것은 목공예 시연을 보여줄 기계였다. 시연할 강사는 목선반 공예가(woodturner) 이건무 씨다. 그는 인터넷에서 ‘한여루’로 불린다. 갈이공예에 있어서 거의 신공(?)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갈이공예가 옻칠을 위한 목기제작의 전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공예의 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원목이 하나의 제품되기 위해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2년까지 건조 가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뒤틀림, 갈라짐을 방지할 수 있다. 이 씨 작품의 특징은 선질 가공이 아니라 나이테를 옆으로 눕힌 ‘눈질’ 가공이다. 이렇게 만들면 더 단단한 목기가 된다고 한다.
다음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옻칠 체험이다. 칠기의 명칭은 백골로 무엇을 사용했느냐 또는 외형을 어떠한 기법으로 완성했느냐에 따라 목심칠기, 나전칠기, 건칠기, 채화칠기, 칠피공예, 금태칠기, 도태칠기, 난각칠기 등으로 나눈다. 제작과정은 백골사포, 초칠 바르기, 건조, 틀메임, 사포, 1차 골회작업, 건조다. 하지만 이 과정을 3~4번 이상 반복해야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 된다.
체험은 이미 이런 작업을 통해 옻칠이 된 나무에 자개를 붙여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다. 잠깐의 작업이었는데도 핀셋으로 조그만 자개를 붙이는 일이 쉽지 않았고 손재주가 없다보니 삐뚤빼뚤 미워진다. 체험은 2만5000원의 비용이 든다.
마지막 날에는 공방에서 선반 만들기가 이어진다. 과정상 50% 이상 만들어진 제품에 조립, 사포질, 체험용 옻칠을 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원래 옻칠과 마지막 작업에 더해지는 유동나무 오일은 적은 양으로 해야 나무결이 살아나고 멋지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완성품에 절로 감탄이 난다.
집안 대대로 물려줄 작품을 원한다면, 나만의 옻칠 작품을 가지고 싶다면 남원으로 오시라.
※신해정 씨는 남원에 귀농귀촌해 지리산권 7개 시·군을 모니터하는 40대. 현재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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