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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북의 문학 명소] 20. 남원·순창·완주·임실의 문학 명소 훑어보기

문학 명소는 곳곳에 있으며,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전라북도 곳곳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은 꾸준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에서 찾은 문학 명소를 짧게 소개한다. 작가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곳과 문학 작품의 무대가 된 곳을 산책하거나 문학관·문학비 등을 찾는다면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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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의 문학 명소

○광한루원 춘향사당: 고전소설 「춘향전」의 여성 인물인 성춘향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1931년 광한루원에 세운 영정각으로, 김양오의 동화 「백 년 동안 핀 꽃」에 사당을 세우고 오랫동안 제사 지내는 일에 앞장선 최봉선(1900∼1974)의 꿋꿋한 삶과 의지가 담겨 있다.

○광한루원: 성춘향과 이몽룡이 손깍지 끼고 놀던 고전소설 「춘향전」의 무대다. 소설·수필·시·시나리오·희곡 등 숱한 문학 작품의 배경지이며, 남원시립국악단은 이곳에서 <가인 춘향>, <시르렁 실겅 톱질이야!>, <아매도 내 사랑아>, <열녀춘향수절가>, <월매를 사랑한 놀부> 등 「춘향전」과 「흥부전」을 활용한 창극·가무악극을 올리며 시민에게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다. 

○교룡산국민관광지: 남원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교룡산(520m) 중턱에 있는 교룡산국민관광지는 산책로 곳곳에 고전소설 「춘향전」의 「옥중시」와 「어사시」, 남원 출신 방원진(1577∼1650)의 「애련곡」, 김삼의당(1769∼1823)의 「화만지」, 박항식(1917∼1989)의 「도라지 꽃」, 복효근의 「다시 밝혀드는 동학의 횃불」 등이 돌에 새겨 있다. 

○교룡산성: 옛 모습을 잘 보존한 백제 시대 산성으로, 돌 하나하나에 스민 선열의 숭고한 얼은 양성지(1415∼1482)의 시 「교룡산성에 올라」, 김동수의 시 「교룡산성」 등 여러 문학인이 시와 산문으로 엮고 있다.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로, 소설 속 효원이 신행 온 곳도, 강모가 만주로 떠난 곳도 서도역을 통해서다. 2002년 역의 기능은 멈췄지만,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끌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구룡계곡(국창권삼득유적비): 최초의 비가비 명창인 권삼득(1771∼1841)이 득음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최명희의 장편소설 「제망매가」를 비롯해 여러 문학 작품에 관련 일화가 전한다. 유적비가 있다. 

○국립민속국악원: 국립민속예술기관이자 문화공간인 국립민속국악원은 남원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무대극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민속악 자료를 발굴하고 학문 정립을 위한 연구 활동에도 힘써 『대한민국 창극사』, 『이야기로 듣는 남원국악사』, 『전라도의 가락』, 『전북의 허튼가락 산조』, 『지리산 자락의 민요』 등 다양한 학술자료를 내고 있다. 

○김주열열사 추모공원: 김주열(1944∼1960) 열사의 기념관·추모각·동상·묘가 있으며, 근처 독우물마을에 생가가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기에 노경식의 희곡 「봄꿈(春夢)」,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 윤석역의 소설 「4·19혁명」, 신현수의 동화 「사월의 노래」 등 4·19혁명을 다룬 문학 작품에서 ‘김주열’은 빠질 수 없다. 

○남원 몽심재 고택: 1700년 박연당이 지은 양반가 건물로,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에 품이 넓은 몽심재의 모습이 세심하게 그려 있다. 

○남원무민공황진장군기념관: 임진왜란 때 이치전투에서 승리하며 왜군의 전라도 침공을 막은 명장 황진(1550∼1593)을 모신 곳으로, 김동진의 역사소설 「임진무쌍 황진」에 그의 불꽃 같은 삶이 있다. 

○남원고전소설문학관: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 「춘향전」, 「흥부전」, 「변강쇠전」, 「최척전」, 「홍도전」, 「만복사저포기」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예술기행 산문의 백미로 꼽히는 『화첩기행』의 저자 김병종 화백이 인문정신과 예술혼으로 아름답게 엮은 작품을 만나는 공간이다. 

