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는 여러분의 희망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천국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우상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영웅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종교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예술가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정치 지도자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서 사람들의 이성적인 사기술을 파괴하고, 자연스럽고 비이성적인 질서를 재발견하려는 음모를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우리도 ‘여러분보다 더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모호하게 처리해 버리고 마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뒤샹과 더불어 주인공 역할을 떠맡은 피카비아는 나폴레옹처럼 작은 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거만스럽게 몸을 젖혔다. 가슴은 튀어나오게 한껏 부풀린 허풍스러운 모습으로 골목마다 마치 앵두나무 밑에서 앵두를 줍는 것처럼 쉽게 미인들을 사귀어 데리고 다녔던 사내다.
뉴욕에선 맨발의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을, 론느 강 계곡을 내려가면서는 우연히 만난 시골 유부녀를 쉽게도 사귄다. 겨우 18살에 주루날이라는 잡지 이사의 부인을 빼앗아 제네바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전과도 있는 사내다.
그는 파리 주재 쿠바 공사관이던 아버지와 우산 제조업자의 딸로 부유하게 지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가는 미술이나 문학에 관심을 가진 교양 있는 분위기의 집안이었다. 다궤르(은박 사진술의 발명가)의 친구인 그의 외조부는 미술에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기계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미술이 현실의 표현 수단으로써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미술은 정신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자기의 손자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그 외조부는 “너는 어떤 풍경을 사진 찍을 수 있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형상만은 못 찍는다”고 말하곤 했다. 훗날 피카비아는 그 말에서 광범한 의미들을 캐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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