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청룡, 우백호. 흔히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여기에 남주작, 북현무가 더해져 네 가지 신은 '사방신'(四方神)이다. '사방신'은 옛 중국 도교에서 유래된 사신 사상을 고구려가 동서남북 네 가지 방위를 더하여 발전시켜 나온 사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방신은 고구려 무덤 벽화에서부터 조선의 사대문 천정그림을 비롯하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한반도의 오랜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신성한 네 가지 신들이 우리 전주에도 존재하고 있다. 지금부터 신비로운 전주의 사방신을 찾아 출발해보자.
△ 전주의 서쪽을 지키는 좌청룡, '용머리 고개'
첫 번째 신인 좌청룡은 전주에서 '용'과 관련된 곳, 서완산동에 있는 '용머리 고개'다. 말 그대로 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고개인데, 이 머리의 주인인 용이 바로 완산칠봉이다,
완산칠봉은 마치 부성을 수호하는 용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용이 서쪽을 향하여 용트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장승백이 서쪽 완산 기슭에는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용꼬랑'이라는 논이 있었다고. 용머리고개에는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내려오고 있다. 천년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용이 하루를 남겨놓고 힘이 빠져 완산칠봉에 떨어져 지금의 용머리 고개 되었다는 이야기다.비록 하늘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 뒤로 전주를 지켜주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도로로 인해 끊어져버린 용머리고개를 최근 다시 잇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하루 빨리 우리의 좌청룡 완산칠봉이 제 모습을 갖췄으면 좋겠다.
△ 전주의 우백호, '기린봉'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동쪽에서 전주를 지키고 있는 두 번째 신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전주의 우백호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호랑이의 모습이 아니다. 전주 동쪽에 우뚝 솟아있는 기린봉이 바로 전주의 우백호다. 사실 기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 기린 외에도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와 말의 발굽과 갈기, 화려한 빛깔의 털과 이마에 기다란 뿔을 하나 가지고 있는 상상 속 동물이다. 또한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기린아(麒麟兒)'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훌륭함을 상징하며, 성군이 이 세상에 나올 전조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의 역사서 '예기'(禮記)에서는 기린이 사신(四神) 중 하나인 백호를 대신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기린봉은 271m로 정상에는 바위봉이 우뚝 솟아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평화동, 삼천동부터 금암동, 아중리까지 전주 시내가 한 눈에 펼쳐진다. 그 뿐만 아니라 시선을 뒤로 돌리면 아중저수지도 볼 수 있다.
△ 전주의 남주작, '치명자산'
주작은 붉은 봉황을 말하는데, 수컷(봉)과 암컷(황) 두 마리가 만난 모습을 말하기도 한다. 전주의 남주작은 견훤의 왕궁이 자리했던 승암산(치명자산)이다. 오랫동안 동고산성이 견훤의 왕궁터라 추정하기만 했었는데, 1980년 산성을 조사하다가 '전주성'이라는 문자가 박힌 기와와 연화문 수막새, 주작이 그려진 쌍조문 암막새 등이 출토되면서 그 추정이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이 주작이 그려진 쌍조문 암막새는 전주의 남주작이 승암산이라는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최고의 요새 승암산과 동고산성이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전주의 남쪽을 수호하고 있는 남주작이다.
△ 전주의 북현무, '거북바위'
전주의 북현무는 금암광장 뒤편에 있는 구 KBS 전주방송국 앞마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총 길이가 17m, 너비는 5.2m이고 무게는 270톤이나 나가는 거북바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거대한 바위 몇 개가 거북의 머리, 등, 다리, 꼬리의 형태를 하고 있다.
실제로 보니 정말 거대해서 가까이에서는 한 눈에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 적당히 멀리 떨어져서 봐야만 거북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거북의 등에 해당되는 바위 아래는 마치 토굴의 모습처럼 굴이 뚫려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굴은 뱀이 지나다니는 통로로 보기도 하고, 혹은 무속인들이 굿을 했던 곳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 거대한 크기의 거북바위는 전주의 정북방향에 해당된다. 거북의 머리는 몸통과 조금 틀어져 승암산이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주의 도심을 바라보는, 배를 메어두는 옛 '배민자리'다. 지금은 자동차와 건물들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이지만 거북바위가 세워질 무렵에 그 앞으로 흐르는 물길의 모습과 그 물길을 바라보는 듬직한 거북바위의 모습을 눈을 감고 상상하니 거북바위가 더욱 위엄있게 느껴진다.
△ 사방신이 지키는 살기 좋은 고장, 전주
1000년이 넘는 동안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전주를 수호하고 있는 전주의 사방신 좌청룡(완산칠봉), 우백호(기린봉), 남주작(승암산), 북현무(거북바위). 사방신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그동안 알고 있던 곳도 새롭게 다가왔다. 든든한 사방신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온고을 전주를 지켜줄 것이라 믿어본다. 전주! 작은 도시라고 무시하지 말라! 알고 보면 신성한 네 가지신, 사방신이 지키고 있는 특별한 도시다.
※ 한다은씨는 예수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여대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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