○달궁계곡: 피서지로 이름난 곳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가면 치열한 싸움의 역사가 서린 현장이다. 하지만 결국 밤하늘의 달만이 달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서정인의 소설 「달궁」에서 일러준다. 

○만복사지: 남원 최대 사찰이었던 만복사가 있던 자리로, 우리나라 한문 소설의 효시인 김시습(1435∼1493)의 「만복사저포기」 배경지다. 지금까지 소설·연극·창극 등 다양한 형태로 독자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만인의총: 정유재란 때 끌려간 도공들과 그 후손들이 기억하는 조선의 노래를 기념하기 위한 노래탑 <오늘이 오늘이소서>가 있다. 가사는 남원에서 채록돼 김천택의 『청구영언』(1728)에 실렸다. 일본에서 여러 대에 걸쳐 한국의 성(姓)을 유지하며 뿌리를 지킨 후손들의 이야기는 김양오의 동화 「도자기에 핀 눈물꽃」에도 있다. 

○변강쇠백장공원: 옹녀와의 사랑을 위해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쓴 변강쇠가 벌을 받아 장승처럼 굳어서 죽었다는 고전소설 「변강쇠전」을 소재로 한 쌈지공원이다. 

○송흥록·박초월 생가: 운봉읍 비전마을은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송흥록이 태어나고, 명창 박초월(1917∼1983)이 성장한 곳으로, 윤영근의 장편소설 「동편제」에 동편제 명창들의 이야기가 신명 나게 쓰여 있다. 

○실상사: 아늑한 들판에 있는 고찰이다. 문학인들의 출입이 유난히 잦아서 도종환의 시 「실상사-정도상에게」, 신경림의 시 「실상사의 돌장승-지리산에서」, 정동철의 시 「실상사 철조여래좌불을 만나다」, 정도상의 소설 「실상사」 등과 같이 시와 소설로도 자주 읽힌다. 

○안숙선명창의여정: 남원 출신인 안숙선 명창의 이름을 딴 이곳은 판소리의 멋과 흥을 전하는 공간이며, 안숙선의 삶과 깊고 너른 소리 세계는 최동현의 『안숙선의 판소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리정·버섯밭: 「춘향전」에서 몽룡과 춘향이 가슴 아린 이별을 나눴다고 알려진 누각으로, 이야기를 더 애틋하게 만들기 위해 1953년에 세웠다. 최기우의 창극 「춘향, 네 개의 꿈」을 비롯해 춘향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상징적인 곳이다. 

○유천마을 김삼의당시비: 담락당 하립(1769∼1830)과 김삼의당(1769∼1823) 부부의 고향에 있는 시비이며, 표성흠의 장편소설 「교룡」에 이들의 사연이 애틋하다. 

○은적암터: 수운 최제우(1824∼1864)가 동학 경전인 『동경대전』과 포교가사집인 『용담유사』를 집필한 은적암이 있던 곳이다. 

○정령치휴게소: 지리산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령치(1,172m)에는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지리산 바래봉 계곡: 매년 봄 철쭉이 흐드러진 바래봉은 김광원의 시 「바래봉 철쭉」, 안도현의 시 「철쭉꽃」, 우미자의 시 「바래봉 철쭉」, 정영자의 시 「철쭉꽃 무리로 피는 그리움」 등 많은 시인의 심장 같은 시들로 더 붉게 타오른다.

○지리산 뱀사골: 지리산 자락에서 나고 자란 복효근은 뱀사골 맑은 계곡물에 발을 씻으며 쓴 시 「환상적 탁족」을 통해 인간의 인간적 한계를 돌아본다.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 한국전쟁을 전후로 군경의 활약을 담고 있으며, 이병천의 소설 「사냥」은 그 전투의 이면에 가려진 비극을 풀어내고 있다. 

○청호저수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마을의 저수지로, 마을 사람 모두 함께 잘살자는 의미가 넘실거린다. 

○춘향묘: 묘 앞에 ‘만고열녀성춘향지묘(萬古烈女成春香之墓)’라고 새긴 비석이 있는 춘향묘는 고전소설 「춘향전」 속 성춘향의 빈 무덤이다. 

○춘향문화예술회관: 남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이 무대에 오르면서 남원을 세계에 알리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남원시립국악단의 창극 <만복사저포기>·<정유년 남원성싸움>·<여류명창 이화중선>·<춘향 아씨>, 가무악극 <남원뎐>, 창무극 <남원골이야기>, 국악뮤지컬 <시집가는 날>·<춘향 네 개의 꿈>, 퓨전창극 <소리꾼 청향>, 가족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 등이다. 

