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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후회와 아주 가끔 만족

▲ 고세천 원불교 순창교당 교무
독일에서 문화심리학을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잘놀아야 성공한다’는 지론을 펼치는 김정운 교수의 도발적인 책제목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이다. 제목만을 보면 남편으로서 무척 이기적인 것 같지만 원래의 제목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한다’이다.

 

결혼한 50대 이상 한국 남성으로서 아내 없이 가정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아내가 없으면 남편들은 육아와 가사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원죄로 아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밥하고 세탁기 돌리는 것 등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압축경제성장을 만들고 권위와 독재에서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386세대는 오로지 직장과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야 했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불사하며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다.

 

반면 아내는 생활전선에도 뛰어들어 직장도 다녀야 하고 육아와 집안 살림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안팎으로 단련이 되어져 경제력과 살림살이 모두에 능한 커리어우먼(career woman)으로 키워진다. 이렇게 가사와 경제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된 아내들은 남편과의 결혼을 만족한단다. 아주 가끔만. 아내들은 이제 남편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남편이 가끔씩 늦게 들어오고 출장을 가면 밥 챙겨주고 옷 챙겨주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낀다고 한다. 바퀴벌레 한 마리도 어떻게 하지 못하던 여자에서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무서운 것이 없어진다. IMF 금융위기때도 아줌마들이 금 모으기를 해서 환란을 극복했고 어려운 살림에도 좀도리 쌀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운게 이땅의 선배 아내들이다.

 

돌아오는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어 건전한 가족문화의 정착과 가족해체 예방을 위한 여성가족부 주관 정부 기념일인 것이다. 부부란 말 그대로 부(婦)와 부(夫)가 동등하게 만나고 동등한 의무와 동등한 책임을 이행하는 공동체이다. 부부는 무촌이다. 촌수가 없다. 가깝다면 아주 가깝고 멀어지면 아주 남이 된다. 자녀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자녀는 천륜이라면 부부는 천생연분이다. 자녀는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고 부부는 일천번의 많은 생(生)을 통해서 이어진 만남이 이번 생에 배필로 결정지어진 것이다.

 

50대 이전의 세대에서는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당연한 전통이었지만 정작 당신들은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것보다 부부만 독립적으로 살길 원하는 것이다. 자녀들도 부모를 부양하는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는 풍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사는 부부중심생활로 정리가 된다. 따라서 부부관계가 좋으면 행복할 것이고 서로의 관계가 소원하면 힘들게 된다. 평균 수명을 80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 30년은 부부끼리 알콩달콩 살아야 한다.

 

원불교 3대 종법사를 역임한 대산종사는 부부(夫婦)의 도(道)를 강조한다. 첫째는 “서로 오래 갈수록 공경심을 놓지 말 것이요”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간에 인격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라는 당부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가까우니까 함부로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말고 손님 대하듯 조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는 “서로 가까운 두 사이부터 신용을 잃지 말 것이요”다. 신용은 신뢰이다. 믿음을 잃어버리면 삶의 방향을 놓치게 된다. 믿음은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으로 부부로 이루어진 가정이라는 배가 행복의 목적지로 항해하는 데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셋째는 “서로 근검하여 자력을 세울것이요” 다. 여기서의 자력은 정신의 자주력, 육신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을 말한다. 정신과 육신과 경제의 자력을 세우면 부부끼리 100세 상수할 수 있다. 가끔 ‘후회’와 아주 가끔 ‘만족’의 차이를 줄이고 ‘부부금슬’을 높이는 뜻깊은 부부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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