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 익산시 교통행정과.
직원 A씨(39)는 책상 앞 전화를 끊자마자 깊은 한숨 내쉬었다.
집을 나서기가 무섭게 오늘도 무사히를 기원하며 출근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하루일과가 이처럼 한숨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나는 가슴앓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일부 시민들의 폭력성 민원 전화 때문.
'미안합니다, 자세히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등을 연발하며 늘상 양해를 구하지만 폭력성 민원전화 수준은 갈수록 도를 넘어가고 있다.
'취객에게 멱살 잡히고, 욕설을 듣고,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여느 술집의 밤 풍경이 아니다.
익산시 일부 민원부서에서 하루종일 벌어지는 모습들로, 민원 접촉 부서에 근무하는 상당수 공무원들이 '전화 민원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특성상 민원인과 직접 접촉하거나, 민원 발생 소지가 많은 이들 부서는 공무원들로부터 1순위 기피부서로 손꼽히면서 속칭 '고통과'로 불리워지고 있을 정도다.
교통행정과의 경우 하루 평균 100여통의 민원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이 중 20~30%는 교통관련 항의성 민원으로, 욕설과 반말, 고성이 늘 뒤따라 온다.
심지어 '휘발유를 들고 찾아와 불을 지르겠다,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등의 섬뜩한 항의 전화도 종종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통행정과 외에 청소과, 세무과, 민원실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해당과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전화 민원인들의 반말, 욕설은 이미 일상화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통지도계 임유태 계장은 "항의성 민원인의 전화를 받게 되면 솔직히 '이번엔 무슨 욕설을 할까'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민원 폭력을 늘상 당하고 보니 사실상 민원부서가 아니라 '고통과'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정말 힘들고 속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청소과 옥용호 과장도 한마디 거든다.
"이런 민원 직접 접촉 부서에 대해 근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으나 솔직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그는 "참다못해 '지금부터 녹취를 시작하겠다'고 안내 멘트를 전해도 막무가내식의 막말을 내뱉는 민원인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죽했으면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고 '지금 녹화중'이란 스티커를 부착하는 묘수까지 쓰겠느냐"며 "인터넷 게시판 등에 사실 확인도 안하고, 무조건 공무원이 잘못했다는 글을 올리는 민원인이 있기에 녹취전화기 및 CCTV 설치 등 민원 폭력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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