○춘향테마파크: 영화 <춘향뎐>(2000)의 촬영지로, 고전소설 「춘향전」과 남원을 소재로 한 20여 기의 시비와 노래비가 있다. 강은교의 시 「춘향이의 꿈노래」, 곽진구의 시 「오작교」, 길용숙의 시 「그리운 이몽룡」, 김동리의 시 「남원에서」,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도령」, 김영랑의 시 「춘향」, 박재삼의 시 「자연-춘향이 마음 초(抄)」, 복효근의 시 「춘향의 노래」, 성춘향의 시 「옥중시」, 양성지의 시 「광한루 예찬 시」, 진복희의 시 「춘향연가」 등이다. 

○호암시비공원: 만동마을 들머리에 남원과 연관 있는 조선 시대 선비 18인의 시를 돌에 새겨 만든 쌈지공원이다. 1789년(정조 13년)에 창건된 호암서원이 가까이 있다. 

○혼불문학관 정군수시비: 혼불문학관 마당에 최명희(1947∼1998) 소설가의 전북대학교 국문과 동창인 정군수의 추모시 「그 임의 하늘 아래서」가 돌에 새겨 있다. 

○혼불문학관: 최명희(1945~1998)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사매면 노봉마을에 만든 문학관이다. 

○황산대첩비: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황산대첩(1380)을 기리기 위해 왕명으로 세운 비석으로, 서권(1961∼2009)의 장편소설 「시골무사 이성계」에 황산대첩비에 담긴 의미와 기상이 굳건하게 살아 있다. 

○흥부마을(아영면 상성마을): 고전소설 「흥부전」의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 와 살면서 복을 받았다고 알려진 마을로, ‘발복지’라 불린다. 

○흥부마을(인월면 성산마을): 고전소설 「흥부전」의 놀부와 흥부가 태어난 마을로, 최기우의 희곡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에 가족의 화해와 화합을 부르는 남원의 소리와 그 의미가 쓰여 있다. 

 

◇순창군의 문학 명소

○강천산: 산세가 빼어난 강천산은 시인 김용택이 ‘다 옳은 산’이라고 말하며 인생을 돌아본 것처럼 많은 문학인에게 깨달음을 주었고, 그 돌아봄은 고스란히 수려한 문학이 되었다. 김용택의 시 「강천산에 갈라네」, 우미자의 시 「강천산에 단풍들 무렵」, 정군수의 시 「강천사 가을나무」 등이다.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편백으로 가득한 ‘해원의 숲’은 김소월의 시 「산유화」가 새겨진 시비와 김용택의 시들이 쓰여 있는 나무 팻말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귀래정 체육공원: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라던 권일송(1933∼1995)의 시 「반딧불」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귀래정(설씨부인·신경준선생 유지): 신말주(1429∼1504)와 부인 설씨가 지은 정자로, 장교철의 시 「귀래정에 앉아」를 비롯해 많은 시인의 시심이 탄생하고 있다. 

○동계면 구미마을: 남원 양씨의 세거지로, 양규창·양건섭 등 많은 시인을 냈다. 이병천의 단편소설 「가위」의 배경지이자 작품을 쓴 곳이다. 

○동계면 구미마을(섬진강 들꽃): 산문집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를 낸 송만규 화백은 동계면 구미마을에서 낮게 흐르는 섬진강과 그 옆에 소담히 피어난 들꽃에 깃든 깨달음을 화폭과 원고지에 옮기고 있다. 

○박덕은미술관: 시·소설·평론·동화·수필·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문학인이자 1천여 점의 그림을 그린 화가 박덕은의 미술관이다. 

○복흥면 동산마을: 조선 성리학의 마지막 거장인 노사(蘆沙) 기정진(1798∼1879)의 유허비와 시비가 있다.

○설공찬전테마관: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은 순창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순창을 본관으로 하는 설씨를 주인공으로 쓴 전기 소설로, 순창 설씨가 집성촌을 이룬 금과면에 설공찬전테마관이 있다. 

