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아흔을 훌쩍 넘긴 엄마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딸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묻어났다.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된 어머니(92)와 중년이 된 딸(49)이 헤어진 지 36년 만에 군산경찰의 도움으로 극적 상봉해 주위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모녀는 군산경찰 여성청소년계 자치경찰의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36년 만인 26일 기적 같은 만남을 가졌다.
이들 모녀의 상봉 스토리는 이렇다. 지난 3월 군산경찰에 한 가족이 찾아왔다.
이들은 “저희 어머니께서 36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를 간절히 원하신다”며 “꿈에 계속 나온다는데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지난 1988년 8월 당시 광주에 살던 어머니께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장애가 있던 딸을 고아원에 잠깐 맡겼다가 집에서 키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딸이 고아원에서 나간 뒤로 실종돼 영영 볼 수 없었다는 것.
당시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온 가족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는 게 가족 측의 설명이다.
이후 어머니는 딸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갔지만, 그 기나긴 세월 한시도 (딸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세월이 훌쩍 지난 어느날, 어머니가 방송에서 경찰이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장기 실종자 가족을 찾아준 사연을 접하고 마지막 희망과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가족들이 군산경찰서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04년부터 실종 당시 만 18세 이하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를 찾기 위한 유전자 분석 제도를 도입했으며, 지난해까지 857여명의 장기실종자를 발견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연을 접한 경찰은 곧바로 유전자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담당자는 뇌병변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자 직접 주거지를 방문해 구강세포 유전자를 채취한데 이어 경찰서 프로파일링시스템을 입력한 뒤 아동권리보장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후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은 20여년 전 등록되서 있던 딸의 유전자를 대조해 모녀의 DNA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추가 DNA 검증 절차를 거쳐 친자 관계임이 최종 인정된다는 답변을 받고 상봉을 추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군산경찰 직원 역시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녀의 상봉은 딸이 지내고 있는 경기도의 한 시설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서 어머니와 가족들은 “그동안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싶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서 “같이 잠도 자고 싶고,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기적을 만들어준 경찰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건넸다.
김현익 군산경찰서장은 “기적과도 같은 가족 상봉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가족 모두의 행복을 기원한다”며 “앞으로도 유전자 등록을 통한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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