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가운데 ‘세계일주’, ‘로또당첨’ 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항목이 바로 ‘악기배우기’다.
사실 세계일주나 로또당첨보다 훨씬 실현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살면서 후회하는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악기 하나쯤 배워두지 않은 것’이라고 답한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모두가 ‘악기를 멋지게 연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 나이에?’, ‘지금 내 처지에?’ 라는 마음에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공장소보다 개인적인 활동을 선호하게 되면서 악기를 일생의 친구로 삼는 ‘반려악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반려’라는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로 ‘짝이 되는 동무’를 말하는데, 흔히 개나 고양이처럼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부르듯이 반려악기라는 말에는 단순히 취미 생활을 위한 도구가 아닌 일생을 함께하는 친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나 반려악기를 통한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로 얻어지는 긍적적인 효과는 비단 스트레스 해소뿐만이 아니다.
생활문화동호회를 매개로 지역 주민간의 자발적인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생활 속 음악의 즐거움과 정신적인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악기를 배우면서 얻는 성취감은 시민의 삶에 활력과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이 같은 반려악기의 장점을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강사 인력풀 구성 등을 통해 대도시보다 열악한 지역 문화교육 여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활문화 활성화에 더욱 힘을 쏟는 일은 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지금까지의 문화예술 교육이 학생 중심의 재능 계발을 목표로 했다면 이제는 그 대상 범위를 일반시민으로 확장하여 익산시민 누구나 악기 하나 정도는 연주할 수 있도록, 나아가 시민 모두가 손쉽게 음악과 예술을 경험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생활문화 중심의 문화예술 교육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 선호도 및 생활예술 인구 밀집도를 고려한 거점 문화시설·기관을 지정하고, 일반시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 참여 인원이 많은 악기를 우선 선정하여 문화예술 교육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자격 기준을 적용해 지도 경험 및 경력이 있는 지역의 전문예술인을 강사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수강생들의 역량 강화는 물론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던 문화예술계에 단비와 같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오래전 큰 인기를 끌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 파리 뒤를 쫓으면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거리게 되고, 꿀벌 뒤를 쫓으면 꽃밭을 함께 거닐게 된다잖아.”
인생의 여정에 어떤 동무를 곁에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익산의 소소하지만 섬세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평생 함께할 나만의 반려악기를 만나고, 식어가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피고, 그리하여 익산시민 모두가 시민예술가가 되어 하루하루를 즐거움과 감동으로 채워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정헌율 익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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