○순창5일장: 사진작가 이흥재와 시인 김용택이 함께 낸 사진에세이집 『그리운 장날』에는 소박한 순창 사람들의 땀내 나는 삶과 고단한 일상을 꾸려가는 상인들의 한숨과 비탄이 녹아있다. 

○순창국악원: 순창은 김세종·박유전·장재백·장판개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의 고장으로 순창국악원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최동현의 『순창의 판소리 명창』에서 순창 소리꾼의 맥을 짚는다. 

○순창남계리석장승: 남계리에 있던 석장승으로, 지금은 순창문화원 뒤뜰로 옮겨왔다. 순창에서 태어나 순창을 지키며 사는 장교철이 시 「남계리 석장승」에 담았다. 

○순창삼인대: 김정·박상·유옥이 단경왕후 복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상소문을 썼던 곳이며, 양상은의 시 「삼인대」를 비롯해 여러 문학인이 그 올곧은 정신을 문학 작품에 담았다. 

○순창장류박물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익어간 맛있는 시간이 양병호의 시 「순창고추장」처럼 매일매일 익어가고 있다. 

○쌍치면 피노리: 동학농민혁명을 이끌었던 전봉준이 붙잡힌 곳으로 한윤섭의 동화 「서찰을 전하는 아이」와 선우의 시 「피노리」 등에 안타까운 역사가 쓰여 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순간들은 계속 이어졌으며, 그런 까닭에 쌍치에서는 문학적으로 중요한 목소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신형식은 시 「웃동네 통시암」으로 하나의 우물에 매달린 수백 명의 사연을 전한다. 

○유등면 오교리(신경준 묘역): 시 창작과 이해에 관한 이론서 『시칙』과 『산경표』 등 다양한 저서를 편찬한 조선 영·정조 시대의 지리학자·실학자인 여암 신경준(1712~1781)의 묘가 있다. 

○장군목유원지: 장군목에 이른 섬진강은 고이 간직했던 솜씨를 발휘해 바위를 조각해 냈다. 최승범(1931~2023)의 시 「다슬기탕 이야기」는 바로 그 장군목의 물결을 아로새긴 다슬기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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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의 문학 명소

○구이면 일대: 유영국의 대하소설 「만월까지」의 배경지로, 이 작품은 1920년대를 관통하며 3대에 걸친 노비 집안의 얽히고설킨 가족사와 반상의 갈등과 화해를 변증법적으로 그린 장편소설이다. 

○그림책미술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그림책을 앞세운 미술관으로 삼례읍에 있다. 

○대둔산: 동학농민혁명군의 최후 항전지다. 일본군의 기습으로 기암절벽에서 외롭게 투신한 농민군의 눈에 마지막으로 담겼을 하늘이 이병천의 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에 있다. 

○동상면 밤티마을: 우리나라 8대 오지마을로 불리는 밤티마을에는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이 있고, 유수경은 밤샘으로 가는 길의 판타지를 동화 「하늘 아래 첫 동네 밤티」에 담았다. 

○동학농민혁명삼례봉기역사광장: 삼례에는 1892년 삼례집회와 1894년 삼례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이 있으며,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 삼례에 모인 민초의 삶이 고스란히 묘사됐다. 

○모악산: 모악산은 굽이굽이 시이고, 수필이며, 소설이고 극이다. 많은 시인과 작가가 산자락을 보고 거닐며 서로의 숨결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문학 작품들을 쌓아 올렸다. 산에 오르면 가슴 가득 생명이 차오르고, 저절로 삶을 사랑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봉동 상장기공원: 200년 전통이 살아 있는 봉동씨름의 현장이며, 동학농민혁명 농민군을 소재로 한 최기우의 희곡 「들꽃상여」에 봉동의 소년장사 이복룡과 봉동씨름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봉실산: 봉동읍과 비봉면에 낮게 솟은 봉실산(373m) 능선 옥녀봉(324m)에 우보환의 시 「봉실산」이 소개된 팻말이 2007년부터 등산객을 만나고 있다. 

○비비정: 만경강은 비비낙안의 정취를 품고 흘러간다. 갑오년, 비비정에 모여든 사람들의 함성이 밤마다 달빛처럼 쏟아진다. 김은숙의 시 「비비정에 달 뜨거든」을 읽으면 달과 비비정과 시와 사람이 하나가 된다.

