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명절은 지났지만, 타지에 사는 외국인 상당수는 명절 직후엔 더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한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 이들을 위한 문화 적응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이주여성, 유학생, 이주노동자를 위한 명절 행사가 도내 곳곳에서 열린다. 가을을 맞아 외국인 주민을 위한 행사가 곳곳에서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이번 달에는 외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전북중국문화원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 또 전라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주최로 올해 7회째를 맞는 다문화어울림한마당이 개최될 예정이다.
외국인의 문화 적응 프로그램이 절실한 가운데 이들의 실태를 취재해봤다. 외국인 주민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한국의 문화도 흥겹게 체험해 한국이 이들에게 제 2의 고향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외로운 외국인의 명절나기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국인은 156만9470명에 이른다. 이들 중 결혼이민자는 29만5842명에 달한다. 전북에도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재외동포 등 외국인 주민 2만5368명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에게 있어 한국에서의 추석은 각자의 체류신분에 따라 다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추석은 긴 휴일로써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렇지만 한국인 직장 동료들은 모두 가족들을 따라 떠나고 몇몇 외국인 동료들끼리 추석을 보내야 하는 쓸쓸함도 있다. 같은 국적의 이주노동자들끼리 모여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연속적인 휴일을 이들하고만 지내기에는 무료함이 따른다.
유학생들 역시도 각 학교마다 사정에 따라 추석 위로 행사를 갖기도 하고, 타지에 있는 같은 국적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연속되는 휴일에 기숙사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인해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되는 경우도 있는 등 추석은 이들에게 약간의 힘든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혼이민자에게 있어서 추석은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유학생과는 무척 다르다. 결혼이민자들에게는 가족이 있다. 남편과 자녀와 함께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이주노동자와 유학생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 역시 한국에서의 명절은 고향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온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10년 한국으로 시집 온 노은옥씨는 2명의 자녀와 함께 전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노은옥 씨는 “남편을 따라 해마다 장수에 가서 추석을 보내고 있다”며“사실 한국 명절이 익숙해지기까지 결혼 이민자들은 말못할 어려움도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위한 프로그램 다양화 절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결혼이민자를 지원하는 기관에서는 이러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수자원공사의 지원으로 이주여성과 함께 송편 빚기와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전주시 완산구 해바라기봉사단과 함께 명절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전을 부치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에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주여성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 크게 느낀다. 이들은 첫 번째 해와 두 번째 해에 고향의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눈물로 표출해 내고 있어 명절 때 다양한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위로의 선물이 되고 있다.
“고창에 있는 시댁에 가면 부침개 부치고 청소도 해야 하죠.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밥 차리는 것이 일이에요. 설거지 할 것도 많고, 식구들 빨래거리도 많아서 할 일이 많아요.”
베트남에서 시집 온 부티씨는 한국에서 9년째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추석에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일을 맡아서 해야 할지를 익숙하게 알고 있다.
부티씨는 “베트남은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후 여성의 권익에 대한 인식이 커진 후 베트남의 남성 중심적 가부장주의가 많이 사라지고, 남성들이 여성의 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은 아직까지도 가부장적인 권위가 많이 있어서 여성들이 명절 때가 되면 여전히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에 더 슬픈 한국 명절
다문화가족들 중에 남편 친가 쪽의 여러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 있는 반면, 남편과 사별해 남겨진 자녀와 쓸쓸하게 추석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가정폭력으로 인해 별거하고 있거나 이주여성 보호쉼터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들도 있다. 이들에게 추석과 같은 명절은 그 어떤 날들보다 더욱 외롭고 힘겨운 날이다.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이혼한 쩐티(가명)씨는 8살 자녀를 혼자 양육하고 있다. 식당에 다니며 어렵게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자국출신의 이주여성들은 모두들 남편과 함께 명절을 지내러 가기 때문에 더욱 외로워진다. 부산에 있는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 계획이었지만, 친구 남편가족들에게 눈치가 보여서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시아이주여성쉼터의 홍성란 원장은 “주위에 외로움과 힘겨움 속에서 주저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다가가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 될 수 있다”면서 “명절이 지난 후 더욱 우울감을 느끼는 한 부모 다문화가정 등 어려움에 처한 이주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좀 더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 김아름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네트워크사업 담당 "다양한 행사, 연중 분산 개최 필요"
- 결혼이민자들 중에 어느 나라 출신이 제일 많이 있습니까?
“한국인과 혼인해 정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결혼이민자들은 아시아권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전북에 정착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중에서 중국출신의 결혼이민자가 제일 많고, 그 다음 베트남,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몽골, 태국 순입니다. ”
-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추석과 같이 유사한 명절을 지키는 나라들도 제법 되죠?
“중국은 중추절, 일본은 오봉절, 베트남은 쭝뚜, 필리핀은 만성절, 캄보디아은 ‘프춤번’을 지킵니다. 한국과 다소 유사성은 있지만 꼭 같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중추절’이라고 해서 단오와 설을 포함해서 중국의 3대 명절로 손꼽습니다. 중국은 1주일간의 휴일동안 가족을 만나기 위해 각기 고향으로 몰려드는 것이 한국과 유사합니다만, 중국에서는 제사를 드리지는 않습니다. 중국에서 시집을 온 이주여성들은 이 제사문화로 인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상을 차리고 설거지 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1872년 명치 5년부터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면서 양력 8월 15일을 추석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도 ‘프춤번’이라고 해서 지키는데요, ‘쌀을 함께 공유 한다’는 의미로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와 함께 추석을 지키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쭝뚜’라고 해서 음력 8월 15일 하루를 쉽니다. 베트남에서 추석은 그리 크게 지키지는 않습니다. 설 명절을 제일 크게 생각하죠. ‘쭝뚜’때가 되면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친척이나 가까운 이웃과 음식을 나누면서 지내게 되는데요, 이 날은 어른보다는 어린이들에게 더 큰 날로 여겨집니다. 아이들의 춤과 노래를 선보이면 선물로 별이나 물고기와 나비 모양의 등이나 장난감을 주기도 합니다. 필리핀은 ‘All Saint day’라고 해서 조상의 묘지를 찾아 성묘하고 영혼을 기리는 날로 지키는데, 11월 1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 가을에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페스티벌이 있고 다문화어울림한마당이 열리던데요, 행사 내용은 어떻습니까?
“26일 화산체육관에서 열리는 외국인유학생페스터벌에서는 재기차기, 투호놀이, 딱지치기 등의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시간도 있고, 10개 대학이 장기자랑대회를 갖기도 합니다. 오는 25일 덕진공원에서 열리는 다문화가족들이 참여하는 다문화어울림 한마당에서는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의 각종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는 음식부스가 운영되고요.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 국제전화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부스도 있고, 가족의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는 상담코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14개 시·군에서 참가할 계획인데, 아시아의 전통문화를 결혼이민자와 자녀들이 소개하고 공연할 수 있는 콘테스트도 열릴 계획입니다.”
- 이런 다문화 가정 이민자들과 외국인들을 위한 행사가 다양한데,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러한 행사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즐거워합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서로 어울리고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는데 그 의미가 큽니다. 그렇지만 봄철과 가을철에 많은 행사가 집중돼 있고, 곳곳에서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유사한 행사는 통합되어 진행될 필요가 있지요.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행사들이 연중으로 분산되어 진행된다면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여러 외국인주민들에도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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