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s the artist.(예술은 예술가다.)“
이번 전시 제목이다. 먹물깨나 든 제목이다.
적어도 세계적 미술사학자인 곰브리치(E, H, Gombrich)의 미술사를 통독한 사람이 아니면 이런 제목이 있을 수 없다.
곰브리치의 미술사는 전공자는 물론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필독서이기도 하므로 가져올 수도 있지만 심각하게 몰두하지 않으면 놓치고 마는 "우리 뒷세대에는 예술 작품보다는 예술가만 남는다"는 그의 말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문장이어서이다.
"예술이 예술가"라니, 참신하고 심오한 제목이다.
이 말이 가지고 있을 행간의 의미는 정작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아직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
향교길 68 갤러리에는 두 명의 브레인이 있다. 강찬구 대표와 조미진 관장이다.
제목을 누가 지었느냐니까 서로 상대를 지목하다가 둘이 합의했다 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기획전이다. 이 기획이야말로 둘이 머리를 맞댔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 크게 성장할 조짐이 보이는 젊은 작가이거나 인성이 좋은 작가들, 기획자의 입장에서 섭외하기 용이한 작가들 30여 명을 선별하여 아트페어 형태로,
구매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전시다. 다년간 갤러리를 운영한 경험으로 작가들과 합의 하에 거품을 뺀 가격으로 전시회를 했다. 작은 작품이 주를 이루는 첫 번째 이유는 공간 문제이고, 두 번째는 부담 없이 소장할 수있는 기회 마련이고 세 번째는 갤러리를 찾는 관객의 70%가 외국인이라는 특성에 맞춘,
다시 말하자면 까다로운 세관의 검열에도 직접 작품을 소지하고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외국인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작가 명단은 고보연, 고형숙, 김승연, 김승주, 김연경, 김영란, 김영순, 김용수, 김하윤, 박마리아, 박지영, 서혜연, 심홍재, 유기준, 이강원, 이기홍, 이수아, 이올, 이일순, 이적요, 이호철, 장미연, 정은숙, 조미진, 진창윤, 최지영, 한숙, 한준, 홍성미 등이다.
대부분이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인데 조각가도 2명이 있고 설치작가도 있는가 하면 동양자수의 명인도 있다.
이 작가들의 작품들을 집대성하여 놓으니, 개성의 난투장이어서 관객들에게는 30여 개의 개성으로 다가갈 테니 조금만 발품을 팔면 낚시가 아니라 그물로 영혼의 양식을 잡을 수 있다 하겠다.
노란 은행잎이 멍석보다 두껍게 깔려있을 향교, 그 앞길에 있는 ‘향교길 68갤러리’이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며, 월요일은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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