○삼례공용버스터미널: 김헌수의 시「삼례터미널」과 황규관의 시 「삼례 배차장」은 빗물 고여 팔랑이는 흙바닥 길과 낡은 버스들이 몰려들고,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풍경을 기억한다. 

○삼례문화예술촌: 1920년대 지어진 양곡 창고를 고쳐 지은 삼례문화예술촌 자리는 본래 만경강을 잇는 습지로 금개구리와 맹꽁이 이야기가 전한다. 유수경은 동화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에 그 이야기를 담았다. 

○삼례시장: 김정경의 시 「이화식당」, 송하선 시 「삼례의 장날」, 이숙희의 시 「삼례장터에서」, 진창윤의 시 「구름 냉면」 등은 얼굴과 얼굴이 마주하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장터에서 우리의 삶이 비로소 인간의 형상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례역: 일제강점기 만경들의 쌀을 수탈해 가기 위해 세워졌다. 지금은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지만, 수탈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았다. 안도현의 시 「기차」가 역사의 선로를 힘껏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 10만 권 이상의 헌책을 보유하고 있는 헌책 애호가들의 성지로 삼례읍에 있다. 

○송광사: 최명희 작가는 소설 「혼불」에서 승려 도환이 입을 빌려 ‘완주 송광사 사천왕을 사천왕의 전형으로 보았다.’라고 말하며, 송광사 천왕문을 우리나라 최고의 천왕문으로 꼽았다.

○여산재: 국중하 수필가가 설립한 문화예술공간 여산재는 김남곤·정군수·조미애·황금찬·허소라 등의 시비가 있는 시의 숲이다. 

○연석산 등산로: 연석산 들머리에 완주군 동상면이 고향인 배학기의 시 「그리운 연석산」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연촌최덕지묘: 조선 초기 유학자인 연촌 최덕지(1384∼1455)는 최기우의 희곡 「은행나무연가」(2012), 「교동 스캔들」(2013), 「은행나무꽃을 아시나요」(2014), 「은행나무꽃」(2014) 네 편의 희곡에 등장한다.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삼례읍에 있는 196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경천면 화암사의 창건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비밀의 꽃 ‘화암우화전’>, 용진면 출신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를 다룬 창극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삼례면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리연극 <삼례, 다시 봄!>,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 <新 콩쥐팥쥐뎐>, 용진읍 봉서사에 부도가 있는 진묵대사를 소재로 한 연극 <천년을 뜨고 지면-진묵, 노닐다 간 자리> 등 완주군을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이 무대에 오르며 군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용진면 시천마을: 이병천은 소설 「저기 저 까마귀떼」를 통해 고향인 시천(詩川)마을의 1960년대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전주·완주 사투리의 맛깔스러움은 덤이다.

○용진읍 원구억마을(권삼득 생가·묘역·소리굴): ‘비가비 명창’ 권삼득(1771∼1841)이 태어나고 묻힌 곳이다. 박경리(1927∼2008)의 대하소설 「토지」에 그의 일화가 전하며, 곽병창의 창극 「비가비 명창 권삼득」(1999)은 권삼득의 삶과 예인의 모습을 무대극으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우석대학교 교정: 정양은 우석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뜨거운 청춘들의 함성과 그 함성이 잦아든 시절을 차분하게 되짚는다. 시 「철쭉꽃밭」은 시인이 그리워하는 ‘녹두광장’ 시절을 서럽게 서럽게 담아내고 있다.

○운주면 삼거리마을: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지로, 마을 입구에 ‘선녀와 나무꾼’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위봉사: 안성덕의 시 「목어」에 마음에 품고 싶은 정결하고 단아한 위봉사 한 채가 있다.

○위봉폭포: 유강희의 시 「위봉폭포」는 떨어지는 것이 숙명인 폭포를 보며 인간의 삶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치전적지: 임진왜란 당시 전주와 호남을 지켜낸 대첩이 벌어진 곳이다. 김동진 역사소설 「임진무쌍 황진」을 읽으면 전라 향병들로만 호남을 지켜내며 더 치열했던 당시의 전투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정여립공원: 정여립(1546∼1589)의 생가로 알려진 완주군 상관면 신리 월암마을에 2020년 들어섰다. 황정수의 「아! 정여립」(1999), 최기우의 희곡 「정으래비」(2006), 홍석영의 「소설 정여립」(2008), 서철원의 「별의 노래」(2023)는 ‘천하는 백성의 것’이라고 외쳤던 정여립과 대동계, 기축옥사를 소재로 했다. 

