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래스'로 200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의 로랑 캉테 감독이 개막작 '폭스파이어'(FOXFIRE)를 들고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캉테 감독은 블루칼라 아버지와 화이트칼라 아들의 갈등을 담은 데뷔작 '인력자원부'(1999)로 프랑스 영화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두 번째 영화 '타임아웃'이 200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돈키호테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폭스파이어'는 현존하는 영미권 대표 여성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하지만 감독은 "영화는 소설처럼 주인공의 흐릿한 기억에 따라가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충실하는 방식으로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영화 곳곳에 깔리는 메디의 내레이션은 당혹스러운 기억들로 인해 느끼는 현기증에 가깝다.
감독이 피멍 든 소녀의 성장기의 배경을 1950년대 미국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모든 것이 밝고 가능한 미래를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의 모습은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에 있는 내용보다 더 과격하다는 감독은 미국 정복과 자본주의 경제의 화려함에 관한 역사를 넘어서 계급투쟁, 인권 운동, 파업 등과 같이 그 때 그 시절의 투쟁이 '현재 진행형'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에게 너무 어두운 성장 터널을 걷게 하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감은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신문만 들춰봐도 더 잔혹한 이야기가 차고 넘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이밀 필요가 있느냐는 것. 그러자 감독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 순한 양처럼 행동해야 하는 상황으로 더 내성적으로 변한 사춘기 시절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가 한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순간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만든 영화"라면서 "'THE CLASS' 이후 오츠의 소설을 차용하고자 했던 내 바람이 청소년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된, 마음의 빚이 됐다"고 고백했다.
로랑 캉테 감독은 1961년 프랑스 출생. 다큐멘터리 '철야'로 영화계 입문, '타임아웃'(2001)으로 '제58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평화영화상·돈키호테상, '클래스'(2008)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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