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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이중섭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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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첫눈', 1950년대, 종이에 유채/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展을 8월 12일부터 내년 4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기의 기증’ 이건희컬렉션 1488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중섭 작품 8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10점, 총 90여 점을 조망하는 특별전이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인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은 평남 평원의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에 입학, 임용련으로부터 미술 지도를 받았다. 임용련은 예일대학교 미술과를 수석 졸업한 수재로, 학생들에게 향토적인 주제에 의한 미의식을 가르쳤다. 이는 이중섭의 화가로서의 여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그 당시 이중섭은 들판의 소를 관찰하고 스케치에 열중했다. 이중섭의 그 유명한 ‘소’가 탄생하게 된 연유다.

1937년 이중섭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제국 미술학교에 들어갔다가, 문화학원에 재입학해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의 자유로운 경향을 공부한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예민한 감수성과 순진무구함, 외골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그의 기질은 서구 아방가르드 회화, 야수파 화풍에 깊이 빠지게 한다. 그는 감정이 실린 격렬한 필치와 강렬한 색감, 날카로운 선묘로 그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는 단순히 서양 어법을 모방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그를 키워준 향토의 숨결과 희망을 담아내는 걸작들을 탄생시킨다.

그는 1943년 귀국하여 2년 후, 문화학원의 후배인 야마모토(한국명 이남덕)와 결혼하여 원산에 정착해 살면서 8·15해방을 맞는다. 1950년 겨울 남하하는 국군을 따라 가족과 함께 월남, 부산·서귀포·통영 등지로 전전하며 피난살이를 한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인은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그는 궁핍과 고독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개인전을 여러 번 열었다. 그는 피난 시절 가족과의 생활,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 등 생활일기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 필자가 구구절절이 그의 삶을 읊는 이유는, 그의 예술세계는 삶과 직결되고 시대의 아픔을 극명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작품 90여 점 중 ‘가족과 첫눈’을 소개한다.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서 지낸 1년이 가장 길었는데, 유족들은 그때가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다고 전한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가족이 함께 걸어갔던 추억을 담아낸다. 남녀노소가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커다란 새와 물고기 사이에서 첫눈을 맞으며 뒹굴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이 충만한 듯, 기쁨에 겨운듯하다. 아마도 이때의 추억으로 그는 고독한 여생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전시를 보고 나올 때는 이중섭의 삶을 알기 때문인지, 애처롭고 서글프고 마음이 아프다.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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