○창암이삼만선생묘역: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히는 이삼만(1770∼1847)은 정읍 출신으로 전주에서 필명을 알렸으며, 만년을 완주에서 기거하며 일생을 풍미했다. 최기우의 희곡 「달릉개」에 그가 남긴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초남이성지: 한국 최초의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1751∼1791), 신유박해 순교자인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1764∼1801)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서철원의 소설 「최후의 만찬」은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는 역설을 우리에게 증명한다. 

○콩쥐팥쥐마을: 가장 오래전 출판된 고전소설 「콩쥐팥쥐」의 첫머리가 ‘전라도 전주 서문 밖 30리’로 시작된 것을 근거로 완주군 이서면에 콩쥐팥쥐마을이 만들어졌다. 

○화암사: 낡고 작고 허름하지만, 세월에 지치고 늙어가서 더 마음이 가는 절이다. 안도현이 시 「花巖寺, 내 사랑」과 수필 「잘 늙은 절, 화암사」에 담으면서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임실군의 문학 명소

○강진면 갈담리: 광주에서 순창을 거쳐 전주로 이어진 길목인 임실 갈담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곳이다. 고려 때부터 역참이 있던 곳. 박두규의 시 「고향-갈담」에서 그런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국사봉 전망대: 첩첩한 산자락 너머로 생명 탄생의 첫 호흡 같은 일출을 만날 수 있다. 이희정의 시 「일출-국사봉에서」는 그 생명력을 확인시켜 준다. 

○덕치초등학교: 김용택의 문학적 고향 중 한 곳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시가 태어났다. 그 학교에 다닌 아이들의 말과 표정과 몸짓과 생각이 시인의 마음에 담겨 「선생님도 울었다」와 같은 한 편의 시가 된 것이다.

○사선대 임실문학비: 임실문인협회에서 세운 임실문학비는 임실 문학인들의 기세를 높이는 문학비이다. 최풍성의 시 「글 동산에 모여」가 새겨 있다. 

○사선대 조각공원: 임실이 고향인 가수 최갑석(1938∼2004)의 노래 <38선의 봄>과 <고향에 찾아와도>의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가 있다. 

○섬진강: 강은 사람들의 핏줄이 되어 펄떡펄떡 살아서 흘러간다. 김도수의 수필 「우리 동네 아이스링크 뱃마당」에 강과 한 몸으로 사는 강 마을 사람들의 풍경이 가득하다. 

○진뫼마을: 많은 시인이 힘들고 애환 어린 역사를 간직한 ‘저문 섬진강’을 노래했으며, 김용택의 시와 산문에 가장 풍성하다. 그의 삶터가 진뫼마을이다. 

○섬진강길: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에 이르는 섬진강길에는 김용택의 시를 새긴 시비가 여럿 있다. 섬진강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를 읽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섬진강댐 물문화관: 김용택의 시 「섬진강」, 박경리의 소설 「토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 등 섬진강 물길에 담긴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강에 얽힌 역사·문화·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수면 일원: ‘임실 2·26사건’은 성수면·신평면·삼계면·오수면 등에서 1948년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일어난 조직적인 민중항쟁으로, 김진명의 장편소설 「섬진강 만월」에 치열하게 쓰여 있다. 

○신전마을(신전공소): 장현우는 시집 『귀농일기』에 자신이 귀농한 관촌면 신전마을의 풍경과 자신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오수역: 붉은 벽돌의 단아함과 고적함은 다양한 영화에서 배경으로 활용되었고, 시인들에게 매력적인 시의 영감을 주었다. 오경옥의 시 「오수역」을 통해 오수 사람들의 정을 만날 수 있다.

○오수의견공원: 오수면은 자신을 희생해 산불로부터 주인을 구한 개의 전설이 전하며, 고려 시대 출간된 『보한집』(1230)에 처음 실린 이후 지금까지 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옥정호: 옥정호는 매일매일 하늘의 표정과 바람의 줄기를 새긴 시를 쓴다. 옥정호 곁에서 옥정호를 내려다보던 박성우는 그 표정을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에 옮겨적었다. 그 풍경은 그 자체로 맑은 시다. 

