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 오면서 사진은 회화에게 회화는 사진에게 서로 무한애정을 품고 서로가 서로에게 닮으려 했다.
아니 서로 뛰어넘으려고 하는 경쟁을 통해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하이퍼 리얼리즘이(hyper realism)이 그렇고 김준기 작가가 지금 발표하려는 작품들이 그렇다.
김준기 작가가 생애 맨 처음 사진으로 알아 충격을 받았다는 하이퍼리얼리즘은 사진기가 한 점의 포커스 부분만 확실하고 나머지 부분이 흐릿한 약점을, 포커스를 공간 모든 곳에 확대하려는, 즉 샤프 포커스 리얼리즘(Sharp Focus Realism)에 착안한 화가들의 도전이었다.
포커스를 화면 전체에 날카롭게 들이민다는 뜻이다.
김준기 작가는 이와는 반대로 사진의 냉혹한 기록성에, 찰나를 영원히 기록하리라는 기록성에 회화의 서정을 덧붙이는 작업이다.
기계에 인간성을 입히는 작업이다. 두 상반된 입장은 애초 사진기가 만들어질 때부터 과학자와 화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니 오히려 그 역사적 배경이 깊다 하겠다.
발명가인 니엡스(Niepce)와 화가 다게르(Daguerre)가 바로 그들이다.
원래 니엡스가 발명한 사진기로는 찍는 시간만 8시간 가까이 걸려 인물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에 의해서 해결됐다. 이때가 1840년대 초의 일이다.
그때는 발명가의 행위를 화가가 풀어냈는데 지금은 사진작가가 그림에서나 표현할 수 있는 붓 터치, 질감 등을 도입해 작업을 한다.
예전에도 이런 사진 작품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작품들을 직접 대면한 나로서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인공지능이 이세돌과 바둑을 둘 때도, 인공지능이 장착된 판자가 축구선수 이영표의 슛을 100% 막아낼 때도 그저 남의 일이었는데 내 앞에 나타난 김준기 작가의 결과물들을 보면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랐음은 비슷한 업종이어서였나보다.
교육학박사이면서 원광대학교 교수였던 묵암 김준기의 졸수 기념 사진초대전 ‘사진작가 그림을 만나다-사중유화 화중유사(寫中有畵 畵中有寫)’ 전이 내년 벽두인 1월 2일부터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초대전으로 전시하게 됐다. 초대일시는 1월 6일(토요일) 오후 3시이며 1월 15일까지 14일간 계속된다.
90세를 졸수(卒數)라 하는지도 처음 알았다.
이 노익장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작품에 대한 생각뿐인 것 같다.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책으로 독학하고, 사진 작품을 위해 직접 그림도 그려보려고 어느 인사를 찾아갔으나 "유화 맛을 알려면 10년은 해야 한다"는, 화가 지망생에겐 지당한 말이지만 당시 팔순의 중반이었을 작가이며 동시에 학생에게는 전혀 비교육적인 말로 낙담을 한 일도 있는 영원한 학생이다.
세기의 예술가 겸 단테의 신곡을 줄줄 암송했던 인문학자 미켈란젤로도 89세로 죽는 그날까지 영원한 학생임을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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