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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북의 문학 명소] 17. 초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어린이에게는 동심이 있다. 동심은 어린이다운 마음이다. 그 마음을 키우기 위해 남원, 순창, 임실, 완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고, 눈물이 찔끔 나게 하는 신나고 감동적이고 이야기가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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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팥쥐마을 벽화.

△걸음으로 읽는 옛이야기 여행

엄마는 대개 가슴에 옛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중 엄마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콩쥐팥쥐」가 아닐까 싶다.

콩쥐팥쥐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주 서문 밖 30리에 사는 최만춘은….”. 이 구절을 근거로 완주군 이서면에 콩쥐팥쥐 마을이 조성됐다. 앵곡마을로 불리는 이곳에 가면 집집마다 담벼락을 따라 콩쥐팥쥐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이 책이 아닌 발품 팔아 읽어야 하는 담벼락 책이다. 담벼락 책은 뛰어놀면서 읽는 장점이 있다. 담벼락 책이 끝나갈 무렵이면 아이는 어느새 콩쥐와 친구가 되고 팥쥐를 혼내주는 원님이 되어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오수에도 어린이에게 감동과 재미,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쓰는 오수면의 지명이 말해주듯 이곳에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셔서 불을 끄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온다. 충심을 다한 개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순창 설공찬테마관에 어린이 손을 잡고 들러보자. 한적한 마을에 나붓이 내려앉은 테마관에는 조선 시대 선비인 채수의 소설 「설공찬전」의 모든 것이 있다. 죽은 공찬이 사촌동생 몸에 들어와 저승에서 보고 들은 일을 이야기하며 당시 조선의 사회, 정치 문제점을 꼬집고 비판했다. 소설을 들여다보면 시대적 배경도 알게 되니 역사 공부가 저절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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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미술관 전시장.

△동화 속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일제강점기 때 삼례는 한내로 불렸다. 큰 강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전 한내습지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 양곡창고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더불어 여기에 살던 맹꽁이와 금개구리도 사라졌다. 그 시절, 꽃잎처럼 연약하고 순했던 자연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동화가 있다. 바로 유수경 작가의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이다. 이 작품은 삼례예술문화촌에서 뮤지컬로 각색돼 공연되면서 어린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그림책미술관도 있다.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그림책미술관은 아담한 크기에 알차게 꾸민 내부가 특징이다. 1층은 벽면을 따라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고 중앙 홀은 공연 또는 놀이의 장이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진 계단은 계단참이 넓어서 엎드려 책을 보거나 딱지치기, 엄지 꺾기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하기에 좋다. 놀다 지치면 2층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도 보고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동화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된다.

이제 건물이 아닌 자연 속 동화의 세계로 떠나보자.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토끼와 발 맞춤하는 깊은 산골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을 배경으로 유수경 동화작가는 『하늘아래 첫 동네 밤티』동화를 썼다. 주인공 채연이가 숲속을 헤매다가 만난 여러 동물의 입을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책을 읽고 밤티마을을 직접 찾아가면 독서가 두 배로 즐겁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도 만나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물. 내가 사는 땅을 풍성하게 하는 강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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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몽심재 전경.

△우리 것이 좋은 여행

남원에는 몽심재라는 고택이 있다. 조선 숙종 26년(1700)에 박연당(1753∼1830)이 지은 이곳이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빈빈책방·2022)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열려있는 쌀 창고, 힘들게 일하는 하인들이 쉬도록 만든 정자와 같이 양반이든 천민이든 집에 사는 사람 모두 평등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박연당의 마음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최명희 소설『혼불』의 배경인 매안 이씨 종갓집 이웅재고가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공간이다. 시간이 된다면 남도의 양반집에서 ‘에헴’ 하며 뒷짐 지고 걸어보기도 하고 ‘예, 나으리.’ 하며 허리 굽실거려 종살이 신분의 서러움도 경험하게 하자. 세상의 모든 차별에 관심을 두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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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치즈역사문화관 전시장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얼씨구 여행

남원 광한루원에 가면 누구든 춘향과 이도령이 될 수 있다. 어린이라고 안 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도 사랑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부터 이성 간의 사랑까지. 직간접적 경험으로 사랑은 정말 힘이 센 여리면서도 강한 마음이라는 걸 안다. 이곳에서 「춘향전」의 사랑가 한 대목을 불러보는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다. 멍석만 깔아주면 숨겨둔 끼를 맘껏 보여줄 어린이들이 수두룩하다. 

놀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 이제 임실치즈역사관으로 떠나보자. 어린이 입맛을 유혹하는 치즈를 생산, 판매, 체험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는 지정환(1931∼2019) 신부와 임실N치즈의 역사를 담은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이 있다. 푸른 눈의 신부가 만든 치즈에 깃든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스스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굵직한 질문을 던지게 하자. 

이제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임실필봉문화촌에 가보자. 이곳은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필봉농악을 전수하고 공연하는 공간이다.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한 윤미숙의 장편동화 『소리공책의 비밀』(대교·2009)을 읽고 찾아가면 농악에 스민 농민들의 시름과 수확의 기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김근혜(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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