○요산공원(섬진강댐 망향의 탑): 수몰민의 서러움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요산공원 망향의 탑에 김춘자의 시 「사라진 흔적 가슴에 새기며」가 새겨 있다. 

○운암강: 김여화(1954∼2023)의 장편소설 「운암강」은 섬진강댐 건설로 통째로 물에 잠겨야 했던 입석리 잿말(嶺村)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숱한 사연을 풀어 놓는다. 

○운암면 금시내: 옥정호에 수몰된 금시내는 역사와 추억이라는 수면 아래에서 고요하다. 이시연의 시집 『금시내 안 마을에 부는 바람」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고향을 담고 있다.

○이웅재고가: 조선 중기 종가의 규범과 품위를 갖춘 고택으로,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 중 한 곳이다.

○임실박사골마을: 임실 출신 학자이며 작가인 허세욱(1934∼2010)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우리문학기림회에서 박사마을에 그의 공적을 적은 문학비를 세웠다.

○임실성당: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1931∼2019) 신부가 임실성당 사제관에서 산양유를 이용해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를 만든 곳이며, 이 이야기는 고동희·박선영의 평전 『치즈로 만든 무지개』(2007)에 자세히 담겼다. 

○임실역: 가난한 시절 서울로 떠났던 청춘의 눈빛이 그리워지면 정우영의 시 「임실역」을 읽어야 한다.

○임실치즈역사문화관: 지정환(1931∼2019) 신부와 임실N치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며, 더 상세한 이야기는 박선영의 『지정환 신부』에 있다. 

○임실호국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이 영면해 있으며, 매년 나라사랑문예창작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호국영령에 대한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장진영기념관: 영화배우 장진영(1972∼2009)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고인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 원작 소설인 김하인의 장편소설 「국화꽃 향기」(2000)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절골마을: 독립운동가 조희제(1873∼1939)의 고향인 덕치면 회문리 절골마을은 1895년부터 1918년까지 절개와 의리를 세운 선비와 애국지사들의 항일투쟁 기록을 모은『염재야록』을 집필하고 간직한 곳이다. 

○조삼대(釣蔘臺): 운암강에는 낚시로 산삼을 낚아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운암(雲巖) 이흥발(1600~1673)의 조삼대 설화를 기록한 비석이 있다. 이흥발은 시문집 『운암일고』를 남겼다. 

○주암서원: 세종대왕 때 집현전 학사로 문화를 꽃피웠던 최덕지(1384∼1455)의 위패를 모셨으며, 그의 삶은 최기우의 희곡 「은행나무꽃」의 소재가 되었다. 

○진뫼마을 사랑비: 임실 진뫼마을 앞 고추밭 가장자리에 시인 김도수가 세운 작은 비석으로,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라고 새겨 있다. 사람들은 이 비석을 ‘사랑비’라고 부른다. 그 사연은 김도수의 수필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에 절절하다. 

○청계리 폐금광: 한국전쟁 때 주민 7백여 명이 군경에 무차별 학살당한 곳이며, 지연의 시 「십자수」, 정우영의 시 「노랑나비 한 마리」 등은 비극의 현장을 시에 담았다. 

○필봉문화촌: 임실필봉농악은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전승된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으로, 문병란(1935∼2015)의 시 「꽹과리 소리 한평생」, 김용택의 시 「당신이 밟고 간 모든 길 위에 굿소리 들립니다」, 윤미숙의 동화 「소리공책의 비밀」, 최기우의 희곡 「웰컴투중벵이골_ 춤추는 상쇠」, 양진성·양옥경이 엮은 『임실필봉농악』 등에서 협화의 세상을 꿈꾸는 필봉농악의 세계와 푸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회문산: 동학농민혁명과 구한말 항일투쟁의 근거지였다. 1948년 여순사건 이후에는 빨치산들이 마지막까지 투쟁했던 ‘저항의 산’이며, ‘피의 산’, ‘피난의 산’이다. 이태의 소설 「남부군」에 한 많은 역사가 있다. 

 

※[전북의 문학 명소] 연재는 얘기보따리와 혼불기념사업회의 ‘전라북도 문학 명소를 찾아서Ⅰ: 남원시·완주군·임실군·순창군’ 사업으로, 최기우(극작가), 김근혜(동화작가), 문신(문학평론가)이 필자로 참여했습니다.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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